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한겨레의 ‘중형 잠수함 도입 추진 수의계약방식 논란’ 기사를 문제 삼아 담당기자의 출입증을 회수한 것은 국방부 내부 규정을 앞세워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를 제한한 것임은 물론, 출입기자 교체 요구엔 언론 통제 의도 마저 엿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한겨레 기사와 관련해 지난 20일 한겨레 김도형기자에게 잠수함 사업이 국가기밀사업이라며 수차례 엠바고(보도 자제)를 요구했지만 김기자가 이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출입증 회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가 국가 기밀을 유출한 데 따른 적절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해를 끼친 보도를 한 때 출입증을 회수할 수 있다”는 국방보도규정 31조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겨레 김도형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방부 고위관계자들 가운데 잠수함 도입 사업이 군사비밀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뒤늦게 기사가 출고될 시점에 엠바고를 요청한 것은 보도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자는 또 잠수함 도입사업은 이미 지난해 6월 연합통신이 자세히 보도한 만큼 군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실제 이번 보도 파장 이후 국방부 내부에서도 한겨레의 잠수함 도입사업 관련 기사가 군 기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자가 엠바고를 거부할 당시엔 국방부 관계자가 “군 기밀법에 저촉된다”고 경고했지만 지난 22일 한겨레측에 보낸 공문에서는 관련 기사가 군 기밀법을 위반했다는 언급이 없었던 것은 이같은 의견 차이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군사 비밀의 범위와 누설 책임과 관련해 지난 92년 2월 옛 군사기밀보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군사기밀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최소화해야 한다”며 “군사기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 실질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잠수함 도입사업을 군사 기밀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볼 때 국방부의 출입증 회수와 기자 교체 요구는 일차적으로 김도형기자가 국방부의 엠바고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감정적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기자 출입증 회수는 신군부 집권 당시인 지난 80년 국방부 대변인이 심한 말다툼 끝에 한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강제로 박탈한 것 이외에 단 한번도 적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출입증 회수는 사실상 국방부 관계자와의 접촉을 불허한다는 것으로 취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뿐 아니라 국방부 대변인이 직접 한겨레를 방문해 공개적으로 “기자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언론사와 출입처의 관행상 좀 처럼 보기 드문 대목이다.

국방부는 이번 한겨레에 대한 출입증 회수와 기자 교체 요구에 대해 “군 기밀 사항인 만큼 엠바고를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김도형기자를 교체해 달라는 것일 뿐 그외의 어떤 다른 의도도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출입기자는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당사자인 한겨레는 국방부의 출입증 회수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겨레 박우정 편집국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자 개인이나 한겨레의 문제로 볼 수 없고 국민의 알권리를 군 기밀을 앞세워 봉쇄하려는 것인 만큼 국방부 결정의 부당성을 지면을 통해 계속 지적함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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