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언론개혁이라는 화두가 뜨겁게 언론계를 달군 한해였다.

국회에서 '언론개혁'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법률을 통해 현재 신문시장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언론상황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고,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은 신문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편집권 독립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매출액이나 유료부수 등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신문사들은 지면을 통해서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조건 법안을 반대할 수만은 없는 고민과 반성의 흔적이 엿보인다.

언론개혁 입법과 조선·동아 내부의 문제의식

이달 초 만난 조선일보의 한 중견간부는 언론개혁에 대해 "신문시장으로만 보면 판매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판촉이나 무가지 제공 등의 행위가 없어져야 한다"며 "지면제작과 관련해서는 기자들이 쓰는 기사의 내용과 지면에 활자화됐을 때 붙는 제목의 동떨어지는 관행만 개선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 두가지의 문제만 해결되면 독자에 의해 자연스럽게 언론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의 말은 시장의 측면과 지면제작의 측면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자는 법제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해결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내부적인 개혁과 쇄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문제이다. 후자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지난 6월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주의 입김보다 더 큰 문제는 기자들 스스로 '이런 기사는 안 실리고 이런 기사는 실린다'는 생각 때문에 쌓인 뿌리 깊은 '자기검열' 관행"이라고 말했다.

조선 기자 "자기검열이 더 큰 문제"

조선일보 전병근 기자도 지난 3월 조선노보에 기고한 글에서 "언젠가부터 조선일보는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안다는 비아냥이 일반화됐다. 더 심한 경우엔 뭘 어떻게 쓸지 안다고 장담한다"며 "보수이념을 만들고 전파해야겠다는 의욕과 비전을 제시해야겠다는 집착이 반감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입사한 조선일보 수습기자들이 수습을 마치고 자사의 제작관행에 대해 비판한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회의때도 기사가 되는지 안되는지 여부만 따지지, 평등한 의사소통이 없다. 기사나 편집결정권이 데스크 중심이다"(B기자) "얼마전 서해 꽃게잡이 기사를 보면 한겨레와 조선의 논조가 극과 극을 달렸다. 그게 개인 성향 때문인지, 이미 조직 분위기에 함몰돼서인지 궁금해진다"(C기자).

"조선일보를 강자의 대변 신문이라고 보고 비판하는 안티조선도 있다. 황학동 재래시장 회장은 ‘강자입장만 들어주는 신문’이라고 쏟아부었다. 이런 사람들을 무시하면 안된다"(D기자) "그런 논지를 수용할 수 없다면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쉽다"(F기자)

동아일보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3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의결 때 나타난 자사의 보도에 대해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축소보도하는 등 편향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스스로 비판한 바 있다. 동아일보 기자는 이 때문에 당시 적지 않은 독자들이 절독하는 일도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언론계 내부 반성과 고민 언론개혁 논의로 이어져야"

그러나 이런 내부 반성은 철저히 내부의 문제로만 끝나고 언론개혁 논의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국회에는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언론개혁국민행동이 제출한 신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의 법률이 논의중이다. 언론계에서는 이 법안들이 올해 안에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해에는 보다 바람직한 언론개혁 입법논의는 물론, 지면 제작에 있어서의 자기검열과 편향성에 대한 고민 등 언론개혁이라는 화두에 대한 보다 폭넓고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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