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에 실린 ‘흔들리는 언론인 윤리의식’ 기사를 읽으면서 언론 3단체가 구성한 언론개혁정책위원회가 마련했다는 ‘언론개혁 10대과제 및 정책대안’에 제일 먼저 들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인의 타락한 윤리의식의 시급한 제고방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대 과제 모두 당면한 한국언론의 가장 큰 일들임에 틀림없지만 이 모두가 언론에 종사하는 종업원들, 특히 기자들의 철저한 직업윤리 실천을 전제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미디어 오늘>의 기사를 보면,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 10대 개혁과제가 모두 실현될 리도 없고 실현된들 고양이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될듯하다.

진부하지만 언론매체는 소유·경영에 관계없이 그가 존재하는 사회의 공기, 즉 공공재이다. 옛날 중국에서도 국가의 통치는 삼공(三公)에 근본을 둬야 한다고 가르쳤다.

삼공은 오늘날의 국사 집행에서도 그러하려니와 언론매체를 규율하는 필요불가결의 요소이다. 삼공은 무엇인가. 공평무사, 공익우선, 공명정대가 그것이다.

수적으로 일부이기는 하지만 소속사의 이권에 관련되는 일이나 하고, 상사나 동료들의 민원이나 해결하면서 어찌 삼공을 목숨처럼 여겨야 하는 기자라고 남에게 버젓이 나설 수 있을까. 일개 기업의 종업원이지만 수행하는 일은 이른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헌신하는 공공임무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기자란, 심하게 말하면 혼탁한 속세에서 수도하는 종교인이라고까지 해석했다. 이런 성향의 기자는 한국 현실에서 견뎌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홧김에 ‘그렇게 잘났으면 너 한번 해봐라’고 하는 기자는 설마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부패구조 속에서 기자만 고고하기란 어렵다는 것도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자는 사회의 모든 환경을 감시하고 문제제기를 하며 논평하는, 이른바 천하대사를 다루기 때문에 어느 직종보다도 아주 높은 직업적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교육담당 기자가 스스로는 촌지를 받으면서 교사들의 촌지수수를 대서특필한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의 극치일 것이다. 또 음주운전을 단속한 경찰에 대해 갖가지 부당한 ‘보복’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비행이다.

기자 직업윤리를 스스로 짓밟는 사람들은 사주와 고위간부들에게는 글머슴으로서 충실할 것이다. 기자로서 양식과 양심을 지키려는 참기자들은 언론현장에서 오히려 버텨내기가 힘든 현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이 무한정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우선 노조와 기협지회들이 강력한 자정의지의 실천을 다시 가다듬을 것을 촉구한다. 참기자가 아닌 글머슴들은 스스로 정화되는 풍토조성이 우선해야겠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사규에 따라 강제추방하는 제도 마련도 검토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들 스스로의 정화활동과 더불어 이제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기자들의 직업윤리 실천과 위반사례를 일일이 감시하여 자료를 만들어 사주와 노조 및 기협지회에 공개하는 등의 일도 추진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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