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구별 못했을 것"
"해방직후 사회주의 공산주의 구별 못했을 것"
[인터뷰] "공산주의 지지자 77% " 주장 강정구 교수 "동아가 제시한 자료는 못 봤던 자료"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한미관계의 비판적 검토와 새판 짜기>라는 발제문의 내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정구 교수는 이 발제문에서 미군정이 1946년 7월 서울지역 1만 여명에게 실시한 '어떤 정부 형태를 원하는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강교수는 "여론조사 결과 77%의 사람들이 공산주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기에 미군의 개입만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공산주의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6ㆍ25전쟁을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지난 9월10일 오전 옥인동 보안분실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두하며 기자들에 둘러 쌓여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서명곤 기자
하지만 동아일보는 10월 3일자 인터넷판 <강정구교수 "국민 다수가 공산주의 지지" 발언 진위 검증> 기사는 "강교수가 인용한 자료는 정치체제가 아닌 경제체제에 관한 조사였고 이것도 사회주의 70%와 공산주의 7% 지지율을 합쳐서 공산주의로 해석하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정구 교수는 3일 저녁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겠냐"며 "공산주의 체제를 지지하면서도 어감 때문에 사회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했던 공산주의가 채택돼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월 1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이번엔 "공산주의 택했어야" 폭언>기사를 두고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논쟁을 이념논쟁으로 풀고 나간 기사"라며 "이런 보도를 할 자질이 있는 언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경찰소환 (4일)을 통보받은 강정구 교수와 지난 3일 이뤄진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의 서울대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언론에서 말이 많다.

"YTN 등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대에서의 논문발표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다고 보도하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지난 9월에 조사를 받았던 북한의 통일전쟁 관련 조사의 보강조사일 뿐이다. 동아일보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나온 '77%의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원했다'는 말이 새로 나온 이야기인 것처럼 보도해 나에게 색깔을 씌우고 있다. 이는 이미 89년에 내가 한 말들이고 90년에는 논문으로도 발표됐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자료인데 내가 마치 엄청난 자료로 폭로를 한 것같이 기사가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창피할 뿐이다"

-여론조사를 오용했다는 말도 있는데.

"미군정의 여론조사 자료에서 경제체제 지지도와 정치체제 지지도가 나눠졌다는 것은 나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인용한 자료 안에서는 당시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하는 수준의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을 고려해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특정 여론조사 하나만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1947년 7월 3일자 조선신문기자회에서 발행한 서울시내 2495가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남로당의 미소공동위원회 참여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모든 자료들이 망라된 내 논문을 기자들이 읽어보기나 하고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

-본래 사회주의를 신봉하는가?

"나에 대한 오해가 벌써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 나는 지난 98년에 쓴 논문을 통해서도 '앞으로 세상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바 있다. ("경제와사회" 98년 가을호 <4월 혁명과 현 단계 자주민주통일과제> 227쪽 "변화된 조건 속에 우리가 추진해야할 통일의 방향에 관해 실험적 수준에서 논한다. 첫째, 통일경제형태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고 자본주의적 경제형태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글들을 썼는지 정확히 알고 나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별로 본적이 없다"

-학자로는 너무 튀는 발언을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튄다'는 표현보다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 직설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언론인 등 지식인들은 항상 도망갈 곳을 마련하고 글을 쓴다. 이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보신술이라고 본다. 하지만 20년 이상 북한, 통일, 냉전을 주제로 연구했고 지금은 그 내용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내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진중권의 SBS전망대"에서의 인터뷰를 놓고 진중권씨도 강교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작가와는 맥아더 동상과 6자회담, 제네바 합의문에 대해서 골고루 이야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중권씨가 갑자기 한국전쟁과 김일성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기 시작해 전혀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 진씨는 사회자로서 자격이 결여된 사람이다. 내가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말한데 대해 지금도 통일을 위해서는 전쟁을 하자는 소리냐고 반박하는 것을 보면 미친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6.25를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말한 것은 국민정서상 비난받을 만 한 것 아닌가.

"UN이 정한 불법침략전쟁은 국가끼리의 전쟁으로 한정한다. 하지만 6.25는 분명 사변이나 동란 등의 표현으로만 봐도 내란으로 규정돼왔다. 1950년 10월 7일에 발행된 UN총회 376호에서도 이를 전하고 있다. 자료에 바탕을 해서 사실논쟁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념논쟁으로 언론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내가 사법처리 된다면 나는 UN총회에 대한민국정부를 기소하겠다"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모두 강교수를 비판하고 있다.

"보수진영이 나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진보진영의 경우도 그들은 '진보적 반민족주의자'인 반면 나는 '진보적 민족주의자'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생각하는 게 달라도 각각 제대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이념 문제보다는 이번 서울대 토론회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의 논란이 더 큰 문제다. 이는 이미 예전부터 사용된 자료였고 이를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색깔론으로 포장하게 된 기사였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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