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간부들에게 경고합니다.세계일보는 결코 정치지향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 징검다리가 아닙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 캐피탈 호텔에서 열린 세계일보 손병우 부사장과 차장급 이상 간부사원들간의 간담회는 시종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손 부사장은 사전에 작심한 듯 세계일보 경영진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발언 중간중간 이상회 사장, 강수웅 편집국장 등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공식석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인도 2-3년 있다가 정치권 한자리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앞으로 어떤 정당이 권력을 쥘 것이라고 기대하고 미리 해바라기처럼 행세해서야 되겠는가” “91년 수서비리 보도로 많은 곤욕을 치렀지만 보람이 있었다. 노태우와 그 일당이 어떻게 됐는가.

통한이 있다면 당시 종양을 완전히 잘라내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바뀐다고 먼지 쌓인 발자취까지 지울 생각은 하지 말라” 등등.

손 부사장은 지난 3월 30일 곽 부회장 부임과 함께 주필직에서 경질 된 이후 그동안 미국에 체류해 왔다. 세계일보 사태 와중에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손 부사장의 이번 발언은 당장은 ‘영입 경영진’들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들 인사들을 영입한 곽정환 부회장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되고 있다.

손 부사장은 이날 문선명회장의 뜻과 이념을 빌어 자신이 아직도 세계일보의 인사권과 경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이상회 사장 체제가 겉으론 곽 부회장의 지원 아래 강경 일변도로 나가고 있지만 안팎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통일교 안팎에선 세계일보가 ‘TK 세력’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편집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우려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지난 7일 문선명 회장 자택에서 통일교 핵심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세계일보 대책회의’ 석상에서도 정식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부사장도 20일 세계일보의 특정 정치세력에 호의적인 보도태도를 언급했다.

손 부사장의 발언은 확산되고 있는 통일교내부의 ‘반 곽정환 기류’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