온 국민을 울고 웃겼던 월드컵. 그러나 정작 축구 매니아들은 비싼 돈을 들여 산 HD수상기를 100% 활용할 수 없었다. 6월 한 달 간 서울 및 수도권 8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된 지상파 MMS(멀티모드서비스)는 낮아진 압축 전송률에 따른 화면 깨짐, 블록현상, 화질저하 등을 일으켜 시청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상파방송사들이 다시 다채널디지털방송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DTV 난시청해소를 없애기 위해 별도의 지상파 중계기를 설치하고, 공동주택 공시청망을 다시 깔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의 부담으로 말이다.

지상파 공시청망 복구는 중복투자

   
   
 
원래 망의 유지 및 보수 관리는 건물주의 책임이나, 2003년 이전에 건설돼 분리배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노후 건물에서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관리해왔다.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망을 포설하고 유지보수 관리까지 해옴으로써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에 일조해 온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케이블TV가 2002년 망 고도화 투자 이후 공동주택 분리배선에만 쏟아 부은 금액은 3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3년 동안 공동주택 공시청시설 보수에만도 1000억 원을 사용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지상파 DTV 난시청지역의 90%이상이 해소됐으며, 2010년까지 망 고도화 및 구내 설비 개선에 매년 3400억 원씩 투자한다면 대한민국의 100% 난시청 해소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 인건비 및 복리후생에만 집중하며 지난 10년 동안 난시청해소에 투자한 금액은 단지 21억 원에 불과한 지상파방송사가 이제 와서 MMS를 위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명백한 중복투자에 해당한다.
케이블TV는 각 방송사마다 별도 중앙 안테나를 가지고 있고, PP(채널사용사업자) 및 가입자들과는 유선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신호가 깨질 위험이 없어 깨끗한 화질이 전달된다.

그러나 지상파가 주장하는 디지털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공시청망 외에 별도의 마스터 안테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각각의 주택과 건물에 별도의 마스터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막대한 추가 비용을 배제하고서라도, 고화질의 디지털화면을 담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위성안테나는 각도와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TV를 제대로 시청할 수 없게 돼 있다. 모든 건물에 일일이 마스터 안테나를 세우고 정확하게 이를 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들였음에도 소비자들은 고가의 수상기로 고화질을 감상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영국의 ITV가 수신 상태의 불량으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를 보더라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유지보수 비용, 결국 소비자 부담

공시청망은 반드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만일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였으나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 중계유선시절 최소의 망 유지보수 비용 4000원이 시청료였던 만큼 지금도 케이블사업자들은 변동 없이 이 가격에 망을 보수해주고 70여개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공시청망을 깔기만 하면 마치 무료로 DTV를 시청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지상파의 최소 망 유지보수 비용인 4000원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 되는 셈이다. 지상파가 주장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수신환경 개선사업’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다. 현재 전국 저소득층, 기초생활대상자, 기타 보육원 및 공공기관 13만3000가구가 케이블TV를 무료로 시청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 단독으로 다채널디지털방송을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자산인 남는 전파에 대한 지상파의 독점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의 무료 다채널방송은 결국 무료가 아니며, 더 이상 시청자를 볼모로 기술과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실패한 ‘시험’은 시험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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