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가 시청률을 광고요금 책정 기준으로 삼는 ‘시장 가격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광고공사는 오는 9월1일 실시하는 EBS 방송광고에 SA, A, B, C 등 각 시급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는 광고요금 고정가격제를 탄력적인 요금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다른 방송 매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제도를 98년도 요금 책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공사가 검토하고 있는 탄력적인 요금체계는 ‘시청률’에 따라 광고요금을 조정하는 것.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그만큼 광고가격이 높아진다. 광고공사는 시청률이 어떤 다른 요소보다도 시장경제다운 잣대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광고공사는 시청률 조사자료를 보완하는 대로 새 제도를 최대한 빨리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률 중심의 시장 가격 연동제는 방송계 안팎에서 비난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시청률 경쟁은 단지 그 경쟁만으로도 벌써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인기가 있다면 타방송사 프로그램 베끼기도 서슴지않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국민교육 차원에서 중요한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관계 설정의 드라마나 모욕적인 언사의 라디오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높으면 방송위원회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청률이 방송사 경영과 직결되는 광고요금으로 연결될 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지고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시청률 조사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이루어질지도 미지수. 결국 광고공사의 계획은 공익성과 공영성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공영 방송체계를 그 근간부터 뒤흔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TV 방송사들은 일단 시장 가격 연동제 도입에는 현실적인 난제들이 많다며 더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SBS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광고공사의 영업 대행논리는 광고주로부터의 압력을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구상은 이같은 명분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공사 독점영업권 자체가 비시장경제적 요소다. 그게 사라지면 자연히 시장요소는 도입될 텐데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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