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닙니다.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간직된 역사적 문제입니다.”

광복절 전날이었던 지난 8월 14일, 이건우 씨 등 재일교포 7명을 대리해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박탈해온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 37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김원일 변호사(시민합동법률사무소·34)는 재외국민들의 선거권 박탈 문제는 식민지 역사라는 민족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등지에 거주하는 많은 재외국민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제 이주· 징용의 산물이기에 단순한 법리적 차원의 문제만으로 볼 게 아니라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이 사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한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민으로서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재외국민들의 자존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헌법소원의 요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며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방안중의 하나가 선거권이다. 때문에 선거권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법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에 기재된 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때문에 주권을 가진 재외 국민들은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다.”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투표과정에 소요될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투표결과에 대한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민주주의사회에서 선거권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권리이며 핵심권리이다. 이를 비용과 절차의 문제로 제약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비용과 절차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충분히 강구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성 담보 문제 역시 보완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기본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병역, 납세 등의 의무를 지지 않는 이들에게 과연 선거권을 주어야 하는가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물론 의무이행이란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의 국민과 똑같은 의무를 요구하는 식이어선 안된다. 의무이행을 주장하는 논리의 동일선상에서 과연 그들은 국가로부터 경찰력, 사회간접자본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가란 반문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재외국민들의 처지에 맞는 의무이행방식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번 대선전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이번 선거가 끝난후면 또다시 5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지난 75년 재외시민투표권법을 제정, 재외국민의 최종 주소지 관할 주정부의 관리하에 우편을 통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스위스, 스웨덴등도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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