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특종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의 ‘특종 비결’은 무엇일까. 조선일보가 정확한 취재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 주변에선 한 수사관이 유력한 취재원으로 거명되고 있다.

대검은 지난 5월 1일자로 대검 중수부의 김모계장을 남부지청으로 인사조치했다. 이번 인사는 한보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루어진데다 정례 인사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검이 한보 수사 기밀이 특정 언론사에 빈번히 유출되는 것과 관련 은밀히 내사를 벌여 왔다는 점에서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성을 짓는 시각이 많다.

검찰 기자실 주변에선 그간 조선일보 특종의 배후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음모설’을 제기하는 등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됐었다. 일부 검찰 기자들이 기밀 누설에 대해 검찰 수뇌부에 정식 수사를 건의했다는 미확인 루머도 나돌았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가 만일 조선일보에 대한 정보 제공에 따른 것이었다면 그간의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취재과정을 통해 얻어진 성과물이었을 뿐 다른 정치적 배경은 없었다는 논리가 가능한 셈이다.

조선일보의 잇따른 특종이 결국은 일선 취재기자들의 열성과 능력의 결과물이란 것에 대해 타사 기자들도 인정한다. 한 기자는 “경위가 어찌됐든 조선일보 기자들의 취재력은 높이 사줘야 한다. 취재원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한 검찰기자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고 또 그럴 생각이다”며 “현재 거명되고 있는 검찰 수사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 자신들의 주요 정보원이었음을 부인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 진영이 한보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9백억원대의 선거 자금을 수수했다는 정 회장의 검찰 진술을 확인하는 녹음테이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정 총회장이 검찰에서 이러한 내용을 진술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갖고 있다”며 “설혹 기자가 감옥이 들어가는 일이 있더라도 취재원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만일 서석재 의원이 조선일보를 제소할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녹음 테이프를 법원에 제공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한보 자금이 김영삼 후보 진영에 흘러갔다는 징후를 검찰 출입 기자들이 보도 2주전 포착해 확인과정을 거쳤으며 보도의 파장을 감안, 검찰 수사관의 녹취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조선일보가 한국 사회를 움직인다”는 비유까지 나오면서 조선 보도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나돌았지만 어쩌면 그 비결은 단순할수도 있다. ‘기자들의 열정’이 숨겨진 배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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