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매매 의혹-황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의 취재윤리 위반-줄기세포 진위논란'으로 이어진 '황우석 파동'이 15일 "현재 줄기세포가 없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언론들은 연구윤리 위반은 '너그럽게 용서한' 반면 MBC 의 취재윤리 위반은 매섭게 꾸짖었고 더 나아가 PD저널리즘 자체를 부정하는 보도를 했다. 또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거나 공방으로 처리하면서 진실규명에는 손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과 노 이사장의 발언이 나오자 '황우석 띄우기'에 나섰던 언론들은 황 교수에게 등을 돌리고 나서고 있다. 이런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색깔론' 같은 비이성적 보도로 상황을 호도했던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과학 아닌 감정에 호소=언론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과학적이라기보다 감정적으로 접근했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비이성적 보도태도는 이번 사건을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조선일보가 "교수님의 대응이 국민과 여론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요즘 교수님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극 중의 일처럼 느껴진다"(12월14일 양상훈 정치부장 칼럼 <황우석은 과학자여야 합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황 교수의 감정적 대응을 생중계하며 감정에 호소했던 것은 조선일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이었다. 

   
▲ 조선일보 11월25일자 9면
조선은 윤리 논란으로 황 교수가 수세에 몰리자 <"부활하라, 황우석!" 국민들 응원 물결>(11월25일 9면)에서 "왜곡선정 방송으로 황 교수를 음해하고 국익을 손상시킨 데 대해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누리꾼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여과없이 보도했고, <황우석 교수 11일만에 심경 토로/"너무 힘들어서 다 접고 싶었다">(12월6일 1면)에서 "이런 풍토에서 이런 과학이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었다. 어찌됐든 상황이 이러니 기다려달라. 상황이 사그라지고 과학을 과학으로 볼 수 있을 때(연구실로 돌아가겠다)…"라며 동정론을 불러일으켰다. 

   
▲ 조선일보 11월24일자 3면
<황 교수 "연구실 가기도 싫다"지만…시민격려는 쇄도>(11월24일 3면)에서 부제를 <윤리문제 일방 매도에 허탈…"결국 시련 이겨낼 것"/"힘내세요" 난자 기증 확산…정치권도 적극지원 나서>로 뽑은 것이나, <울어버린 안규리 교수>(12월7일 8면)에서 진달래꽃 이미지와 함께 안 교수의 포옹 장면을 편집한 것은 감성에 호소한 대표적 예이다. 

▷연구윤리 위반 침묵= 이 윤리논란을 제기하자 언론은 윤리논쟁 진화에 나섰다. 황 교수를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가 돼있던' 언론은 24일 황 교수가 해명을 내놓자 황 교수 본격적으로 감쌌다.

조선은 일찌감치 "황 교수는 아무도 가본 일 없는 개척자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다. 손을 대는 연구가 대부분 세계적으로 처음 해보는 것인 만큼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절차나 명문화된 윤리 규정이 없다. 이러한 과도기적 과정에서 생긴 일로 황 교수팀 연구의 가치가 흔들리고 도덕성이 의심받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황우석 연구'가 윤리 논란을 피할 수 있으려면> 11월15일 사설)며 윤리위반에 대한 문제제기를 봉쇄하는 듯 했다.

조선은 황 교수가 해명한 후 "천연두 백신은 자기 아들에게 천연두 환자의 분비물을 주사한 사람들 덕분에 개발이 가능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의사도 자기 가족에게 접종을 해봤고, 식중독균을 밝혀내려고 균이 든 케이크를 나눠 먹은 의사들도 있다 (…) (난자를 제공한) 황 교수팀 여성 연구원을 비난할 수는 없다.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했지만 당시는 그걸 금지하던 법이 없던 때다"(<한국 생명공학, 시련 딛고 더 높게 도약해야> 11월25일 사설)라며 윤리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연구실의 열정으로 보아서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고 사후에 황 교수가 이를 알았더라도 유교적 의식으로는 숨겨 달라는 요청과 이를 받아들이는 황 교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것이 한국 기준"( <시론 : 황우석은 돌아오라> 11월25일)이라며 "그럼에도 황우석 교수는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한국의 기준을 넘는 국제적 엄격성을 스스로 지키는 신뢰를 보인 셈"이라며 황 교수를 옹호했고,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연구윤리위원장)은 "필자가 단언컨대, 출발점부터 현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 연구팀의 연구는 가장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이었다"(<반황우석 세력의 비윤리적 언행> 11월26일)며 맹목적으로 감쌌다.

▷황우석 비판하면 친북좌파?=조선의 감정적 보도는 '색깔론'에서 정점을 이룬다. 김대중 칼럼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12월6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류근일 칼럼 <이성 잃은 언동들>(12월13일)은 "'황우석 사건'으로 저들은 한국과 한국인의 영예와 긍지를 해코지하려 한다는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며 색깔론을 언급했다. 앞의 두 칼럼과는 조금 다르지만, 홍준호 칼럼 <인권, 황우석과 북한의 경우>(12월7일)에서 이른바 진보진영이 북한 인권에는 소홀하면서 줄기세포 윤리논란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곁가지 부추기고, 본질 흐리기=연구윤리 위반, 진위 논란이 일어나는 동안 조선은 제보자 추적이나 연구원들의 영주권 신청 움직임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본질을 빗겨갔다. 

조선은 섀튼 교수와의 결별선언의 원인을 추정하는 기사에서부터 "과학계 일부에서는 황 교수팀에 정부와 일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황 교수팀에게 몰리는 것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이 같은 논란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황교수 연구팀서 탈락 연구원이 제기 의혹> 11월14일 3면)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조선은 (11월30일 4면), <애초 'PD수첩 제보자'는 누구인가 황교수팀 연구원 출신…모병원 전공의로 있어>(12월5일 3면)에서 제보자를 단죄하려는 듯한 논조를 띠었다.

조선은 <황 교수 휘청하는 사이… '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12월6일 4면)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MBC PD수첩의 '협박·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황 교수팀도 준비중이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며 을 비난함과 동시에 진위 논란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했다.

   
▲ 조선일보 12월8일자 1면
<섀튼 교수팀 파견 연구원 "미영주권 신청 움직임">(12월8일 1면머리)기사는 보도는 '언저리 보도'의 예이다. "복제 기술의 유출이 현실화돼 한미간 '기술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의 8일 보도는 이후 다른 언론들이 반박했지만, 위기감을 부추기기 충분했다.

▷진위 논란은 뒷전?=조선은 <사이언스 "줄기세포 복제 문제없다">(12월1일 4면)에서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올 5월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수정자료를 발표했다. (…) 결론은 '당시 논문에 제출된 배아줄기세포가 복제된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이고 항간에 떠도는 황 교수 논문의 진위 공방은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서둘러 논란을 종결지으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

조선은 (12월2일 4면)에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보다 검증 결과의 허점에 초점을 맞췄고, <줄기세포 기술유출 비상>(12월2일 1면), <섀튼 쪽 분위기 이상하다…안규리 교수 서둘러 출국>(12월2일 3면)에서 "세계 유일의 배아복제 기술을 갖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핵심 기술 유출 가능성에 비상이 걸렸다"며 기술유출 문제를 이슈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10일 한국일보가 <사이언스, 황교수·섀튼측에 DNA 지문도 해명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 기사에서 "현재 사이언스지는 논문을 재검증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썼으며, 10면에서 미국 MIT대 생물학 교수를 인터뷰해 <"황교수 연구 의심할 어떤 근거도 없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이후 논문을 재검증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자 "황우석 교수팀의 일원으로 피츠버그 대학에 파견돼 있는 연구원은 PD수첩과 했다는 인터뷰의 녹취록 속에서 "줄기세포를 2개만 넘겨 받았고, '한 10장 정도 만들자'는 황 교수 말에 따라 줄기세포 사진을 불렸다"는 요지로 말한 것으로 돼 있다. (…) 논란이 여기까지 왔다면 DNA 조사를 통한 연구의 진실 여부 검증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황 교수팀이 검증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치게 되면 그 자체가 의문을 깊게 할 뿐"(<'황우석 연구' 논란, 이제 검증밖에 방법이 없다>12월12일 사설) 이라며 검증을 주장했다.

▷청와대 지원해도, 안해도 문제?=색깔론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에 대한 비난이 보수언론에서 빠질 리 없다. 조선일보는 처음에는 청와대가 황 교수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가 황 교수가 불리해지자 청와대가 황 교수를 전폭 지원했다며 자신의 주장을 바꿨다.

   
▲ 조선일보 12월7일자 2면
조선은 12월7일 <황우석 교수 '옆'에 정부는 없었다>(2면)에서 △허술한 기술보호 △복잡한 특허권도 미궁 △법률 자문도 초보 수준 △구멍 난 연구소 보안 △박기영 보좌관은 어디에 있나 등의 소제목으로 "정부가 뒷짐만 진 채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정권의 비위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사와 접촉하는 공무원, 글을 쓰는 공직자에 대해선 경위서를 받고 공직을 떠나라고 협박까지 하던 그 열성이 왜 MBC PD수첩 팀이 협박취재에 나선 것을 보면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는가"(사설 <"황 교수 돕겠다"던 청와대, PD수첩 협박 땐 뭐했나>)라며 정부의 지원 부재를 비판했다.

조선은 "만약에 MBC PD수첩에 공이 있다면 황 교수를 국보 운운하던 이 정권이 정작 연구에 대한 관리와 지원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 하나일 것"(<새 출발할 황우석팀이 가다듬어야 할 일> 12월9일 사설)이라며 정부의 소홀한 지원을 비판했다.  

   
▲ 조선일보 12월16일자 5면
그러나 상황이 황 교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청와대, 초기부터 황교수 전폭지원> <국정원이 24시간 밀착 체크…청와대는 정보 없었나>(12월16일 5면)라는 기사를 통해 사건의 책임을 청와대에 돌리려했다.

보도는 코미디?=조선은 줄기세포 윤리문제를 밝혀낸 의 취재시도와 보도에는 귀를 막은 채, 강압취재를 통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일' '흉기'로 비하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연구를 과학에 문외한인 방송사 사람들이 재검증하자고 나왔던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황교수 구속된다"며 협박 취재한 MBC PD수첩> 12월5일 사설)

"PD수첩은 황 교수팀으로부터 받은 DNA를 처리하면서 써서는 안 되는 물질을 썼다. 논문의 진위를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일한 근거인 DNA 한 쌍의 분석 결과도 엉터리였다."(<코미디와 비극의 MBC> 12월6일 기자수첩)

"언론은 관찰자가 되어야 함에도 행위자가 되어 스스로가 언론 보도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 과학 연구자들이 언론사에 샘플까지 '제출'해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PD수첩'이 그간 비판해 왔던 '언론 권력'의 모습이 아닌가?"(<'윤리' 자가당착에 빠진 PD수첩> 12월7일 강형철 교수 시론)

"한마디로 황 교수는 우리 사회에 처음 '열린 과학'의 길을 만든 셈이다. (…) 물론 황 교수는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바라보던 과학자가 비전문가들에게 범죄인처럼 취조당하는데도 한때 '한국의 희망'이라며 열심히 자신을 치켜세우던 정부와 정치인들이 뒷짐진 채 구경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는 과학의 문외한이 아닌 참 과학을 이해하는 과학자들에게 있다."(<'열린 과학'과 그 적들> 12월7일 기자수첩)

"그날 밤 MBC  'PD수첩'은 심했다. 방송 후 사흘이 지나도록 시청자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을 보면, 지난 22일 밤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은 프로그램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 (…)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보여주고, 시청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반(反) 황우석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11월27일 기자수첩)

조선은 이것도 부족해, 한학수 PD의 학생운동 전력과 최승호 CP의 노조위원장 전력까지 거론하며 악의적인 보도를 하거나(<스타PD와 노조위원장 출신 CP의 과욕> 12월5일 3면), "우선 MBC 현 체제에서 나타나듯 대부분의 경영진과 간부들이 노조 핵심 출신들로 충원돼 있어 조직 상하간에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의 윤리성에 대한 내부 견제와 검증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MBC PD수첩 사건은 경영권의 반은 정부 손에, 나머지 반은 노조가 갖고 있는 기형적 체제가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밖에 없다"(<흉기가 된 'PD수첩', 원인은 방송사 내부에 있다> 12월6일 사설)며 노조를 공격하기도 했다.

▷취재윤리문제 'PD저널리즘'으로 침소봉대= 조선은 취재윤리에 대한 비판을 빙자해, '브레이크없는 PD저널리즘' 등의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며 PD저널리즘 전반을 부정했다. 조선은 12월6일부터 8일까지 <결론 정해놓고 '짜맞추기 제작'관행> <386 운동권 시각으로 '이념 프로' 쏟아내> <자율 내세워 귀막고 만들어/사전 검증없이 그대로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연재기사 '브레이크없는 PD저널리즘'을 싣고 PD저널리즘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조선은 제작진-안티조선-정부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PD저널리즘을 비난하기도 했다. 진성호 인터넷뉴스부장은 <'PD수첩'과 '기자수첩'>(12월8일)이라는 칼럼에서 "정권을 등에 업고, 코드에 맞는 광기어린 말들을 쏟아내는 이들은 무섭지 않았다. 당시 공영방송 노조와 PD협회 간부들의 이런 생각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겨 왔다. 'PD저널리즘의 폐해'란 지적을 받은 이번 PD수첩 사태는 어쩌면 이런 그들 정신세계의 반영물일지 모른다. 위험천만한 시한폭탄이 뒤늦게 터진 것은 아닐까"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