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 인사조치가 있은지 일주일여가 지났는데도 경향신문 내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노조는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지만 사측은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꼼짝도 안하는 분위기. 경향의 8·20 인사 안팎을 살펴본다.

특종기자마저 전보발령

O…광고국으로 전직배치된 한 편집기자는 사측이 이번 인사기준으로 인사고과를 들고 나오자 “시말서 한 번 쓴 적 없다”며 항변. 이 기자는 전임부장이 야간조로 옮기라는 요구를 자신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며 분개했다.

이기자는 또 ‘귀향’을 ‘염원’해온 부친의 압력에 못이겨 고향인 전주주재를 자원한 적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같은 일들이 전임부장에게 밉보여 살생부 명단에 든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O…KAL기 참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는 사진을 단독 촬영한 사진부 박모기자가 이번 부당전직 인사 대상자에 포함되자 이번 인사의 무원칙에 또한번 분개.

특히 이번에 박기자가 특종 촬영한 사진이 경향신문이 아닌 한겨레에 단독 보도되고, 정작 경향신문에는 만 하루가 지나서야 게재된 사실이 알려지자 신문제작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편집 책임자가 오히려 이번 인사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 단결 추가조치 막아

O…사장실 기획위원 발령은 사실상 해고통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3월 경영전략본부가 구성된 이후 신설된 사장실 기획위원은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광고영업이 주업무. 지난 6·2 인사에서 사장실 기획위원으로 발령받은 박모국장 등 간부 5명은 모두 ‘영업실적 저조’라는 이유로 사표종용을 받았다.

이중 모인사는 경제부기자 시절의 경험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4천만원의 광고를 수주했으나 결국 “목표액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번 전직인사에서도 사장실 기획위원으로 발령받은 4명의 편집국 차장대우 중 2명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O…지난 25일 가진 ‘부당전직 철회·고용조정협의 촉구를 위한 3차 조합원 결의대회’에도 2백5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 1·2차 결의대회의 전열을 유지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윤순위원장은 “총파업 의지로 부당전직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신문을 우리가 만들자”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또 “최근 출판국 몇명을 마감 끝나면 추가로 인사조치한다더라 하는 설이 분분했으나 사측이 이를 시행하지 못한 것은 조합원들이 단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끝까지 힘을 모으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경향신문 사옥주변을 돌며 ‘부당전직 철회하라’ ‘경영진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한편 본관과 별관 사이 공터에서 이루어져 주변일대에 경향신문 사태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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