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공작에 난데 없이 언론사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진원지는 윤홍준. 안기부 공작 차원에서 북경, 동경, 서울을 오가며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의 조선(북한) 접촉설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윤씨가 일부 언론사를 거명하며 조선족 사업가들에게 자료를 요구했고 심지어 유력 방송사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윤홍준씨가 북경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인 12월 12일 윤씨를 국민회의 당직자에게 소개했던 연변 조선족 사업가 허동웅씨는 화급히 북경 특파원들을 상대로 개인적인 성명서를 돌렸다. 이 성명서에 한 조간신문사가 등장한다.

“9월초의 일이다. ○○일보 기자가 30만 달러를 갖고 북경 려도호텔에 왔는데 자꾸 나를 만나잔다. 나는 그런 인맥이 없으니 형님이 야당과 북한인사 접촉 자료가 없나. 30% 주겠단다.”

윤씨가 허동웅씨에게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만일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모 언론사가 자의든 아니면 타의든 김대중 후보측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수 있는 자료를 취재중에 있었고 더구나 정체가 불분명한 인사를 내세워 사실상 언론공작을 시도한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언론사 차원이 아니더라도 기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보기관과 ‘공모’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윤씨 발언의 사실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재미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여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안기부의 협조자로 분류될 정도로 ‘신뢰성 제로’의 인물로 드러났다.

한 북경특파원은 “그같은 거액을 건네줄만한 배짱을 가진 기자도 없을 뿐 아니라 윤씨가 기자들 사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만큼 윤씨의 제안은 허위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풍 공작이 아닌 언론 보도의 관점에서 본다면 윤씨의 발언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만도 없다. 무엇보다 SBS가 거액의 사기를 당했다. 또 윤씨가 일부 언론사에 방북 등을 미끼로 접촉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특종욕’에 사로잡혀 안기부에 부분적 협조를 하고 있는 기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이다.

특히 윤씨는 김대중 후보의 조선(북한) 지원설을 유포하기 위해 안기부 요원들의 지도아래 개별적인 언론사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구속중인 윤씨 수사 과정에서 윤씨가 과연 특정언론사의 사주를 받고 야당인사들과 북측 관계자와의 접촉 자료를 입수하려 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