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지은 문화방송-경향신문 사옥. 1971년 5월31일에 준공됐다. ⓒ경향신문 | ||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경향신문 사옥이다. 자세히 보면 건물 상단부의 창문 모양이 TV브라운관을 닮았다. 이 건물이 본래는 방송사 건물이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 창문 클로즈업. 스스로가 방송사 건물임을 웅변하고 있는 듯 하다. ⓒ경향신문 | ||
▲ 창문 뿐만 아니라 옥상 테두리벽도 브라운관 모양으로 만들었다. ⓒ정은경 기자 | ||
▲ 브라운관을 통해본 북한산. ⓒ정은경 기자 | ||
▲ 문화체육관, 김일체육관
등으로 불렸던 팝콘하우스. 지금은 뮤지컬 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명랑운동회> | ||
여기서 잠깐 MBC와 관련된 경향신문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경향신문은 지난 74년 7월 언론통폐합 조치에 따라 MBC와 통합한 데 이어 그해 11월 주식회사 문화방송·경향신문으로 개편해 매스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새 출발했다.
새로 설립된 문화방송·경향신문의 경영권은 5·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가 소유했다. 1980년 언론기본법이 실시되면서 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을 분리해 신문과 방송 2개의 독립된 회사로 되었다. 언론기본법은 언론기업의 겸영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경향신문과 문화방송은 이듬해인 81년 4월1일자로 각각 독립했다.
신문사에 웬 스튜디오?…TV브라운관 모양 본뜬 창문 눈길
원래 방송사용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사내 곳곳에 신문사 건물로는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들이 종종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건물 내벽이 엄청 두껍다. 그 속에 박힌 철근 굵기도 요즘 짓는 건물에 비하면 두배가 넘고 가닥수도 많다는 게 경향신문 김상훤 시설관리팀장의 설명이다.
경향신문이 소공동에 있었던 지난 74년 입사해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경향신문 시설의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김 팀장은 "튼튼하게 지으려던 것도 있겠고 방송사 건물이다보니 방음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6층 편집국 복도. 천정으로 뻗어있는 빔(beam)은 5층에서 올라와 6층까지 관통한다. MBC가 건물을 사용할 당시 두층을 터서 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했던 곳이다. ⓒ정은경 기자 | ||
▲ 편집국 편집부 사무 공간. 기둥을 없애고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썼으면 좋겠지만 건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허물지 못한다. ⓒ정은경 기자 | ||
▲ 창만 남은 라디오 스튜디오. 5층에는 라디오 제작국이, 2층에는 TV 스튜디오, 탤런트실 등이 있었다. ⓒ정은경 기자 | ||
▲ 드라마 녹음 및 효과실. 지금은 섹션 ‘매거진X’팀이 사진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다. ⓒ정은경 기자 | ||
▲ 지금은 문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그러나 떼어낼 수도 없는 철문. ⓒ정은경 기자 | ||
MBC, '정동사옥'에서 방송 송출
▲ MBC M/W 송출실. M/W는 Microwave를 줄여쓴 것. ⓒ정은경 기자 | ||
본관 10층에는 실제로 방송을 내보내는 'MBC 정동사옥'이 있다. '사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소박한 5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이다. 간이침대 몇 개와 간단한 방송송출 장비가 집기의 전부다. 주로 남산을 배경으로 한 일기예보를 할 때 쓰인다고 한다.
신문사에 웬
송신탑?
▲ M/W 송출실 내부. 거의
매일 MBC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정은경 기자
경향신문 옥상에 설치된 송신탑이다. 위성 수신을 위한 접시는 다 떼내었지만 카메라는 하나 남겨뒀다.
▲ 경향신문 옥상에 우뚝 선 송신탑.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무선으로 조종되는 카메라가 하나 달려있다. ⓒ정은경 기자 | ||
▲ ‘본 건물은 보안상 옥상에서 사진촬영을 할 수 없으며 또한 출입을 엄격히 통제합니다’. 통제구역은 ‘관계자’에게만 개방된다. ⓒ정은경 기자 | ||
▲ 송신탑을 보기 위해선 이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정은경 기자 | ||
▲ 경향신문 옥상에서 찍은 청와대. 아주 오래전 어떤 사람이 경향신문 옥상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플래시가 터지는 것을 본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바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정은경 기자 | ||
MBC는 가도 정수장학회는 남아
▲ 재단법인 정수장학회. ⓒ정은경 기자 | ||
▲ 정수장학회 이사장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자주 드나들었을 법한 이사장실. ⓒ정은경 기자 | ||
예전에는 박근혜 이사장이 경향신문 본관 11층에 자리잡고 있는 정수장학회를 가끔 찾아오기도 했었는데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나서부터는 그나마도 발걸음이 뜸해졌다는 게 경향신문 관계자의 전언이다.
MBC가 호텔을 운영했다고?
▲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지은 문화방송-경향신문 사옥. 1971년 5월31일에 준공됐다. ⓒ경향신문 | ||
건축가 김수근씨는 누구? 경향신문 사옥, 정확히 말하면 MBC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씨는 지난 86년 세상을 떠났다. 경향신문 사옥 설계와 관련한 자료도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건물을 포함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주경기장, 마산 양덕성당, 이란 테헤란의 엑바탄 주거단지, 자유센터 등이 그가
설계한 작품이다. 지난 66년 종합예술지인 월간 <공간>을 창간했고 71년 '공간사랑'을 건립해 문화활동 장소로 개방했다.
<주요 연보> 1931 00 : 2월 20일 함경북도 청진시 신압동에서 김용환과 김우수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4 13 : 교동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경기중학교에 입학 1951 20 : 일본으로 밀항 1959 28 : < 수도극장 리노베이션 > 계획. 1961 30 :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국회의사당 설계 중단. 국회의사당 설계사무소는 해체. 1963 32 : 김수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최순우와의 만남. 1966 35 : 김수근 설계사무소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건축부에 통합. 1967 36 :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사장에 취임. 1971 40 : 범태평양 건축상 수상. 수상여설을 통해 궁극공간과 문방공간을 이야기 함. 1976 45 : 건축가협회 회장에 피선. 공간사옥 신관을 신축하기 시작. 1978 47 : < 농촌경제연구소 >, < 갈현동 소나무 집 > 등을 설계. 1981 50 : < 국민은행 전산본부 >, < 불광동 성당 >, 등을 설계. 1984 53 : < 서울지방법원 종합청사 >, < 올림픽 공원 체조, 자전거, 수영 경기장 > 등을
설계. 1986 55 : 6월 14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타계. |
예전에는 본관 9층 이상은 호텔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름은 '문화관광호텔'.
객실로 사용되던 방은 임대사무실로 이용하고 있고 9층 호텔 라운지 '럭시'는 직원식당으로 쓰고 있다. '럭시'는 당시 MBC 사원들이 외상을 너무 많이 긋는 바람에 망했다는 후문이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MBC가 방송사업을 시작할 때 자금이 부족해 외자도입을 시도했는데 방송사업에는 외자를 들여올 수 없고 호텔을 운영하면 가능해서 사옥 위층에 호텔을 짓는 조건으로 외자를 들여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호텔사업이 잘 안돼서 곧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예전에는 객실 복도였던 곳이다. ⓒ정은경 기자 | ||
"도둑 들어와도 나갈 구멍 못찾을 것"
본관, 중앙관, 신관으로 나뉘어진 사옥이 한줄로 이어져 있다보니 내부 구조도 그만큼 복잡하다. 본관 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로는 8층까지밖에 못 올라가지만 8층 구석에 난 '비밀계단'을 따라올라가면 옆동으로 건너가 꼭대기층인 17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섣불리 아무 복도나 계단으로 접어 들었다간 미로에 갇히기 십상이다.
"도둑이 들어와도 나갈 구멍을 못찾아서 잡힐 것"이라는 김 팀장의 설명이 남의 말 같지 않다. 입구가 여러 개니 어떻게든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나가는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바쁘신 가운데서도 도움 말씀을 주신 김상훤 경향신문 시설관리팀장께 짧은 글로나마 감사인사를
드린다. 다음 주에는 민임동기 기자가 MBC 여의도사옥 7층 흡연실에 얽힌 사연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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