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에는 ‘자료’가 없다고들 한다. 언론사들이 자사의 소유 및 경영상황을 공개하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전국단위 일간신문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경영상황이 비교적 자세히 공개되고 있지만 지역신문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지역신문 소유구조 분석을 통해 독자에게 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열악한 지역신문시장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 편집자

수도권

인천·경기지역 신문사는 현재 17개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문사 간 경쟁이 여타 지역보다 치열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중에서 경기일보, 경인일보, 중부일보, 기호일보, 인천일보 등 5개사의 소유구조를 분석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난 2월 지역신문 우선지원대상사로 경기·경인·인천일보를 선정한 바 있다.
 
경기일보는 한동건설 신항철 대표이사(19.71%)와 수원지역에서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는 이춘택씨(17.84%), 사업가 이순국씨(11.93%) 등 3명이 전체 주식의 49.48%를 소유하고 있다. 경기일보 고위관계자는 “1988년 창간 당시 수원지역 유지들이 중심이 돼서 만들었다”며 “지금은 23명의 주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1대 주주인 신항철 대표이사는 신선철 현 경기일보 회장의 동생이다. 신 회장은 지역 건설업체 등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광고비를 챙긴 혐의로 지난 2001년 10월 23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역언론사 주식보유현황>

지역 언론계에서는 “한동건설이란 모 기업을 두고 형제들끼리 신문사를 넘겨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이 명확하게 분리돼 있다고 자부한다”고 반박했다.

   
▲ 전국 일간신문 등록 현황(3월21일 기준)
경인일보는 수 차례에 걸친 노사갈등의 역사가 소유지분에 담겨있다. 노조는 지난 2002년 9월 대주주인 이길녀 가천길재단 회장의 일방적 경영방식에 맞서 단식농성 등 투쟁을 했다. 결국 이 회장은 현 주주인 유니스건설, 남우건설, 이영길 등 7인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자신의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당시 컨소시엄 대표가 현 경인일보 송광석 사장이다. 그동안 지분에 조금 변동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틀은 유지되고 있다.

인천일보는 소유구조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기존 1대주주인 신화수씨가 회사에서 손을 떼는 대신 윤승만 크레타건설 대표이사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 받았다. 윤 사장은 지난달 말 “10월까지 42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그 중 일부인 17억 원이 회사에 입금돼 소유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정찬흥 노조 위원장은 “윤 사장이 경영과 소유의 분리 원칙을 천명했다”며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중부일보의 경우 출판·인쇄회사인 웅지기획원과 전시·조형물 제작업체인 오담문화기획이 주식  72.27%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임완수 현 회장과 임 회장의 아들인 임재율 대표이사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중부일보 관계자는 “임 회장이 웅지기획원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오담문화기획도 중부일보 부설연구소 산하에 있다. 오담문화기획 관계자는 “모체는 중부일보이지만 지금은 어디에 소속돼 있느냐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로 임 회장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 2004년 3월 기자경험이 전혀 없는 자신의 딸 임승현 당시 부사장에게 편집국장을 겸직하도록 했다가 지역사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강원 지역

강원도는 단일지역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적은 일간신문이 등록돼 있는 곳이다.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1992년 강원일보 경영진과 마찰을 빚던 노조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도민주신문이다.

하지만 안형순 대표이사 지분이 창간 당시보다 지나치게 높아졌고, 건설사(현진종합건설)와 운수업체(주주명 김종필) 지분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고위관계자는 “주식매매 등을 통해 주주현황이 바뀌었다”며 “주주들이 주주행세를 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원일보의 소유구조는 전국에서도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1대주주인 강원흥업(32.43% 소유)이 2대 주주인 강원사회복지재단 산하에 있는 운수회사이기 때문이다. 강원사회복지재단이 주식의 52.49%를 소유한 사실상의 대주주인 것이다. 강원일보와 재단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아꼈다. 추론컨대 비영리법인인 재단이 운수업체를 거느릴 수 있는 것은 운수업체가 재단의 수익용 재단으로 잡혀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강원사회복지재단이 강원일보의 문화재단”이라는 강원일보 관계자의 설명을 덧붙이면 대기업의 순환출자구조를 ‘빰 치는’ 소유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강원사회복지재단은 지난 1989년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지역유지들과 사재를 출연해 만든 법인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강원흥업·강원여객을 포함해 강원도에 있는 재산을 재단에 기증하고 손을 뗐다”고 해명했다.

대전·충청지역

대전지역은 지역토호 기업보다는 ‘지역 유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조사대상 5개사 중 4개사가 이런 경향을 보였다. 충북일보와 한빛일보 대주주는 각각 충북지역개발회 회장과 청주사랑시민연합 고문을 맡고 있는 등 지역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오가며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남재두 대전일보 회장도 부친인 남정섭 전 회장의 뒤를 이은 경우에 해당된다. 대전일보 1대주주 남정호씨는 남재두 회장의 외아들이다.

중도일보는 사실상 김원식 부원건설 사장(중도일보 대표이사 사장)의 소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원건설과 부원산업개발이 주식의 97.41%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소액도 자신과 중도일보에서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 부원산업개발 사장이 가지고 있다.

충청투데이 정남진 대표이사 사장은 지역에서 장례사업을 하다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신문사를 인수했다. 지난 2001년 대전매일을 인수해 충청투데이로 제호를 변경했다. 정 사장은 고 정인호 대전방송 회장의 아들이며, 정인범 우성사료 창업주와 숙질간이다. 정보연 현 대전방송 대표이사는 우성사료 창업주의 장남이자 정 사장의 사촌형이다. 우성사료는 충청권 매출 상위 5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다.

지역언론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대전매일 직원들이 장례사업을 해서 돈을 번 정남진씨를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대구·경북지역은 각종 소유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지역유지(대구일보), 해운업체(경북일보), 천주교유지재단(매일신문), 건설사(영남일보) 등이 각기 신문을 소유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전통적으로 대구천주교유지재단이 98.92%를 소유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난 2004년 12월 3일 동양종합건설 컨소시엄이 인수하면서 건설자본 아래에 놓이게 됐다. 현재 동양종합건설과 동양에코가 영남일보 주식 96.69%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성로 영남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동양종합건설과 폐기물처리업체인 동양에코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영남일보 고위관계자는 “법정관리 중인 회사를 아무도 인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배 사장이) 강권 당하다시피 인수하게 됐다”며 “편집국장도 기자들이 뽑으니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일보 주식 48%를 소유하고 있는 황인창씨는 대아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대아그룹은 대아여행사, 대아고속해운, 경주컨트리클럽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황인창 대아그룹 회장의 형제와 아들도 주식 52%를 소유하고 있다. 황 회장의 집안이 소유한 신문인 셈이다.

부산·경남지역

부산·경남지역은 전국에서 소유구조가 가장 공적구조에 가까운 신문사들이 몰려있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 국제신문은 국제장학재단·국제장학문화재단, 경남도민일보는 도민주주, 경남신문은 경남대를 소유하고 있는 한마학원이 최대주주로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삼영창업투자와 이종환·이후혁 등 지역 기업과 개인사업가 6200여명이 주식을 소유한 도민주신문이다.

경남신문은 지난 2004년 3월 김상수 한림토건·한림건설 회장이 인수했다 1년 6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한 이후 한마학원 소유로 넘어갔다. 김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14일 경남지역 건설업체를 상대로 비판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비싸게 받아낸 혐의(공갈)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대표이사는 기소 한달여 전인 9월 2일 한림토건·한림건설 소유의 주식 67.3%를 한마학원에 무상 기증한 것이 참작돼 12월 9일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단독에서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남신문의 한 관계자는 “한림건설과 한림토건의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한 것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그 때는 공격적인 경영이었다면 지금은 언론의 길을 바로잡자는 변화가 있다”며 김 전 대표이사의 ‘전횡’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사대상 신문 중에서는 유일하게 경상일보의 대주주가 평창종합건설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식 9.7%를 소유한 3대 주주가 김복만 울산대 교수(부사장)인 점도 눈에 띈다.

광주·호남지역

광주·호남 지역일간신문은 지역 토호기업의 소유경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조사대상 신문사 7개 중에서 5개사의 대주주가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새전북신문이 사원주 100%로 가장 공적소유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전북도민일보가 특정 주주에게 지분이 집중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북도민일보를 도민주신문으로 볼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택수 현 부사장의 특수관계인과 관계회사가 전체 주식의 29.81%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일보 관계자는 “우리는 도민공모주로 지분분산이 잘 돼있다. 1주 가지고 있는 주주도 있다”고 밝혔다.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이 지분의 45.9%를 소유한 전북일보의 경우에도 주주현황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우석학원 사무국장’ ‘전북일보 경리부장’ ‘우석학원 김제병원 행정부장’ 등 주요주주 대부분이 우석학원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전북중앙신문 이창승 사장은 초대 민선 전주시장을 지냈다.

전북중앙신문, 광주매일, 광주일보, 전남일보는 각각 코아그룹(주력업 호텔), 동강그룹(건설), 대주그룹(건설), 조선내화(제철) 등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 특히 전남일보 이훈동 대표이사 회장(조선내화 회장)의 손자 재혁, 재욱씨도 각각 신문사 지분의 15%와 10%를 소유하고 있었다.

제주지역

제민일보와 한라일보는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제민일보는 지난 1990년 창립당시 도민주신문으로 출발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부투자자 지분이 늘어 지금은 1인 소유  형태가 됐다. 일본에서 건설사와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황 제민일보 회장과 그의 부인, 아들이 지분의 76.32%를 소유하고 있다. 제민일보 관계자는 “김 회장의 지분은 창간 당시에도 있었는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워진 회사에 김 회장이 자연스럽게 투자하면서 특수관계자 지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라일보의 소유지분은 그 속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전기공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청암기업이 만든 청암문화재단 이사장이 신문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주식 7.24%를 소유한 2대주주 강만생씨는 대표이사 사장을, 3대 주주 조재린씨는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대주주는 용성건설 전 대표로,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양광수씨로 돼 있다. 한라일보 관계자는 “김찬경 미래상호신용금고 회장이 실제 대주주”라고 했으나 박성찬 감사는 “2년 전에 다 정리된 일이다.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성완·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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