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논산훈련소의 중대장이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도록 강요한 사건과 관련, 육군의 내부 보고체계와 사건대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보를 받고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 MBC의 취재경위는 다음과 같다.

MBC 취재진은 지난 19일 오후 3시경 가혹행위를 당한 한 훈련병의 친구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곧장 취재에 나섰다. 제보자(훈련병의 선배인 의정부 모 파출소 의경)를 만나 편지를 입수한 MBC 취재진은 '중대장이 화장실 청소상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손으로 찍어 먹게 했다'는 내용이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은 20일 논산 훈련소 현지에 도착했다. 취재진은 논산훈련소 정훈장교와 훈련소장,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인 이모 대위(21일 구속)를 차례로 만나 "일부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확인을 받고 현지 촬영 및 취재를 마친 뒤 이날 저녁 6시반 뉴스에 첫 리포트를 내보냈다.

MBC "의경으로부터 제보받아 현지 취재…훈련소장 '보도말아달라' 부탁"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편지내용에는 이런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 방송3사에 제보해달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도록 강요한 중대장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처음으로 알린 한 훈련병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 연합뉴스/MBC 제공
현지 논산 훈련소장은 취재진에게 당시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취재한 MBC 사회부 백승규 기자는 "훈련소에서 일부 사실을 확인해준 정훈참모의 말을 들은 뒤 얼마 안돼 논산 제2훈련소장이 나와 '보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애국이다. 군이 많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부탁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알리는 게 애국이라고 설득하고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MBC가 취재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경위조사를 벌이는 등 뒷북대처에 급급했다.

육군 "사건 발생 열흘…MBC 취재로 사실 파악" 뒤늦게 브리핑

육군은 이날 오후 MBC 취재진이 현지취재에 들어가고 나서야 관련사실을 알게 됐고, 육군 본부가 훈련소로부터 보고를 받자 마자 경위를 파악한 뒤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알렸다. 육군은 이날 저녁 이를 숨겨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출입기자단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긴급브리핑을 했다. 21일 국방부는 4부 합동조사에 들어가 해당 중대장 이모 대위를 구속하고, 잘못된 보고시스템의 실태를 조사중이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사건이 터진 뒤 열흘이 지났는데도 군 당국은 군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어제(19일) MBC의 취재 때문에 처음 알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현재 군은 중대장 한 사람의 책임으로 잠정결론을 냈지만 과연 이런 사실을 모를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가만히 있으면 은폐의혹을 받을 것같아 브리핑을 한 것같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취재한 MBC 백승규 기자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정보기관도 모를 수 있느냐"며 "군 당국과 정부의 대응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육군 "은폐하는 것은 잔꾀…입이 열개라도 할말없다"

20일 긴급브리핑을 했던 육군본부 권이섭 공보과장은 "MBC 취재진 때문에 사실을 알게 됐다"며 "중대급 단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일일이 보고하지 않으면 우리도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권 과장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간 만큼 진위여부를 확인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돼 당일 저녁 파악한 경위에 대해 언론에 알렸다"며 "우리도 사안 자체가 워낙 당혹스러웠기 때문에 숨기거나 은폐하는 잔꾀는 도저히 부릴 수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이모씨에 대해 "(이모) 중대장은 지나친 완벽주의자로 알려져있었는데 우발적으로 판단 미스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