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학교 정문 ⓒ encyber.com
사학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육부로부터 학사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받은 세종대학교(총장 김철수)가 언론계와 정·관·재계 주요인사들에게 명절에 선물을 보내는 등 꾸준한 관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입수한 ‘98 추석선물명단’ ‘A 처장의 교육인적자원부 추석, 설 갈비 셋트 전달 명부’ ‘주요관리대상자 명단(가칭)’ 등 3건의 문건에 따르면 세종대는 명절 때 언론계와 학계 정·재계 인사들에게 갈비세트 등의 선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관리대상자 명단’에는 전현직 언론계 인사 40명, 관료 67명, 정치권 30명, 경제계 416명, 학계 250명, 법조계 52명, 기타 192명 등 모두 1047명의 실명이 적시됐으며, 이들의 직책과 자택·회사·휴대폰 연락처가 기재됐다.(명단작성시기는 적시되지 않았으나 기재인사 직위와 재직시기를 감안했다.)

‘98년 추석선물명단’에는 모두 200여명의 교수, 직원과 함께 20여명의 전현직 언론인 명단과 주소가 기재됐다. 또한 ‘A 처장의 교육인적자원부 추석, 설 갈비 셋트 전달 명부’에는 22명의 교육인적자원부 관리들에게 지난 2000년 9월 추석 무렵부터 지난해 1월 설까지 선물이 제공된 회수가 적혀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세종대 학교법인 전체에 대한 종합감사를 14년만에 본격적으로 벌인 바 있다. ‘세종대재단퇴진과 김동우 교수 복직투쟁위원회’(위원장 박춘노·세종투위)는 감사가 시작된 직후 본지가 입수한 문건을 교육부 감사관들에게 제출하면서 교비를 유용해 선물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며 이를 밝히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춘노 세종투위 위원장은 9일 “(교육부 감사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인 재단이사장에 대해 비리제보와 감사를 촉구해온데 따른 것”이라며 “세종대 재단이 언론계 인사들에게도 선물을 제공해온 명단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관계자는 “추석이나 연말에 선물을 안보내겠느냐”면서도 “1000여명이 넘는 인사들에게 어떻게 명절 선물을 다 보내겠느냐. 그냥 알고 지내는 지인들을 정리해놓은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선물을 준 자체를 갖고 로비를 했다거나 관리를 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라며 “순수한 마음에서 이사장이나 총장 명의로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세종대의 ‘주요관리 대상자 명단’에 들어있는 일부 언론인들은 선물 수수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고 일부는 부인했다. 명단에 포함된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9일 “주명건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명절 때 의례적으로 선물을 주고받았다”며 “그러나 어떤 선물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명단에 포함된 월간조선 고위간부 A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편집국 고위간부 B씨도 “얼굴을 서로 알기는 할테지만 선물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며 “선물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고, 그런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세종대에는 언론인 출신 신동호(스포츠조선)·남시욱(동아)·이현락(동아)·주돈식(조선)·이상열(MBC) 등 석좌교수와 성병욱(중앙) 전임교수 등 6명의 중견언론인 출신 교수들이 포진해있다.

세종대 내에서는 재단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들을 통해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종투위 박춘노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 교수들을 통해 재단의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요청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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