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랑스 등에선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취재방식에 부정적이다. ‘알권리’보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방송프로그램이 잇따라 법정에서 패소당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22일 몰래카메라로 식품회사의 내부를 촬영해 보도한 미국의 ABC방송과 담당 프로듀서 2명에게 사기와 무단침입죄를 적용, 각각 5백50만달러, 4만5천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식품회사에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ABC방송의 리처드 캐플런과 이라 로슨 등 2명의 프로듀서는 미국의 슈퍼체인점인 푸드라이언사에 육류담당관리자와 점원으로 위장취업, 몰래카메라로 현장을 촬영, 이 회사가 상한 고기와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을 팔고 있다는 기사를 제작해, 92년 11월 5일 ‘프라임타임 라이브’에 방송했다.

푸드라이언사는 곧바로 AB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앞서 ABC는 또다른 ‘무단촬영보도’가 문제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었다.

ABC의 ‘프라임타임 라이브’는 93년 2월 18일 PMG 사무실에서 이회사 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몰래 찍어 보도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불법적인 도청이나 녹화가 금지되는 사무실 내 대화를 은밀하게 녹화한 방송사의 행위는 캘리포니아 주헌법 제1조 1항 사적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프랑스에서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보도윤리에 어긋난다며 방송사 자체적으로 폐지한 사례도 있었다.

프랑스 F2는 초소형 비밀 카메라로 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담겠다고 기획했던 ‘영상으로 증명한다’를 95년 9월 18일 첫방송 직후 바로 폐지해 버렸다. F2의 사장인 장 피에르 엘카바슈는 “제작과 촬영조건 모두가 공영방송이 지켜야할 윤리규정에 위배된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당시 F2의 기자단도 주제에 대한 조사와 촬영방법이 직업정신에 어긋난다며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몰래카메라에 의한 초상권침해와는 그 성격이 다르지만 이번 ‘2580’패소건의 핵심논쟁거리인 제작진과 피방영자측과의 약속 파기에 따른 초상권 침해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 사례가 있었다.

지난 95년 6월 13일 유방확대 수술의 부작용을 방송했던 ‘PD수첩’을 상대로 정금자 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인천 지방법원의 판결은 이번 ‘2580’ 보도에 관한 판결과는 달리 초상권에 대한 엄격한 적용보다는 ‘취재의 자유’에 더 무게를 실어주었다.

정금자 씨는 당시‘PD수첩’이 실리콘 백을 이용한 유방확대 성형수술로 인한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프로그램에 출연,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하자 모습과 음성을 변조하여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를 받아들였으나 화면(그림자 화면)에서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나타났고, 음성을 변조하지 않은 채 방송, 결국 자신의 사생활과 초상권 등이 침해됐다며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화면을 그림자로 처리하였고, 가명을 사용하는 등의 조치로 그 방송을 시청한 사람 중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피방영자의 초상권 및 사생활 보장의 범위를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한 “언론매체로 하여금 그 보도행위에 있어 이른바 숨길 수 있는 여유공간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 프라이버시보다는 알권리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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