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조 통일부차관이 탈북자들의 기획탈북시 탈북장면이 언론사에 제공되는 등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 그런 행위에 무리가 따르지만 정부가 가치판단할 수는 없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쪽에서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23일 오전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탈북자 규제 등에 대한 대책을 설명한 뒤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 지난 10월25일 주중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탈북자들./YTN화면복사/ⓒ연합뉴스
이 차관은 기획탈북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딱 잘라 정의하긴 부적절하지만 예를 들어 TV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탈북장면을 많이 목격할 것"이라며 "탈북자들이 이런 장면을 찍어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연 이는 누가 찍었나. 왜 그런 일을 만들어 내는가. 나름대로 국제사회에 제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거나 계획이 있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기획탈북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라고 밝혔다.

이봉조 차관 "탈북자 언론플레이 다소 무리 있다는 게 정부 입장"

기획탈북시 탈북장면 방송사 제공 등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이 차관은 "무엇이 옳은지 가치판단할 수 없다. 그 쪽에서는 나름대로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양쪽에 대립각을 세우면 무리가 따른다"고 답변했다.

앞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17일 탈북자 관련 브리핑에 이어 탈북자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탈북자들의 집단 기획탈북 소식이 언론에 알려져 공식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고, 16일 있었던 탈북자 소식에 대해서도 비보도를 요청한 바 있다.

"범죄 경력 탈북자 입국 거부…기획탈북 주도 브로커 강력 처벌"

한편, 이봉조 통일부차관은 23일 브리핑에서 탈북자 규제 대책으로 △국내 입국 심사 과정에서 탈북자들 중 국제 형사 범죄·살인·위장탈북·상당기간 제3국 체류한 자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강화해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입국 거부 조치도 강하게 적용하고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고 기획탈북을 주도한 브로커에 대한 실태 파악을 강화해 적발시 강력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1800만원의 국내 정착금을 내년 1월1일부터 100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직업 장려금, 자격취득 지원금, 직업 기초훈련 수당을 제공해 적응능력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탈북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지난 7월28일 동남아 탈북자 대량입북 등 많은 탈북자가 들어와 올해에만 1866명에 달하며, 이들의 기획탈북, 제3국 경유, 위장탈북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탈북자들 중 10.7%가 범죄 경력자이며 위장 입국도 40건 이상이 된다. 특히 식량문제가 호전되는 등 실제 북한으로부터 신규 이탈자는 점점 줄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봉조 차관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탈북자 정착금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
"현재 1800만원의 탈북자 정착지원금이 내년 1월1일부터는 1000만원으로 낮춘다"

-탈북자 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형사범죄자, 살인, 위장탈북, 해외 상당기간 체류자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호 거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있다. 특히 제3국에 오래 거주한 사람을 단순 이탈 주민이라는 이유로 수용하는 것은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탈북자 중 범죄혐의는 중국과 북한에 있을 때 있었던 것 모두 포함되나. 북한에 있을 때 저지른 범죄라면 확인은 어떻게 하나.
"모두 포함된다. 물론 객관적 증거확보는 쉽지 않다. 북한에도 재판이나 소송절차가 있으나 확인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당사자나 제3자 증언이나 진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명백한 혐의가 있을 경우엔 분명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장탈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선족이 탈북자로, 탈북자가 조선족으로 위장하는 경우다."

-지원금 제도는 어떻게 되나.
"직업훈련을 위해 월 30만원이 제공되며, 자격취득자는 100만원, 기초 직업훈련을 하게 되면 수당이 지급되는 데 정착지원금을 제외하고 이 같은 추가 지원금을 모두 합산하면 1540만원의 일종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이다. 탈북자가 정착하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책 방향은 과거 냉전시대 '귀순자 지원' 형태의 '보호' 위주였다. 현실적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는 직업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의 가족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같은 현실의 수요에 맞게 제도를 진행할 것이다."

-탈북자 정착금을 왜 줄이나.
"정착금은 탈북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보다는 인센티브, 현물 지급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이같은 정착금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탈북자 중 83%가 브로커를 통해 탈북하며 이들에게 평균 400만원을 댓가로 지불한다. 탈북자 수를 1800명이라고 했을 때 1500명이 브로커를 통해 입국하며, 이들에게 제공되는 정착금의 60억원이 브로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 내의 신규 탈북자의 규모는 늘지 않고 있는데 국내 입국자는 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기획탈북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도적 차원의 수용과 원칙은 계속 유지해나가고, 이들이 안전하고 순조롭게 입국하는데 우리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만 부작용을 일으키는 요소를 최소화 한다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병행한다고 했는데 다른 당국자는 북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말도 하고 있다. 두 입장이 차이가 있는 것인지 맞아떨어지는 지 설명해달라.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속에서 진전하고 남북관계는 남북 양자간에 교류 활성화와 긴장완화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 양자는 병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은 그동안 밀려있는 남북간 과제를 풀어가야 할 해이다."

-주미대사는 얼마 전에 6자회담을 몇주뒤에 열릴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시기는 언제 쯤으로 보나. 회담이 열리면 북측이 수용할 방안을 한미간에 조율된 게 있나.
"6자회담 조기 재개 입장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한 입장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어떤지 보고 밝힌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은 부시 대통령이 국회 의회 연설, 즉 오는 1월20일 열리는 연두교서 때를 보고 판단할 것같다."

-중국이 우리정부에 탈북자에 대한 무슨 요청을 했느냐.
"정동영 장관의 방중 뒤 자세히 말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고 기획탈북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요청을 했다. 또한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자들에 대해 체류국민 대우를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다."

-기획탈북에 대한 처벌 방법은.
"반복적, 부정적 측면이 강한 자들에 대해 처벌한다는 것이다."

-기획탈북의 정의는 뭐냐. 정부정책 대로라면 탈북의 통로가 막히지 않겠느냐.
"딱 잘라 정의내리기는 부적절하다. 예를 들면 TV 화면을 통해 탈북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를 찍어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누가 찍었나. 왜 그런 일을 만들어내는가. 나름대로 국제사회에 제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의도와 계획을 통해 추진되는 일을 기획탈북이라고 보면 된다. 공간에 진입하는 통로나 채널 또한 있다. 앞으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방송사 탈북장면 제공하는 것을 언론플레이라고 볼 수 있나.
"용어야 어쨌든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탈북자 입장에선 그런 행위가 나름대로 인도적 목적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하지만 양쪽을 대립각을 세워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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