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성의 진급심사 전에 대상자의 명단이 작성되고 공문서 조작 등의 불법적인 방법이 사용된 것으로 군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동안 언론플레이 논란을 빚으며 수사 검찰관 3명이 보직 해임되면서 특별한 혐의를 밝히지 못한 채 수사가 종료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인사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육군장성 진급 비리를 수사중인 군 검찰은 2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육군본부 인사검증위원회 간사와 진급계장은 구속 기소, 인사관리처장 이모 준장과 인사검증위원회 위원 장모 대령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문서 위조,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공용전자기록 무효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 12월24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 인사비리 관련 브리핑에서 김석영 국방부 검찰단장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검찰은 진급선발자의 사전내정 사실을 확인했다며 진급계장의 컴퓨터에서 진급심사전 52명의 명단이 작성됐고 이들 인원이 전원 선발심사위원회에서 선발됐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 조직적 진급비리 드러나

군 검찰은 이들이 △사전내정자를 기준으로 병과별·특기별 공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내정자 중 소수병과 장교 등 9명 정도의 진급이 사실상 결정됐고 △특정인사 추천을 반대하는 심사위원에 대해 어떻게 반박할지 사전에 지침을 받았으며 △내정자에게 불리한 자료 삭제 및 누락을 통해 심사위원을 기망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3개의 추천심사위원회 중 1개 또는 2개의 위원회에서 추천된 23명 중 사전 내정된 11명의 최종선발을 위해 음영 표시를 하거나 비고란에 선발을 유도하는 내용을 기재한 심의 참고자료를 선발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제시해 사전 내정자가 전원 선발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군 검찰은 진급업무 관련자들이 진급위원들을 유도, 통제하는 상황이 담겨있는 CCTV 자료를 은폐 또는 파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당초 육군본부측은 CCTV 존재 자체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의 수사 방해를 항의하며 보직해임을 요청했던 검찰관 3명이 보직해임되면서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고 전망했던 일부 언론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일부 언론이 수사내용에 대해 언론사의 입장에 따라 국방부나 육군본부 쪽의 입장에 서서 편향된 보도태도를 보였다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 "일부 언론, 육군 입장 치우쳤다는 것 드러난 셈"

한편, 수사 상황을 언론에 알리지 말라는 국방부 장관 지시사항과 보강조사 지시를 어겨 기강을 문란케 했다며 보직해임된 군 검찰관 3명이 실제로 언론플레이를 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부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수사내용에 대해 군 검찰이 일부 언론에 어떠한 형태로든 알렸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군 검찰쪽은 언론과 만난 적도 접촉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23일자에서 이들 검찰관 중 한명이 법무관 게시판에 '보직해임의 전말'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검찰관은 글에서 "기자를 만나 떠든 사실이 있었다면 성을 갈겠다"며 "오히려 군의 반칙플레이와 육군본부의 언론플레이에 우리가 당한 사례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보직해임 검찰관 "기자 만나 떠들었으면 성을 갈겠다" 글 올려
일부 기자 "육군본부 해명은 육본 출신 장교 통해 건네들은 것"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검찰관들은 지난 6일 수사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는데도 공보과에서 막았다"며 "오히려 기본적인 설명에 대해서조차 군이 언론에 알리는 것을 주저했던 게 아닌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른 국방부 출입기자는 "그동안 언론에 일부 혐의 내용이 보도된 게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것을 볼 때 군 검찰이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동안 육군본부의 해명이 언론에 더 비중있게 보도된 데 대해서는 "솔직히 육군본부 인사참모부는 공보실을 통해서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들의 해명은 육군본부 출신 국방부 장교들의 설명으로 기사화해왔다"고 설명했다.

24일 수사결과 발표를 한 황승호 검찰관은 언론플레이 논란에 대한 질문에 "우리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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