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인권센터·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관계법 부분 위헌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헌재의 현명함은 신문시장에 대한 무지와 왜곡으로 빛이 바랬다!
-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부분위헌 결정에 부쳐 -

헌재는 현명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참주선동과 왜곡을 일삼으며 위헌이라고 주장한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내용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1% 이상 소유한 주주 명단 등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두 신문은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고 강변했지만, 헌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매우 개탄스럽게도 헌재의 이런 현명함은 신문시장 앞에서 딱 멈췄다. 현명함이 무지와 왜곡으로 바뀌고 말았다. 신문에 대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헌재 재판관 7명은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에 비해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도록 하는 규제는 신문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단이 되지 못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재판관이 이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근거는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 말할 수밖에 없다.

먼저 고마움부터 표시하고 싶다.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때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 등을 동질적으로 취급하는 잘못이 있다는 헌재의 지적을 고맙게 수용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신문법을 입법청원할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신문으로 규정하지 않는 무료신문을 빼고 경제지와 특수일간신문 등을 모두 포함했다. ‘조중동’ 등 거대신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참주선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헌재의 의견은 이런 우리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스포츠지 등을 빼고 종합일간지와 동질적인 신문들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 대상을 한정해 신문법을 개정하는 데 참고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들 재판관은 시장점유율을 발행부수만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되묻고 싶다. 발행부수 말고 여론상품인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평가할 수 있는 더 훌륭한 잣대가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다. 헌재는 무지함도 드러낸다. 헌재 결정문은 발행부수로 평가하는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식의 무지와 왜곡의 논리구조를 갖추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신문법은 발행부수로 측정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정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공정거래법 제2조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할 때 시장점유율 뿐 아니라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적고 있다. 발행부수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식의 헌재 논리는 의도적 왜곡이다.

하지만 이것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불공정 행위의 산물이라고 보거나 불공정 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판단에 있다. 조선과 동아를 포함한 거대신문들이 불법?탈법 경품 및 무가지 제공을 통해 신문고시를 밥 먹듯이 위반하고 있는 현실에다 대고, 재판관 7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황당한 근거들을 기반으로 헌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의 강화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지와 왜곡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헌재가 지적한 ‘신문의 동질성’을 참고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 강화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 신문법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헌재 재판관 7명이 신문과 신문의 소유에는 어떠한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참담한 일이다. 한 신문의 지분을 49.9%까지만 소유하고 있으면 다른 신문의 지분을 99.9%까지 소유할 수 있는 신문법 조항에 대해 “신문의 복수소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결정할 수 있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나마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려 개정 여부를 구체적인 상황에서 입법권자의 재량에 맡긴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는 앞으로 신문법뿐 아니라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공적인 성격을 띤 매체의 소유 규제 관련 내용을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강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이미 학계와 변호사, 언론 현업인들을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끝으로, 언론피해구제법 중 헌재가 위헌 결정을 받은 내용은 애초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입법청원에는 없었던 것임을 밝혀둔다. 여야가 심의를 하면서 수정한 것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는‘언론 자유는 언론사 소유주의 자유’라고 강변해온 뻔뻔한 족벌 신문들의 참주선동에 흔들리지 않은 현명함이 녹아 있다. 하지만 그 현명함은 불법·탈법 불공정 거래행위를 자행하는 족벌신문들의 행태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면죄부는 회수돼야 한다. 신문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면죄부 회수 작업에 나설 것임을 약속한다.

2006년 6월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인권센터·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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