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취재수법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지난 8월초 몰래카메라를 사용하여 초상권을 침해한 방송사에 대하여 1천6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동안 우리 방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비열하고도 사기적인 취재기법을 종종 활용해왔다. 그것은 취재 과정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을 충격적인 장면으로 사로잡는다는 매력 때문에 뉴스 프로그램이든 또는 오락 프로그램이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써왔던 것이다.

물론 우리 방송은 ‘숨은 양심’을 찾기 위한다거나 사회의 어두운 비리를 고발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내세웠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면 거리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고 적외선 취재장비를 이용하면 어둠의 장벽도 뛰어넘기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특히 취재가 어려운 대상을 공략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

가령 관리들의 뇌물수수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가짜 술집을 차려놓고 함정취재한다든지, 마약이나 매춘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고객으로 가장한다든지, 하급관청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상급 기관원 행세를 한다든지,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수사관을 사칭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몰래카메라 수법은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이다. 취재의 편의를 위한 속임수, 적은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의 몰래카메라는 윤리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더 이상 법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만약 경찰이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한다면 누구나 비난할 것이다. 그렇듯 공익성이 강조되는 방송이 아무리 ‘정의의 횃불‘을 들기 위해서라고 해도 스스로 범법을 저지르는 것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이제는 시민이 아닌 방송의 ‘숨은 양심’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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