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빠졌지요? 그럼 공산주의가 좋은 나라인가요?’ 월간조선 9월호에 게재된 장문의 기사는 이러한 제목을 달고 있다. 이 기사는 지난 7월호 월간조선에 실린 ‘이상한 통일원의 공익캠페인’ 기사의 후속편이다. 월간조선은 당시 이 기사에서 “통일원이 4개월간 MBC와 공동으로 실시한 공익광고가 현 정부의 통일 정책을 오해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7월호 기사의 반향은 컸다. 통일원의 반발을 불러왔고 통일원의 공익 광고 자료로 이용된 ‘나는야 통일 1세대’(천재교육간)를 쓴 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월간조선이 이 책과 자신에게 ‘용공’ 혐의를 씌우고 있다며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우익단체들은 월간조선의 기사를 토대로 통일원 해체, 장관 퇴진, 이장희 교수 구속수사를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경실련과 시민단체 연대 차원에서 강력 대응 의사를 밝혔고 언론중재위 중재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불성립 처리됐다. 결국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월간조선의 9월호 보도는 이장희 교수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 기사는 장문이지만 요지는 비교적 간단하다.

“문제가 됐던 ‘나는야 통일 1세대’란 책에 실린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글이 저자와 출판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 편집된 채 출판됐다”는 것이다.

월간조선 이동욱기자는 구체적인 증거로 두 어린이의 실제 원고와 책에 게재된 내용의 차이점을 제시하고 있다. 안산시 경일초등학교 권모양의 경우 ‘북한주민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의 못된 마음을 알려주어아 하겠다’는 구절이 삭제됐고 서울공덕초등학교 임모양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선 항상 전쟁 준비에 자유란 언어도 쓰이지 않게 될 것이다’는 구절이 왜곡 변형된채 소개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명의 관련자들이 등장한다. 해당 어린이들과의 인터뷰, 부모의 반응, 선생님들의 입장, 출판사 기획실장과의 논쟁 등등…. 출판사측을 제외한 다른 등장 인물들의 의견은 한결같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어린이들의 동심까지 짓밟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월간 시사잡지인 월간조선이 ‘작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보도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보복성 기사’라는 것이다. ‘대 월간조선에 반기’를 든 사람들에 대한 융단폭격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인 주조이다. 기자의 자의로 사실을 취사선택해 내보냈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의 의견만을 확대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장희교수와 출판사인 천재교육측은 무엇보다 월간조선이 편집 관행과 지면 관계로 불가피하게 삭제한 내용을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삭제한 것인양 매도했다는 주장이다.

천재교육측은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의 글을 1쪽이상 싣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며 “편집상 1쪽을 넘어선 글들은 편집상 다듬을 수 밖에 없었고 비단 월간조선이 문제삼은 글 이외에도 10여개가 넘는 글들이 이같은 이유때문에 삭제됐다. 그런데 왜 유독 두 글만 문제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재교육측은 특히 월간조선측이 취재과정에서 해당 편집자의 이력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취재자체가 ‘의도적’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시각이다.

이장희 교수는 자신이 직접 나서 어린이들의 글을 삭제, 왜곡한 것처럼 월간조선이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순전히 편집상의 이유 때문에 편집진이 원고를 삭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와 천재교육측은 결과적으로 월간조선 보도를 자유로운 통일논의를 가로막고 흑백논리에 기반한 ‘악의적 보도’로 규정하고 있다. 월간조선 보도는 결국 법정으로까지 번질 기색이다. 이장희교수는 “조만간 변호인단을 구성해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며 “비단 나의 명예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편협한 언론사의 통일관에 희생되는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도 기필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 서희건 부장은 “당초 통일원이 균형적인 시각을 상실한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취재를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 교수의 반발을 불러 왔고 이를 규명하는 차원에서 어린이들의 순수한 글이 왜곡된채 출판된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특정한 의도를 갖고 보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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