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 연합뉴스
지난 26일 발생한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 체포 당시 함께 연행된 한국인 2명이 소속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인,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는 탈북자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과장을 해서도 안 되지만 사실이라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적당한 선에서 북한 체제도 비판해야 한다"며 탈북자들은 다른 언론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더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저녁 강철환 기자를 만나 최근 벌어진 탈북자 체포를 둘러싸고 언론들이 탈북자를 보도한 데 대한 의견과, 조선일보 기자와 탈북자 지원단체 대표를 겸임하면서 느낀 생각을 들었다.

강기자는 조선·동아일보, 연합뉴스가 탈북자 관련 고급정보를 얻는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탈북자 출신 기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탈북자들은 아무래도 조선·동아일보를 더 믿는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회원들이 자신을 대표로 추천한 데 대해 "조선일보 기자로서, 탈북자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27일 저녁 있었던 강 기자와의 인터뷰 전문.

-이번 사건은 어떻게 된 건가.

"탈북자 문제 단순하게 볼 일 아니다. 중국에 오면 공안 잡히면 북송되는데 누군가 도와야 한다. 인권단체는 재정이 열악하다. 탈북자들은 그동안 브로커를 통해 수고비 제공하면서 탈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폭리 취하는 사람 줄었다. 그러나 단속이 심하고 돈도 많이 들어 요사이는 베이징의 공관으로 한꺼번에 진입하는 모험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이런 식으로 대거 기획탈북한 것이다."

-신문사로는 조선일보가 탈북자 65명이 중국공안에 붙잡혔다는 것을 유일하게 썼는데.

"조선만이 아니라 연합도 27일 자정에 취재했다. 특종 개념은 아닌 것같다. 인권문제 측면에서 봐야한다."

-어떻게 조선이 가장 먼저 알게 됐나.

"현지에 있는 탈북자 지원단체 회원이 조선일보 특파원과 친하다. 연합뉴스 특파원과도 잘 안다고 하더라. 전날 이를 알고 조선 특파원에게 연락을 해준 것같다. 물론, 최근에는 중국공안에 돈주면 붙잡힌 사람 풀려나게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언론공개를 심사숙고했는데, 조선이 보도했다."

-강기자가 조선일보에 있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로 있다보니 조선에 탈북자 관련정보가 많이 쏠리는 것인가.

"정보의 특혜라는 것은 없다. 단체가 '언론공개' 결정하는 것이고, 나는 이름만 대표로 올라와있고, 글이나 좀 써줄 뿐이지 단체에 관여하는 폭은 적다.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에서 이름을 올려놓은 것 뿐이다. 하지만 탈북자 출신이 있는 언론사들이 정보의 질도 다르고 탈북자 보도도 앞서갈 수밖에 없을 것 아니겠느냐."

-글은 어디에 주로 쓰나.

"북한민주화학생연대에서 발간하는 대학생 신문에 기고하기도 하고, 탈북자 단체 소식지 등에 글을 보내기도 한다."

-조선일보에서 주로 하는 일은.

"북한의 자료를 관리하고 기사는 다른 기자들이 더 많이 쓴다. 주로 나는 북한 실상을 담당하고 인터넷 기사를 많이 쓴다."

-조선일보 기자를 하면서 탈북자 지원단체 대표로도 겸임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외부에서 안 좋은 시선도 있는데.

"상징적 의미로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이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남들보다 회비를 더 내고 있다. 사실상 본부 일은 안혁 공동대표가 다 한다. 나는 정치범수용소에 있었던 내 체험담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왜 강 기자를 대표로 추천했다고 보나.

"탈북자 중에서 내가 가장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탈북자나 북한 인권에 대한 언론보도는 어떻다고 보나.

"주로 조선·동아가 많이 쓰는 편이고, 한겨레 등이 잘 안썼는데 요새 한겨레도 많이 쓴다. 조선이 그 중 관심이 가장 많다. 어떤 경우 정부의 탈북자 및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이 강해 북이 자극받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하지만 이는 언론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상대적으로 조선·동아를 더 믿는 편인가.

"당연한 것 아니겠나."

-탈북자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과 다른 과장을 하지 않는 선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사실이라면 반드시 알려야 한다. 조선일보와 정부의 견해가 많이 다르지만 서로 인정해야 한다. 과도한 비판은 안 되겠지만 북에 대한 적당한 비판은 필요하다."

-탈북자 출신 기자들이 국내 언론에 더 있나.

"조선일보에는 내가 있고, 동아일보에는 지난해에 입사한 주성하 기자라고 있다. 연합에는 최선영 기자가 있다."

-요즘은 탈북자 지원단체가 기획탈북을 주로 시킨다고 하던데.

"실제로 도우미들(탈북자 지원자)이 돕지 않으면 탈북할 수 없다. 특히 단체를 조직해서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또한 기획탈북이라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탈북자들이 이들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돈주는 경우도 있나.

"일정한 금액을 주기로 하고 탈북을 해서 한국에 오면 도우미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엔 선불을 주지 않으면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최소한의 비용이 있어야 도울 수 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하는 일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해제와 탈북자 지원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회원은 300여명 되고 1년 정도 활동을 했다."

-이번 사건에 회원이 붙잡혔는데 어떻게 된건가.

"현지 회원들이 탈북자들을 그동안 도와줬는데 이번에는 (기획)탈북을 도와줬다. 기획탈북은 위험하지만 적은 돈으로 많은 인원을 도와줄 수 있고, 사실상 최근엔 이 길 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기획탈북을 사전에 알고 있었나.

"현지 회원들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반대하지도 않았다. (본부 차원에서는) 돈으로는 못 도와줬지만 현지 정보와 상황파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긴 했다."

-탈북자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돼있는 미국의 북한 인권법 통과로, 그와 관련된 지원을 받기 위해 설립되는 단체들이 많이 있다던데.

"국내 탈북자단체들의 재정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원금을 노리고 급조되는 단체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인권운동은 순수하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단체를 우후죽순격으로 만드는 건 몰상식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어떤가.

"우리는 만들어진지 1년이 넘었고, 드러내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도와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사건이 터졌고, 우리 단체 회원이 붙잡혀서 공개된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지원금 의식한) 인권법안 때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더라. 분명하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인권법안에 의한 재정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탈북자가 많이 생길수록 북한 정부에 도움이 되나.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붕괴되지 않는다. 진보진영에서는 '북을 자극하는 것은 남북화해에 지장을 준다'고 하는데 남북화해라는 것도 김정일 좋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민주화되지 않으면 진정한 남북화해도 없다."

-아무리 김정일 독재체제라고 해도 수십년동안 적대적인 관계를 풀고 민족임을 확인하기 위해 남북이 화해하고 관계를 개선시키자는 것 아닌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하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교류도 해야 한다. 김정일 체제와 교류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북한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파악하고 교류나 화해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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