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기자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대승이가 선배가 먹인 술에 죽었어요.” 울부짖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이렇게 시사매거진 2580의 취재는 시작됐다. 연세대 학생들은 제소했고 일부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그들은 자신들의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했다지만 어찌 구타장면을 허가받고 촬영할 수 있겠는가.

나이트클럽은 학생들이 허가해도 업소측에서 촬영을 중지시킨다. 부득이 ‘몰래카메라’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구타장면은 다중이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 오디오맨이 우연히 발견하고 촬영한 것이다.

얼굴과 목소리를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고 이 때문에 자막까지 사용해야 했다. 더구나 학교와 학생들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학생들은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자신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가지고 그것도 근절되어야 할 학원의 폭력장면이 사생활의 비밀과 초상권의 침해인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폭력장면 등 부당행위가 초상권 보호아래 모두 얼굴이 가려지고 목소리가 변조된다면 누가 자신의 폭력을 제어할 수 있겠는가.

당시 프로그램은 술마시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있었다.

재판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들어와 강제로 술을 마시게 되는 신입생들의 불안과 졸지에 자식의 죽음을 맞게된 부모의 찢겨진 심정을 헤아려야 했을 것이다.

또 설령 초상권이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학생신분인 만큼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야지 돈으로 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도대체 그 잣대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당시 화면에 나온 고려대학생도, 지방대 학생도, 길에 쓰러진 학생, 스쳐지나가는 학생도 모두 제소할 판이다.

이제 시사고발프로그램은 부조리와 폭력에 대해 적당히 못본척 눈감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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