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규명위)가 정수(부일)장학회 강제헌납 및 경향신문 강제매각사건에 대한 본격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과거사규명위는 3일 국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취합된 90여건의 의혹사건 중 30여건에 대한 예비조사를 완료했고, 이 중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등 주요 사건 7건에 대한 본격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오충일 위원장등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들이 3일 오전 서초동 소재 국정원에서 우선조사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진욱 기자
국정원 과거사규명위는 군사정권의 일부 언론탄압사건에 대해서도 본격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과거사규명위는 경향신문 강제매각사건과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사유로 "5·16쿠데타의 주동 세력이 중앙정보부를 통해 사유재산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는 의혹으로서 정격유착, 불법적인 정치자금 조성을 위한 중요한 계기이고 기업인을 정권의 시녀로 만든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아왔다"며 "또한 군사정권과 그 이후 권위주의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고 순치시킨 대표적인 경우로 인식돼온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정수장학회·경향신문 매각사건은 정경유착과 언론탄압의 대표적 사례"

이에 대해 한홍구 위원은 "당시 경향신문은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 중 하나였는데 간첩사건과 연루됐다는 이유로 사주가 구속될 정도로 가장 강력한 사건이어서 우선적으로 선정한 것"이라며 "동아일보 의혹사건(동아투위)이나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도 중요하지만 이는 기초조사를 통해 더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밝힌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부일장학회 강제헌납사건은 62년 5월 부산지역 유력 경제인 김지태가 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 운영권과 10만여평의 토지를 군사정권이 강압적으로 헌납받은 사건으로 당시 군부는 이를 토대로 5.16 장학회로 개칭돼 운영중이다."

"경향신문 강제매각 사건은 대정부 비판논조를 유지하던 경향신문에 대해 65년 4월 중앙정보부가 경향신문 사장 이준구 등 주요 간부진을 반공법 위반 등으로 구속한 사건이다. 당시 군부는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 등 3개은행은 사전 협의 없이 경향신문에 대해 채무액(4727만원) 일시 상황을 통보한 뒤 66년 1월22일 서울민사지법에 경향신문 사옥 및 대지 등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고, 67년 1월25일 경매에 반대하는 이준구 사장의 부인 등 10여 명을 중정에 연행한 뒤 실시된 경매에서 '기아산업'이 단독 응찰(2억1807만원)해 낙찰받도록 했다."

"당시 정부 대언론 정책 검토할 것"

과거사규명위는 이 사건에 대해 유족 및 사건 관계자의 주장 등 자료수집을 벌인 뒤 △국가 형벌권 남용과 공권력을 이용한 불법행위 여부 △당시 법무부장관 및 중정 부산지부장, 담당 수사관 등 사건관계자 진술 및 관련자료 입수 △사건 전후 당시 정부의 대언론 정책 검토하는 쪽으로 조사의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거사규명위는 △1·2차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 △KAL858기 폭파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모두 7건에 대해 본격 진상조사에 들어간 뒤 조사가 완료된 뒤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대상에 선정한데 대해 의혹사건 중 사회적으로 의혹이 크고, 시민·사회단체 및 유가족 등 사건 관련자들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건으로 향후 과거사규명위의 조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자료 협조, 관련자 면담 통한 진실고백 병행"

한편, 이들 사건에 대해 과거사규명위는 국정원 자료를 중심으로 검토하돼 경찰·검찰·기무사 등 외부기관의 자료협조를 병행하는 한편, 사건관계자 면담을 통한 진실 고백 등의 방법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병욱 민간측 간사는 "내부자료나 증언이 없는 상태에서 그동안 언론 등에서 보도된 사건을 토대로 취합해 7건으 선정했는데, 국정원 내 보관자료 외에도 진실을 고백할 수 있도록 당사자를 설득해보겠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내부 보관자료가 매우 중요한데 직접 둘러보기전에는 산더미처럼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서가 예상만큼 많이 보관돼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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