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은 국민을 위한 언론자유의 실천을 위해 중앙 유력 일간지의 편집국장이라는 막강한 ‘권좌’를 스스로 포기했으니 국민언론의 논설위원인 것이다.”

“김주필이 ‘직필의 달인’이라는 건 우리 언론 현실을 전제로 할 경우엔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언론다운 언론을 상정하여 말하자면 그는 ‘처세의 달인’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가 최근 언론계의 원로급 인사인 김중배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에 대해 각각 상반된 평가의 글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글들이 발표된 지면은 강교수가 1인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발행하고 있는 ‘인물과 사상’(개마고원 간) 3권과 ‘월간 말’ 9월호. 강교수는 김 위원이 91년 9월 6일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취임식에서 “언론은 이제 권력과의 싸움에서 보다 원천적인 제약 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역설한 ‘김중배 선언’의 의미부터 조명하고 있다.

이 선언은 언론사주들이 이미 언론자유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막강한 사회적 권력의 일부로 편입됐으며 이들에 의한 언론통제는 권력의 통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란 점을 이미 5년전 경고했다는 점에서 언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김위원이 동아일보 재직 시절 장영자·이철희 사건을 고발한 칼럼 ‘서울은 몇 시인가’를 썼다 악명높은 남산 지하실에 끌려 가고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에 대해 언론이 숨죽이고 있을 때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라는 칼럼을 게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일도 강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김위원에게 돌아온 것은 ‘체제부정’과 ‘국민위화감 조성’이란 사주의 비난이었다는 사실도.

강교수는 ‘언론인 김중배’ 뿐만 아니라 ‘인간 김중배’의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국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본주의와 대의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대이론의 부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지식인이며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선의의 해석을 하는 활짝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강교수의 판단에 따르면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김위원의 대척점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그는 ‘시사저널’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선정할 만큼 언론계 안팎에서 막강한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그의 칼럼은 ‘김대중=직필’ ‘당대 제일 논객’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칼럼의 표본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강교수는 김주필의 글이 직필을 가장한 곡필이라고 서슴없이 평가했다.
강교수는 김주필이 “우리 사회가 ‘왼쪽 날개’에 의해 장악이라도 된 듯이 호들갑을 떨고 북한과의 대화는 절대 불가능한 듯이 호전성을 드러내는 등 이념문제에는 우직함을 자랑하지만 정치문제에 관한 한 그 재주가 지나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품성’이 강한 칼럼을 생산해낸다”며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이중성의 축쇄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필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면서 권력의 손을 들어주고 있으며 이를 양비론으로 교묘히 포장해 독자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교수는 김주필만 탓할 문제가 아니라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 아니었을까고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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