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신협 저작권 규정(안)의 문제점
온신협 저작권 규정(안)의 문제점
[웹미디어속으로] 링크 불허는 '펌' 장려의 포석인가?

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가 발표한 ‘저작권 보호 공동규약’을 봤는데, 기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몇 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10월 22일 개최됐던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를 참조하여 해당 항목을 짚어가며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저작권 보호 공동 규약에 실린 디지털 뉴스 콘텐츠 저작권 침해 사례 유형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단순 Link (홈페이지 링크): 저작권자 또는 저작물이 있는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를 링크하는 경우
-Deep Link (하이퍼텍스트 링크 등): 저작물의 제목 또는 본문 일부를 게재하고 클릭하면, 원 저작물의 페이지로 포워딩 되는 링크
-Frame  Link (미디어 링크 등): 저작권 사용자의 사이트 프레임 내에 원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직접 불러오는 방식의 링크

우선 용어를 바로잡고 가자. 모든 웹 문서의 연결은 하이퍼텍스트 기반이니 하이퍼텍스트 링크란 말 대신 하위 문서 링크 또는 직접 링크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레임 링크를 미디어 링크라고 말하는 것도 엉터리다. 프레임 방식을 링크로 봐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링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에 링크로 보기로 하고, 대신 미디어 링크라는 엉터리 용어를 따로 만들지 말고 적절한 대안이 없다면 그냥 프레임 링크라고 부르기로 하자. 

메인 홈페이지를 링크하는 것까지 저작권 침해로 규정 - 이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없다.  온신협의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에 의한 것일 뿐이다 - 하는 대목에서 숨이 턱 막힌다. 도대체 그럼 종이 신문 뉴스를 왜 온라인에서 제공하는가? 이건 월드와이드웹을 부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사이트를 새로 만들어 비밀스럽게 운영하라. 일부 해커들만 구독할 수 있게 말이다. 그나마 이 문서가 확정안이 아닌 게 다행이지만 아무리 초안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몰상식하지 않은가.

기사 페이지로 직접 가는 링크 불허, 시대착오적

세미나의 다른 발표자에 따르면, 단순링크만 적법한 링크로 인정하고 - 온신협의 주장에 비해서는 진일보했다 - 그 외의 링크방식에 대해서는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고 밝히고 있다. 8년 전에 그런 판례가 있긴 했으니 관습상 옳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링크를 허용하지 않는 건 현재 기준으로 보면 합리적이지 않다.

흔히 ‘Shetland Times’ 또는 ‘Shetland News’ 사건이라고 불리는 소송에서 피고(Shetland News)가 자신의 사이트에 원고 사이트의 개별 페이지로 직접 가는 링크를 게재했는데, 원고는 이 행위가 메인 페이지 방문자 감소를 유발하여 결국 전체 사이트의 광고 효과가 줄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기사 제목(홈페이지가 아닌 개별 기사 페이지 링크)을 싣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1996년의 일이다.

기사 링크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이를 통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정보 전달 목적 하에서는 일반 인터넷 사용자의 어떠한 링크도 금지하지 않는 것이 옳다. 어떤 사이트의 하위 문서로 직접 가는 링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링크만 웹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링크를 눌러도 원하는 곳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런 링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링크도 불법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엔 1996년의 이 판례가 빠지지 않는데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비현실적 구호 대신 ‘링크는 자유롭게 하되, 그걸로 장사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정도로 보면 어떨까.

만일 하위 문서로 직접 가는 링크를 굳이 불허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인터넷 사용자에게 전가할 일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직접 가는 링크를 막거나 사용자를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 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막아서 얻는 이익과 막아서 얻는 손해 중 어느 것이 클 것인지는 물론 온신협 회원사들이 각자 알아서 예측하고 판단하면 된다. ‘링크하지 마.’ 보다는 ‘링크할테면 해봐.’ 가 차라리 낫다는 말이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에 블로그에서 뉴스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어떤 것이 저작권을 침해 - 앞서 말했듯 온신협만의 생각임 - 하는지 규정한 부분도 있다.

-원 저작권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동일 저작권자의 컨텐츠를 스크랩하는 경우만 허용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계약에 의해서만 뉴스 컨텐츠의 스크랩 등의 저작권 사용이 가능하다.
-포털사 등은 자사의 블로그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원 저작권자의 저작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블로그에 의한 스크랩에서 링크(새창열기)는 인정한다. 이 경우는 개인사용으로 인정한다.

‘원칙적으로’ 라는 말은 있는데, 원칙이 없다. 어찌 보면 ‘펌(스크랩 포함)’을 금지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은 두 번째 항목일 텐데 요약하면, 포털 블로그에서 사용자들이 온신협 회원사 뉴스를 공짜로 퍼가는 것은 안 되니 허용하는 조건으로 뉴스 제공료에 ‘펌 제공료’ 도 얹어 달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세 번째 항목은 사족이다. 그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고 온신협 회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덧붙이자면, 만일 뉴스 제공자와 ‘펌 허용 계약서(예를 들어)’를 별도로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털 블로그 사용자가 포털에서 제공하는 ‘펌’ 기능을 이용해 온신협 회원사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퍼와서 뉴스 제공자가 이를 저작권 침해로 문제 삼을 경우 그 책임은 사용자와 포털이 함께 져야 한다. 하지만 포털이 ‘펌’ 이나 ‘스크랩’ 기능을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 개인이 게재한 것이라면 그건 사용자 개인이 져야할 책임이다.

포털의 펌 기능 편승한 수익창출 바람직하지 않아

뉴스 제공자가 포털을 향해 블로그 ‘펌’ 기능을 없애라고 요구할 권리는 전혀 없다. 하지만 뉴스가 ‘펌’ 문서로 복제되는 걸 막아달라고 요구할 순 있다. 그렇게 되면 포털은 딜레마에 빠지는데, ‘뉴스 펌’ 과 ‘뉴스 아닌 펌’을 도저히 기술적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기능적으로 나눈다고 해도 누군가 수동으로 올린 뉴스를 ‘뉴스 아닌 펌’ 기능으로 퍼 담는다면 어쩌겠는가.

포털의 선택은 펌 기능을 없애든가 아니면 ‘뉴스 펌’ 권리를 사는 방법 두 개로 압축되는데 전자를 두고 고민할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온신협의 의지는 포털의 무분별한 펌 기능 때문에 기사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펌에 편승해 수익을 창출해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저작권 규정(안)에 나와 있지 않은가. ‘펌’ 도 엄연한 상품이라고. 앞서 링크를 철저히 부정한 것은 펌을 장려하기 위한 포석이었나?

‘무단횡단’ 좋은가? 나쁜가? 나쁘지만 때로 편리하기도 하고, 시간과 수고도 절약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이득이다. 교통경찰한테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벌금을 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쁘다고 생각하여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하는 사람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아직은 더 많다. 그런데 길 건너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광고하기를 교통관리국에 교통 부담금을 내고 무단횡단 허가를 얻었으니 저 멀리 횡단보도로 돌아오지 말고 직선으로 가로질러 오라고 한다. 갑자기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종종 사고도 발생하지만 어느덧 그게 당연하게 돼버린다. 그러면 무단횡단은 좋은 게 된 건가? 무단횡단 대신 펌을, 교통관리국 대신 온신협을, 대형 마트 대신 포털을 대입해 보라. 위의 저작권 규정은 나쁜 걸 이용해 돈 벌 생각 하는 거다.

온신협의 초안은 너무 배타적이고, 다분히 초보적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합리적인 규정(확정안)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최소한 민심은 얻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작권 규정 안에 인터넷 사용자 개인도 포함할 생각이라면 그들의 생각도 좀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안(案)으로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동의도, 뉴스 구매자의 동의도 얻기 힘들다. 저작권 규정에서 각 조항의 당사자가 사용자 개인인지 포털 등 단체나 회사인지도 명확히 구분해 주기 바란다.

포털에 뉴스가 헐값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 맞다. 그간 너무 저평가됐고 좀 더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다시 책정돼야 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펌’을 이용하거나 포털의 ‘펌 기능’에 편승하진 말아 달라. 잘못 짚었다. 물론 링크 관련 항목도 잘못 짚었다. 저작권 규정을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은 보통 12월 말에 뉴스 공급 계약 기간이 종료되어 그 이전에 재계약을 하기 위함인 듯한데, 한 번 확정하고 나면 여러모로 되돌리기 어려우니 검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시행 일정을 조금 늦추기 바란다. 그런 건 좀 늦어도 된다.

이강룡/웹칼럼니스트

   
필자 이강룡씨는 인터넷한겨레 웹기획자, 와이더덴닷컴 TTL 웹PD 로 일했으며, 현재 웹칼럼니스트로서 웹진 'readme 파일'(readme.or.kr)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웹 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readme@readm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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