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95년 5월17일자 창간호부터 1년 6개월 동안 언론학자 주동황·김해식·박용규 박사의 공동작업으로 연재했던 ‘신문자본연구’가 “한국 언론사의 이해”라는 단행본으로 묶어져 나왔다. “한국 언론사의 이해”는 일제하부터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약 80여년에 걸친 언론사를 자본과 권력, 그리고 이에 맞선 언론민주화투쟁의 관점에서 새롭게 기술(記述)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사를 다룬 각종 서적과 논문은 많았지만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 언론사를 정리한 성과물은 일찌기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각별한 주목을 끈다.

이 책은 일제하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민간지가 어떤 정치적 조건과 어떤 성격의 자본에 의해 탄생했는가를 먼저 짚음으로써 우리 언론이 운명적으로 짊어지게 된 자본과 권력의 굴레를 천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후 언론이 미군정과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거쳐 오면서 어떻게 분단체제 고착과 친미우익적 이데올로기의 나팔수로 기능하게 되는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박 정권은 한 손에는 채찍과 다른 손에는 당근을 쥐고 언론을 뒤흔들었다. 언론계 한편에선 진보지 ‘민족일보’ 폐간 및 사장 조용수 사형, 비판지 경향신문 경매처분 사태가 발생했으며 다른 한편에선 재벌신문인 중앙일보가 탄생하고 조선일보의 호텔건축에 대한 특혜가 이뤄졌다. 그러나 폭압이 강할수록 저항도 거셌다. 유신치하 언론인들은 언론노조 결성과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이에 맞섰다.

이 책은 우리 언론에 덮씌어진 자본과 권력의 굴레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쳐오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문민정부라고 하는 김영삼 정권하에서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진단하고 있다. 즉 한국언론은 역대 정권으로부터 온갖 경제적 특혜를 받아 성장했으며, 특히 군사정권에 의해 극도로 통제된 언론규제는 막대한 시장독과점 이윤을 생성시켰고 그 축적을 통해 현재와 같은 비대언론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맺고 있다. “언론자본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언론개혁이 불가능하고, 언론개혁 없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간 /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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