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안기부 북풍공작의 일환으로 중국 북경 등지에서 김대중 후보 비방 기자회견을 한 혐의로 구속중인 윤홍준씨(32)가 SBS에 방북 주선을 미끼로 30만 달러를 받아 챙기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한편, 한 조선족 인사에게 모일간지가 거액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며 국민회의 관계자와 조선(북한)측 인사의 접촉자료를 건네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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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지난해 7월초 SBS 보도국 김모 부장에게 접근해 나진·선봉지역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시켜주겠다고 제의한 뒤 SBS가 방북취재 가능성을 타진하자 9월초 보도국 고위간부와 10월말까지 방북 취재 및 김일성대학 경제학부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 30만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2억7천만원)의 추진비를 은행계좌로 송금 받았다.

그러나 윤씨는 12월11일 북경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까지 SBS측에 일체의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방북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SBS측이 기자회견 직후 윤씨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불이행을 추궁하자 “곧 북에 들어가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뒤 올해 2월15일 서울지검에 선거법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될 때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SBS는 현재 윤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할 것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SBS 김 부장은 이와 관련, 최근 서울지검에 참고인으로 출두해 윤씨에게 30만달러를 건네준 경위에 대해 조사받았다.

김부장은 검찰에서 윤씨에게 방북사업을 타진했던 것은 안기부 북풍공작과 무관하다고 진술했으며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김부장은 “윤씨는 90년 미국 취재중 만났고 안기부의 협조자로 일한 사실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족 사업가인 북경태화경제무역공사 허동웅씨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9월7일 북경 신만수호텔에서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일보 기자가 30만 달러를 갖고 북경 려도호텔에 왔는데 야당(국민회의를 지칭함)과 북한인사 접촉자료를 주면 중계료로 30%를 주겠다고 한다”라며 자료를 건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는 “간첩이 아니냐”라며 윤씨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보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허씨는 또 지난해 12월11일 윤씨가 북경기자회견을 한 직후 북경특파원들에게 거액을 요구하며 방북을 주선해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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