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의 인맥관리네트워크 보고서를 냈던 참여연대가 이번에는 삼성이 어떻게 언론을 ‘관리’하는지를 집중 해부한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출연해 운영하고 있는 삼성언론재단은 매년 3억5000만∼5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언론인의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안기부 X파일’이 공개된 이후 최근 언론에서 다루는 쟁점이 삼성에서 불법도청으로 옮겨가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특정 언론사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 아래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참여연대는 △1등 광고주로서의 삼성이 98년 이후 언론사에 집행한 광고비 현황 △광고시장에서의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 △삼성의 언론 지원 현황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이건희 회장의 출연금(200억원)으로 설립된 삼성언론재단에서 언론인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있는 현황도 자세히 조사, 분석할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이르면 이달 말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 등 [X파일 공대위] 대표들이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을 면담하고 [X파일]과 관련한 삼성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조보희 기자
한편, 23일 미디어오늘이 지난 96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언론재단의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 명단을 조사, 분석한 결과(2002년도치 제외) 재단은 매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15명의 신문·방송·통신사 기자를 선정,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언론재단은 매년 기자 1인당 1년 동안의 체재비(월 220만원), 학비(연 1000만원), 왕복 항공비(100∼150만원 가량) 등 모두 연 37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2005년 지원기준). 지난해 이전에도 지원 비용은 거의 비슷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10∼15명의 연수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자들의 해외연수지원 예산만 해도 3억5000만원∼5억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사별로는 삼성에서 분리된 중앙일보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MBC가 8명, 한겨레가 7명, 경향 매일경제 한국경제 SBS YTN이 각각 6명, 연합뉴스 한국 KBS가 각각 5명, 동아 문화 서울 서울경제가 각각 4명이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참여연대는 LG상남언론재단 등 다른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재단의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 규모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23일 “최근 ‘안기부 X파일’ 쟁점 이동은 광고주로서 삼성의 지위를 의식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라며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이 과연 사심없이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시민사회의 핵심인 언론사의 기자가 삼성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삼성언론재단 김선영 차장은 이에 대해 “시기적으로도 민감해 이사회에서 대외적으로 재단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판단은 언론이 알아서 할 몫”이라고만 답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삼성언론재단은 우리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이사진에서 알아서 운영한다”며 “삼성이 재단을 이용해 언론인을 지원한다는 주장은 재단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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