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KBS, MBC 양방송사의 잇딴 ‘개혁 프로그램’을 또다른 해바라기성 방송이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는 지난 18일 ‘뒷맛 개운찮은 방송사의 변신’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KBS, MBC가 방영하고 있는 신문개혁 프로그램 등 일련의 방송에 대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일갈했다. ‘땡전뉴스’ ‘땡김뉴스’라는 딱지를 달았던 방송들이 이제와서 부끄럽지도 않게 “감히 개혁을 말하다니”라고 꾸짖는 말투다.

우선 도마에 오른 게 KBS. 대선 당시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는 후보의 출연문제”로 H신문(한겨레)의 대선합동토론회 중계 제의를 거절했던 KBS가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빠르게 H신문(한겨레)과 공동으로 ‘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발빠른 ‘변신’을 했다는 지적이다.

MBC도 최근 ‘다큐스페셜’과 ‘PD수첩’을 통해 재벌과 재벌언론을 비판하면서 “새정권에 밉보인 것으로 회자되는 특정 재벌의 문제점을 특별히 부각시켜 ‘의도성’을 엿보게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방송사들이 때맞춰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진정한 개혁의 의지와 철학이 깔려있다기보다 정권교체로 인해 나타난 개혁성향의 무드에 편승하려는 해바라기성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세계일보가 내뱉은 ‘날카로운’ 비판은 도리어 부메랑이 돼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도마에 오른 KBS, MBC 양방송사가 문제의 ‘개혁 프로그램’에서 세계일보의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 불법 체불, 무책임한 방만 경영실태를 고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주일 전 MBC ‘PD수첩’에 출연해 재벌언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김영호 전 편집국장을 해고시키고 ‘PD수첩’의 취재에 도움을 줬던 사원 3명에게 사표제출을 강요했던 것이 세계일보인 것이다. 나아가 PD수첩이 ‘위기의...’ 2탄을 방영키로 하고 제작을 진행중인 시점이었다는 점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게 한다.

기사를 작성했던 정모기자는 “MBC가 세계일보를 비판하면 세계도 MBC를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아주 솔직한 고백까지 늘어놓았다. 기자수첩에 ‘의도’가 깔려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하지만 방송사들로서도 당당하기만은 어려울 듯하다. 일부 개혁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전체를 놓고 볼 때 “권력의 편에 줄섰던 과거사를 까마득한 옛일로 잊은 듯” 진정한 ‘참회’없는 개혁 편승은 일선 방송인들의 ‘진정’과는 무관하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들은 과거의 ‘과오’에 대해 국민앞에 보다 분명하게 잘못을 사과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에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지속적인 자기쇄신의 노력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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