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51부(재판장 이주흥)는 지난 18일 KBS 남성우 PD가 낸 <한국논단> 3월호에 대한 인쇄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문제의 <한국논단> 기사가 “신청인을 주사파로 묘사함으로써 신청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명예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논단>는 3월호의 ‘빨갱이는 선(善) 경찰은 악(惡)으로 연출하는 공영방송 KBS’라는 제목의 기사 가운데 남PD를 주사파로 지목한 부분 등을 삭제 또는 말소하지 않고는 잡지를 배포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남PD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훼손당한 명예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논단>의 행태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듯하다.
당초 남PD는 자신의 무고함을 확인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의 공개를 극구 꺼렸다. 자신이 ‘주사파’로 낙인 찍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파문이 확산될수록 심적인 부담이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사파’로 낙인 찍힌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해 볼 때 이런 남PD의 심경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어이 없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백방으로 해명해보지만 일가친척들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는 끝없는 절망감에 휩싸인다는 게 과거 ‘주사파’ 논란을 체험한 인사들의 심경 토로이다. 심한 경우엔 혹시 부지불식간에 그런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남PD는 <한국논단>이 자신 뿐만 아니라 KBS를 “주사파가 주도하고 있는 방송”이라고 단정해 보도했다는 데 대해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자신을 ‘주사파’로 서술한 대목 뿐 아니라 문제가 된 <한국논단> 기사 전체를 청구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이번 <한국논단>의 주사파 소동이 자신뿐 아니라 전체 KBS 프로듀서들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PD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다음달 중순께부터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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