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과 관련해) 언론이 한국 국민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면서 한국정부와 미국의 영리에 부합하고 있다." '미군기지 환경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카일 카지히로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AFSC) 하와이프로그램 사무국장은 시종일관 명료한 논지로 9일 심포지엄에 참석한 좌중을 이끌었다.

   
▲ 카일 카지히로(Kyle Kajihiro) AFSC 하와이프로그램 사무국장. 이창길 기자 phtoeye@
카지히로 사무국장은 "미군기지로 인해 진주만에서 나는 것들은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며 "필리핀과 한국에서처럼 미국의 사상이 하와이인들의 머리 속에 들어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지히로 사무국장은 "우리는 더이상의 미군기지 확장을 원치 않고 기존에 들어선 기지부지의 반환을 요구한다. 미군으로 인한 많은 피해에 대해서도 정당한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데 우리가 여기 와서 보고들은 것을 돌아가 알릴 테니, 여러분도 미제국주의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녹색연합이 주최한 이날 국제심포지엄에는 카지히로 사무국장 외에 테리 켈쿨라니 DMZ 하와이 활동가, 실케 스투진스키 독일 군사법전문위원, 밀라 발도나도 필리핀 미군기지정화위원회 사무총장, 제이드 필리핀 미군기지정화위원회 활동가, 아시토미 히로시 일본 해상헬기기지건설반대·나고시정 평화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협의회 공동대표 등이 함께 했다.

다음은 지난 9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심포지엄 후 만난 카지히로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하와이 선(先)주민인 '카나카 마오리'에게도,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미국의 하와이 점령과 군사기지화는 심각한 일인데 그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먼저 하와이 언론들은 '카나카 마오리'와, 그들이 펼친 저항에 대한 내용은 모두 지우고 관광과 소비에 대한 소식만 보도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와 미국 모두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테리(Terri Kekoolani)가 앞서 말했듯 1800년대 말 하와이 국민의 95% 이상이 미국과의 합병을 반대했으나, 미국과 하와이 언론들은 마치 하와이 국민들이 원해서 합병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어렸을 때 하와이 역사 교육을 받으면서 난 하와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편입한 것처럼 배웠었다."

-하와이 선주민들 머릿속에 미국의 사상이 반복돼 자기 정체성에 큰 혼돈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 과정에서 매스미디어의 작용도 컸던 것은 아닌가.

"당연하다(Absolutely). 언론들은 하와이 주민들에게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반복해서 각인시킨다. 미국 국기를 흔들라 하고, 맥도널드를 먹자고 하고…. TV를 통해 문화적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언론들은 (1941년 12월7일 일본군이 하와이에 있던 미 군사시설을 급습한) 진주만 사건을 통해 미국이 일본과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하와이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선전하며, 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카일 카지히로(Kyle Kajihiro) AFSC 하와이프로그램 사무국장. 이창길 기자 phtoeye@
-어제(8일) 경기도 평택을 둘러보고 와서 미군기지확장반대운동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를 지역이기주의라거나 과격하다고 몰아붙이며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일부 언론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택에서 보수적인 노인 한 분을 만났다. 전쟁세대인 그는 '나는 미군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쟁세대이기에 미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언론이 한국 국민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면서 한국정부와, 특히 미국의 영리에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의 폭스 뉴스(Fox News) 역시 미국과 하와이에서 아주 끔찍한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와이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기 입장에서만 보도한다."

-하와이를 멋진 휴양지 정도로만 생각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관광과 결합한 언론이 일반인들에게 하와이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뒤에 숨겨진 힘이 바로 미군의 힘이다. 일종의 폭력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침략 당한 하와이의 역사를 더욱 비판적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현상의 가면을 벗기고, 환상을 뚫어 단순히 관광지 주민이 아닌 하와이 사람들이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통역=손혜림 hyelimlz@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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