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미 라스베이가스 카지노 도박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은 누구일까. 검찰 주변에선 전체 수사 대상자 1백여명 가운데 4-5명이 언론인들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상태에서 직접 거명된 사람은 서울방송(SBS) 이기진 PD 한 명 뿐이다. MBC는 21일 9시뉴스를 통해 억대 도박혐의로 검찰이 추적 중인 인사를 언급하면서 이 PD를 실명으로 거론했다.

‘음반제작자 변두섭씨와 라스베이가스 카지노에서 50만달러를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것이 보도내용.쇼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 PD는 MBC의 보도 이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는 22일 각 언론사에 돌린 해명서를 통해 “슈퍼엘리트 모델 대회 해외 결선 탐사차 미국을 방문해 우연히 문제의 미라지 호텔카지노를 방문해 한국에서 온 여러 인사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거액을 탕진하거나 도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6천만원짜리 전세집이 전 재산인 마당에 거액을 탕진할 돈도, 카지노 업체로부터 돈을 빌릴만한 신세도 아니라는 항변이다. 이 PD는 법적 소송을 통해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PD의 경우와는 별도로 방송사 PD들은 이번 카지노 도박 사건에 음반 제작업체 사장들과 가요 매니저들이 다수 연루되면서 유탄이 튀고 있다.

라스베이가스에 놀러갔다가 동행한 PD들에게 카지노를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수사한 한 검사가 상가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검찰 출입기자에게 현재 내사가 진행중인 방송PD들의 이름을 흘리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져 방송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모 조간지 사장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이 인사는 지난 8월 5일 구속된 정원근 전 상아제약 회장 장모가 사위의 구속 직후 각 언론사에 돌린 진정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 전 회장의 장모인 백신숙씨는 “사위와 함께 도박을 했다”며 관련인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기했다가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서둘러 이를 취소했었다.

검찰도 공식적으로 기자들의 취재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그동안 미국 출입이 잦았고 개인적으로 정 전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나누어 온 것으로 알려져 의혹의 시선이 완전히 사그러지진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언론사 사주들의 경우 대형 도박 사건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된 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도 동아일보가 동두천 카지노 업체에 출입하는 한국인 실태를 취재하던 도중 이 곳에 모 언론사 사주가 자주 드나든다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사회 부유층의 도박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언론계도 결코 ‘도박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이번 사건은 또 다시 실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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