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부장판사 박동영)는 지난 22일 2001년 한겨레의 '언론권력 심층해부' 시리즈에 대한 조선·동아일보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1년 3월 중순 한겨레의 언론개혁 시리즈 보도 중 13건에 대해 70억원의 손배소송을, 동아일보는 같은 달 한겨레 보도 20건의 보도에 대해 10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이 청구한 13건의 기사 중 8건에 대해 진실성 또는 상당성을 인정해 명예훼손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고, 5건의 기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의 책임을 인정해 조선일보에 3000만원, 방상훈 사장에게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1년 3월7일자 한겨레 <도시계획 바꾸고…지하철도 비켜가고…조선·동아 사옥의 '오만'> <병목 혼잡비용만 연 6억대>와 같은 달 12일자 <"사주 입맛 맞추기 자괴감" 기자 고백> <사주 낮춰 불렀다 집중타 맞아 조선, 대선 가상대결서 노무현 아예 무시>에 대해 "기사의 주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면서도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조돼가자 전통있는 유수 언론사나 그 사주의 지난 행적을다시 한번 밝혀내고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하여 올바른 언론의 사명 내지 언론관을 일깨우고 바람직한 언론상을 세워보자는 열망이 그 바탕에 자리잡고 있음을 능히 추측할 수 있다.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었다고 인정함이 타당할 것으로 보여 명예훼손 책임을 지울 것은 없다 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3월13일자 <자사 이익 따라 '춤추는 논조' 대선 때마다 편파·왜곡 물의>에 대해서도 "(기사의) 표현들은 다소 과장되게 비판하고 있을 뿐이라 할 것이고 악의적인 비방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모멸적인 표현이라 보여지지는 않으므로 명예훼손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같은 달 14일자 <94년 언론사세무조사 추징금 조선 18억 한국 17억 중앙 16억, 조사 뒤 법인세는 10배까지 늘어나 큰폭 '탕감' 뒷받침> <당시 탈루세액 대규모 시사 "법대로라면 상당액 추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혹 제기가 전직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관련성 및 신빙성이 매우 강한 구체적인 정황들을 기초로 이뤄지고 있고, 그 구체적인 정황들이 진실한 것으로 보이므로 상당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밝혀 명예훼손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조선·동아, 한겨레에 각각 70억, 10억씩 역대 최대액수 소송서 상당수 기각

이와 함께 안티조선을 보도했던 19일자 <"편파·왜곡 용납 못한다" 번져가는 독자들 '저항'>과 <"'안티조선'은 시민개혁운동" 친일행적 고발에 동참늘어>라는 기사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의 친일행적이나 왜곡보도가 일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있고, 이를 이유로 조선을 비판하는 안티조선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된 취지는 진실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주와 관련된 기사와 외부기고에 대해서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3월9일자 <조선일보 사주 편법상속 지분 40% 부자간 '매매'> <"주식 액면가 매입 변칙상속">에 대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방일영과 원고 방상훈이 직접 주식을 형식상 액면가로 매매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액면가와 시가의 차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고, 그 추정 포탈세액을 계산함에 있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주식 시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현재의 시가만을 기준으로 400억 내지 500억에 이른다고 적시하고 있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할 것"고 밝혔다.

조선 사주 일가 상속 관련 보도는 "단정적 표현...손배 책임" 인정

또한 같은 날짜 <친-양아들 후손 상속권 다툼도 "세금내면 망한다" 친자에 상속포기서 요구>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를 약속하고 방재선에게 상속을 포기할 것을 제안해 놓고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핵심적인 사실에 대해 그 진실성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방재선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 이외에 달리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의 19일자 기고문 <사회적 흉기>는 "언론사간 상호비평의 한계를 넘어 조선일보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에까지 이른다"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배책임 진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동아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기사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겨레 2001년 3월7일자 <도시계획 바꾸고... 지하철도 비켜가고... / 조선·동아 사옥의 '오만'> <이전약속 헌신짝 새사옥 강행> <소음.잦은 레일교체 이중고>와 3월29일자 <'손기정 일장기 말소' 기자 쫓아내고, 친일 언론보국 서약> 30일자 <"제군아, 의무에 죽으라">. 동아투위 사태를 다룬 <'격려 광고'도 제동>에 대해 "동아일보의 대량 해고 조치는 단순한 사내분규 이상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며 "올바른 언론상을 세워보겠다는 언론의 각오 등을 고려할 실제적 이론적 필요성이 충분해 명예훼손 책임을 지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3월6일자 <동아 마라톤훈련장 약속 외면 국민모금 40억 사용처 의혹> 10일자 <동아, 마라톤훈련장에 눈썰매장도 만들려했다> <성금 1/3 자사 마라톤대회 지원…훈련장은 뒷전>에 대해서도 "대체로 주요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거나 사실에 기초한 의혹제기, 다소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점이 있더라도 정정보도와 손배를 명할 정도의 위법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결했다.

동아 관련기사도 대부분 기각

그러나 재판부는 동아일보가 한겨레의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권력 극복과 '한겨레'>라는 사설과 관련 만평에 대해서는 "뒷조사를 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한겨레 기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여 불법행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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