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5일 전국단위일간지 중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12개 언론사가 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는 것을 비판하자 해당사들이 '의도적인 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국민세금 157억 우선지원>, 5면 <정부 돈 받고 정부 비판할 수 있겠나> 등의 기사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중앙일간지와 인터넷신문, 잡지 등 12개 신문사에 모두 157억 원을 지원키로 결정하면서 개별신문사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7월5일자 1면  
 
   
  ▲ 조선일보 7월5일자 5면  
 
조선일보는 또 "국민 세금을 사기업인 신문사의 경영컨설팅 등에 사용할 수 있는지, 과연 이런 돈을 받는 언론사가 언론고유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견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미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신문이 '친노 언론'으로 분류되는 것만 봐도 '기우'가 아니라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해당사들은 '의도적인 왜곡보도'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 조선일보 7월5일자 만평  
 
오마이뉴스 서명숙 뉴스게릴라본부장은 "일반 독자들이 조선일보 제목과 편집만 보면 오마이뉴스가 157억 중 최소 50억 원 정도 지원받는 줄 착각할 것 같다"며 "오마이뉴스가 지원받는 금액은 1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노후된 서버교체를 포함한 네트워크 사업 재개발 비용 일부를 지원금으로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문발전기금 지원을 신청했다.

서 본부장은 "조선일보도 신문발전기금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합법적으로 집행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영이 어려운 지역신문이 상당수 지원받는 사실은 알리지 않고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뉴스를 부각시켜 편집한 것은 특정매체를 '친노 매체'로 몰아세우기 위한 의도적인 취사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서 본부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제대로 비판할 수 있겠느냐'는 조선일보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미FTA체결이나 이라크 파병문제 등 오히려 현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오마이뉴스"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았기 때문에 정권의 부패를 오히려 더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개사 157억 전액 지원 사실과 달라"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는 "경향신문은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에 대해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엄정하게 비판해왔다"며 "신문발전기금은 대통령 월급이나 열린우리당 당비가 아니라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기 때문에 오히려 엄정한 비판과 감시를 해야할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신문발전기금 지원과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겨레 안재승 편집기획팀장은 "신문의 위기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협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신문발전기금 지원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조선일보도 부가가치세와 우편료 감면 등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귀환 한겨레 편집국장은 정부지원을 받아 비판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겠냐는 물음에 "조선일보도 광고주에게 돈을 받지만 기업비판을 하지 않느냐.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문발전위 "완전한 왜곡…사별 지원금액 공개 방침" 

한편 신문발전위원회 김주언 사무총장은 조선일보가 157억 원의 예산을 12개사에 모두 지원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완전한 왜곡"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사무총장은 "지원 항목별 융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국단위일간지의 경우 최고 한도가 10억 원이지만 신청사가 많지 않고 신문사가 별도의 담보를 제시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조선일보는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157억 원 예산 전액을 12개사에 몽땅 지원하는 것처럼 썼다. 이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신문발전위는 선정 사업자들로부터 세부사업계획서를 받아 이달 중순부터 기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실제 지원규모는 올 예산 157억 원을 상당히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예산 배정액은 △독자권익위원회(2억 원) △고충처리인(1억 원) △경영컨설팅(4억 원) △구조개선 및 신규사업(75억 원) △시설도입 및 정보화사업(75억 원) 등 157억 원이지만, 각 항목별로 신청사가 적은 이유 등으로 지원 대상사가 모두 채워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 가운데 '구조개선 및 신규사업'과 '시설 도입 및 정보화사업'에 지원될 150억 원은 직접 지원이 아니라 융자로 지원된다.

김 사무총장은 선정기준에 대해 "조선일보 보도처럼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등 신문법 조항에 기초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문위는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만간 각 사별로 지원신청한 사업과 금액을 계산해 공개할 방침이며,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청구할 계획이다.

김상만·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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