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갑자기 휴대폰 사용량이 폭주해 사고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마추어무선연맹 경북지부 상주 사무소가 재난통신을 한 걸 보면 사망자 11명에, 중상자 2명을 포함해 다친 사람이 85명에 이르고 있다."

   
▲ 경북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의 가파른 직3문.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MBC <가요콘서트> 공연장 압사 사고 현장에 있었던 최병택 상주인터넷방송 사장은 "사상자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당시 현장이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보다 사상자 수가 훨씬 많은 것은 경상을 입은 시민들의 숫자가 포함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 사장의 말대로 사상자 수가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상주인터넷방송
"경사 낮은 직1·4문 열었으면 사고 피해 줄일 수 있었을 것"

당시 공연장을 촬영 중이던 최 사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최 사장이 본 사고 현장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상주시민운동장에 설치된 4개의 문중에서 정문을 기준으로 180도에 위치한 직3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정문 왼편에 있는 직1문과 직4문은 평지와 거의 같은 경사에 위치해 있지만, 사고가 난 직3문과 당시 폐쇄됐던 직2문은 최 사장의 말에 따르면 경사도가 45도에 가깝다. 들어가는 쪽은 높고 운동장 내부는 낮은 구조인 것이다.

최 사장은 이를 근거로 "이번 사고는 인재였다"고 말했다. 직1, 직4문을 열었다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최 사장은 또 사고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밀려들어오자 경비업체 직원들이 문을 다시 닫으려고 한 것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경찰 사고난 문에 2명만 배치돼 있었다"

최 사장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한 쪽에서는 행사 당일 이전 무료초대권을 발부했다. 하지만 최 사장조차 무료 초대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홍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행사장에는 무료초대권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행사주최자 쪽에서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난 다음에서야  초대권이 없어도 입장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었다.

그러는 사이 공연을 보기 위해 직3문 앞에는 정오부터 청소년 20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직3문에는 이들 청소년들을 비롯해 시민 2000여명 몰려 있었다고 한다. 행사 참가자는 1만명이었지만 나머지 8000여명은 흩어져 있어서 사고와 직접 연관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당황한 안전요원이 다시 문닫으려고 한 게 사고 원인"

최 사장은 직3문 개방이 30분 가량 늦어진 것도 시민들의 조급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3∼4시까지 리허설을 진행한 후 5시께 문을 개방하겠다고 했다가 5시 반으로 30분 가량 개방시간을 늦췄다는 것이다. 문 밖에서는 200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안전요원들은 줄을 세우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후 5시 반께 안전요원들이 직3문 문을 열자 운집했던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직3문 쪽으로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다. 최 사장은 "맨 앞에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데에 당황한 안전요원들이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던 게 사고의 원인"이라며 "그냥 통과하도록 두었으면 될텐데 문을 닫으려고 하니까 문 앞에서 오도가도 못한 사람들이 깔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앞쪽에 있다 밟힌 사체를 보니 엄청나게 밟혀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직3문에 경찰 2명 정도가 있었다는 경찰보고를 들었다"며 "사고 현장이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흥분했다.  김석기 경북지방경찰청장은 오후 10시께 사고현장을 찾아 현장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책임자도 현장 지휘자도 없었다"   

최 사장은 사고 뒤처리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책임자도 지휘자도 없고, 긴급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도 확보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이후 병원에 갔을 때 시민들이 가족들을 찾느라 난리였다"고 그는 말했다. 경찰이나 시 공무원들이 사고 수습을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상주시에 적십자 병원과 성모병원 두 개밖에 없어 사람들이 이리 저리 다니느라 병원 주변이 주차난으로 난리가 났다"며 "경찰관이 나와 있었지만 주변에서 맴돌기만 할 뿐 통제도 하지 않았다"고 흥분했다.

최 사장은 이어 "나도 발로 뛰면서 사고 상황을 파악했다. 경찰관들이 와도 무전기 들고 왔다갔다하는 게 전부였다"며 "재난이 있을 때 우리 정부가 과연 대처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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