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이라크 아르빌 시내에서 자이툰 부대원들이 기존 녹색 얼룩무늬 방탄복을 착용하고 경계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정부가 자이툰 부대 이동에 대해 언론에 보도자제 요청을 벌인 이후 교대병력 출국 환송식에 대해서도 취재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기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올해 4월 이라크 나시리아로 파병됐다가 자이툰 부대로 소속이 변경된 전 서희·제마 부대원들이 임무기간 종료에 따라 귀국하고, 이들과 교대할 480명이 이달 말과 내달 초 분산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당초 적극적인 취재 협조와 홍보를 위해 환송식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NSC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교체되는 파병군인들은 26일 서울공항에서 환송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언론의 취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공군 제58 항공수송단 소속 C-130 수송기를 타고 아르빌로 이동할 계획이다.

국방부 "NSC 등 정부와 회의 통해 불허 결정"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언론사들이 국방부가 요청한 보도자제를 잘 이행해줬고, 58항공단의 환송식 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자이툰 부대 안착' 뒤 적극적인 취재협조를 한다는 약속대로 환송식 취재를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22일 NSC 회의에서 현지 자이툰 부대의 위험성이 고조돼 공개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테러 위협에 대한 첩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항공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언론에 보도되면 외신이 이를 인용해 도착지점에서 테러의 위협도 있고, 또한 우리 부대의 교체를 현지에 노출시키는 빌미가 된다고 판단했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우리도 아쉽다. 정부와 협의해 어렵게 결정한 것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군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그런 것이지 NSC 지침이 있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는 요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들은 부대가 안착됐기 때문에 보도를 금지할 명분도 없는데 왜 자꾸 숨기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중앙일간지 국방부 출입기자는 "현재 정착단계여서 더 이상 보도 제한을 요청할 명분이 없는데도 알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들 "부대안착 뒤 보도제한 명분없다" "항공편 이동 노출 염려도 적어"

다른 방송사 출입기자는 "과거의 경우 육로로 갔기 때문에 이동로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항공편으로 이동할 예정이고, 최근 공군 수송지원단도 출국 환송식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며 "또한 현지 경비태세가 안전에 우려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위협이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기밀'주의라는 군의 생리 때문에 당당한 파병이 이뤄지지 못하고 언론계 안팎으로부터도 적잖은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