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공개한 '대기업집단 소유지분 구조'에 대해 28일자 조간신문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한겨레·경향은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평가한 반면, 중앙일보는 재벌에 반감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재계 입장에 서서 공정위를 비판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는 다소 애매한 논조를 보였다.
이날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삼성·LG·SK 등 국내 재벌 총수들은 불과 2%도 안되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벌 계열사 중 60%는 총수 일가가 단 1주의 주식도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6개 기업집단에 속한 게열사 781개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이 없는 곳은 469개로 전체의 60%였으나 재벌 총수들은 적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지분 등을 활용해 49.08%의 안정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총수일가 주식 1주도 없이 경영권 행사"
이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중앙일보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재벌 지분 공개하여 미움 부추기나>에서 "어느 그룹 총수, 또는 그 사람의 4촌이나 8촌은 주식을 얼마 갖고 있다는 내용의 주식 족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취합해 낱낱이 공개한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러 취합해야 할 정도로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것도 아니며, 아무리 비실명이라고 해도 그룹 총수의 먼 친척이란 이유로 개인의 주식소유까지 공개당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28일자 30면. | ||
중앙 "재벌 미움 부추기나" 동아 "경영권 무장해제"
동아일보도 1면 <공정위 "36개기업 총수 평균지분 1.95%" 재계 "지분 공개는 영업상 비밀침해"> 기사에서 재계가 '법치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8면 <핵심 계열사 'A→B→C→A'식 순환출자>에서 이번 출자조사 결과가 별다른 실효성 없이 소모적 논쟁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담았고, <"기업보호커녕 경영권 무장해제"> 기사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 여론재판으로 몰고가려는 치졸함까지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12월28일자 1면. | ||
▲ 조선일보 28일자 A10면. | ||
한겨레·경향 "재벌개혁 필요성 입증"
한겨레는 사설 <새삼 확인된 재벌개혁 필요성>에서 "재벌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본다"며 "총수일가가 자신의 지분을 훨씬 넘는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구조가 왜곡되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벌들의 이런 소유구조는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재계의 반발에 대해 "상장기업의 경우 증권거래소 등을 통해 이미 지분 구조가 공개돼있고 비상장기업도 출자 등을 통해 그 내용이 대부분 알려져 있다는 점에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28일자 23면. | ||
▲ 경향신문 28일자 27면. | ||
서울신문, 재벌 비판하다 "시장경제 특수성 인정하라" 애매한 태도
서울신문은 사설 <주식1주도 없이 계열사라니>를 통해 재벌의 소유구조를 비판했지만 한편으로 시장경제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공정위에 대해 "순환출자 계열사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등 다른 방법으로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해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 다른 신문들은 재계입장을 일부 반영하기만 했을 뿐 자사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