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복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발언했다고 유일하게 보도했던 조선일보 1968년 12월11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이승복 기사가 작문이었다’는 주장에 대한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법원이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하자 조선일보가 자사 지면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이승복 신화’ 부활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9부(부장판사 강형주)는 지난달 28일 열린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이승복 일가 살해당시 현장에 갔고 이승복이 무장공비인지 국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종배 시사평론가(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에 대해 “나름대로 오보 논란의 핵심 인물에 대해 인터뷰를 한 것을 근거로 후속보도를 한 점은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현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논란의 핵심인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선일보가 제출한 사진 15장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해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피고인측 변호사인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부가 결정적인 증거라고 인정한 조선일보 제출사진에 대해 “현장에 조선일보 기자는 없었으며, 조선일보 지국장이자 사진관을 했었던 김진우씨가 찍은 것을 얼마든지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사진을 조선일보가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조선일보가 촬영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또 “취재해서 기사를 쓴 사람에 대해서는 위법성조각사유를 적용해 무죄 선고를 내려놓고 이를 근거로 전시한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확인 노력이 없다며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서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고측 담당검사도 무죄판결을 받은 김종배씨에 대해서는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는 판결 이후 지난달 29일과 30일 1면 머리기사와 사설, 이승복 기념관 현지 반응 기사등을 통해 자사의‘이승복 보도는 진실’이라며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자매회사인 월간조선의 경우 과거 이승복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언론계 인사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언개연 대표를 지낸 김중배 전 MBC 사장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1일 집에 있는데 월간조선 기자로부터 전화연락이 와서 ‘항소심 판결’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물어 대답하지 않고, 상고심을 지켜봐야 한다고만 말했다”며 “항소심 판결에 대한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아직은 준비하고 있는 게 없고, 우리가 전화하진 않았다”며 “항소심과 관련해 이승복 사건을 취재했던 전직 월간조선 기자에게 기고를 부탁할 생각은 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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