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터넷신문 대자보(www.jabo.co.kr)의 이창은 편집국장이 (사)열린미디어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 '열린미디어 열린사회'(편집인 김중배) 2004 가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편집위원회와 필자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게재합니다. 제목은 필자가 일부 수정했습니다. [편집자]

댓글저널리즘 : 참여민주주의인가 포퓰리즘인가
 
지난 7월13일 좌파웹진 진보누리(www.jinbonuri.com) 게시판에는 필명 '으허허'라는 한 네티즌이 '친일진상규명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부친의 친일의혹을 제기한 이 글 하나로 얼마 후 한국 최고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여당의 대표는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네티즌이 글이 게시판에 오르고, 이에 다른 네티즌이 댓글로 반응하고 글 내용의 '옥석'이 가려지면서 하나의 여론화 하는 현상, 이를 '댓글 저널리즘'이라 하며 이것의 파급력과 파괴력은 기존 언론을 능가할 정도이다. 바로 이런 네티즌의 글과 댓글로 인해 세상을 바꾸기도 했지만, 때로는 '근거없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마녀'로 나타나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하곤 한다. 이같은 댓글 저널리즘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의 네티즌이라는 '개미군단'이 이루어내는 가장 한국적 현상이면서 수없이 많은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89년 PC통신 개막으로 치면 10여 년,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인터넷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불과 4년 여의 시간이 지났을텐데 이같은 인터넷의 역할과 위력이 커진 것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3천만 명이 네티즌과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광통신망과 한 집 건너 위치한 한국만의 피씨방 문화인가?
 
인터넷과 네티즌이 언론과 세상을 바꾼다
 

   
▲ 경향신문의 [언바세바] 사이트.
경향신문 인터넷 홈페이지(www.khan.co.kr)가 지난 9월1일부터 게시판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언론개혁 전문사이트로 전면 개편됐다. 경향신문은 종합일간지 홈페이지로서는 처음으로 '언론개혁'을 주제로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기존의 뉴스사이트는 하위 메뉴로 배치하는 등 기존 언론사닷컴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였다. 새 사이트의 이름은 '언바세바'로 '언론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줄여 지은 것이다.

'언바세바'는 언론개혁을 주제로 하는 만큼 문화비평가 진중권씨, 전국언론노동조합 양문석 정책위원 등이 외부 필진으로 참여해 언론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토론방인 '시비(是非)터'에서 칼럼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토론을 유도하면서 날카로운 주장이 담긴 댓글은 첫 화면 '대문글'로도 올려 '게시판(댓글) 저널리즘'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인터넷판인 '언바세바'는 여러모로 충격적인 변화였지만, 다음의 두가지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첫째는 '언론개혁' 주제가 메인페이지를 장식하고 기존 뉴스가 하위메뉴라는 것이다. 언론개혁 그 자체는 신문 간의 영역인데, '언바세바'의 등장은 바로 신문(간)의 본령을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더 혁명적이다. 이른바 게시판 저널리즘의 구현을 위해 '검증(훈련)되지 않은' 네티즌의 댓글을 첫 화면 대문글(신문으로 치면 1면 헤드라인이다)에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기사는 기자에 의해 씌여진다는 신문의 불문율이 여지없이 깨져 나가면서 '형식과 권위의 파괴'를 선언한 점이다.
 
사실상 '언바세바'는 '언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고 했지만, 그 핵심은 '인터넷에 의해 언론이 바뀌고, 네티즌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현실'을 '종이신문'이 인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으로 무장한 3천만 네티즌들이 이제는 '언론담당자'로 공식화 됐음을 기존 종이신문이 인정한 것이다.
 
욕망하는 자가 발언하고 발언하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의 발화를 언제 잡아야 할지는 전문가마다 다르지만, 편의상 98년 7월 <딴지일보>의 창간 전후로 잡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시대가 저물고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한다.
 

   
▲ 계간 [열린미디어 열린사회] 2004 가을호.
인터넷 초창기 인터넷 언론을 주도하고 꽃피운 것은 소수의 문화권력자, 이른바 논객(論客)들이다. 논객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PC통신부터 활동해온 이른바 '통신논객'과 오프라인에서 얻은 명성을 온라인에서도 전개한 '인터넷 논객'이다. 전자로는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는 김동렬(천리안) 공희준(유니텔), 미디어몹 편집장 최내현(하이텔) 등이 있고, 후자로는 '상식적인 좌파' 칭호를 얻은 진중권과 'B급좌파'를 자처한 김규항,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세론을 확산시킨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있으며, 무엇보다 김정란 노혜경 같은 안티조선 계열의 전사들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라는 것은 단순했으며, 게시판이라는 것도 제로보드 테크노트 형식의 목록식이어서 '일사일언(一事一言)'처럼 한 사람이 글을 쓰면 다른 사람은 '답글(reply)' 형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답글' 자체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매우 소박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당시 어느 사이트에 걸린 "욕망하는 자가 발언하고 발언하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라는 아포리즘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권력을 의미했다.
 
또한 당시 인터넷 환경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일정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상당한 논리를 요구했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들이 올린 글을 수많은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주류언론에 비하면 '태양 앞에 촛불'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변방의 목소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광통신망의 보급, 그리고 포털사이트의 등장은 눈팅족(눈으로만 본다는 네티즌)들을 대거 게시판 글쓰기에 참여시켰고, 각종 정보로 무장한 이들은 인터넷의 주력부대로 등장하면서 신문에 의해 좌우되었던 여론의 판도와 흐름을 바꿔 놓게 된다.
 
우리가 주류,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2000년 전후, 딴지일보가 조선일보에 '똥침'을 날리면서 '엽기발랄'한 패러디로 인기를 끌자 딴지 게시판이라 할 수 있는 독자투고방(단지독투)은 그야말로 인터넷의 호수였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글이 모여 흘러오고 또 넘쳐나면서 네티즌에 의한 정보가 '날 것' 그대로, 도는 매우 정제되서 네티즌들의 선택과 호응을 통해 '사발통문' 형식으로 사방에 뿌려지고 다시 모이는 피드백이 연출됐다. 그러나 딴지 게시판만 해도 주류 언론에서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주제에 대한 폭로성 글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의견 및 폭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의 왜곡된 언론환경과 언론시장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른바 신문 지면에 기사 한줄 나가면 '가문의 영광'인 시절, 언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이하 조중동)는 보수적 논조로 일반 네티즌들의 진보적 성향과 일치하기 어려웠다. 이같은 언론환경에서 인터넷은 그야말로 '여론의 해방구'였고, 게시판을 통해 네티즌은 조선일보 같은 보수신문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면서 내공을 키워갔던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것은 역시 2000년대 초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안티조선운동, 그리고 인터넷전문신문 오마이뉴스의 출현이었다.
 
낙천낙선운동은 일반 시민들의 분출하는 정치개혁 욕구를 인터넷을 통해 발화시켰으며, 때맞춰 일어난 안티조선운동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언론제국' 조선일보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성곽을 하나씩 허물어 가고 있었으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출발한 오마이뉴스는 이제 "언론이 성역이 아니며 더 이상 윤전기와 배급망이 없어도 가능하다"라는 신화를 안겨주었다.
 
사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과 금기'의 대상이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런 권위가 통할 수 없었다. 네티즌들은 조선일보와 '맞짱'을 통해서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수많은 네티즌의 호응과 참여를 이루어냈다.
 
안티조선운동을 주도한 '우리모두'(www.urimodu.com)의 출범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안티조선이라는 주제로 보기드문 토론사이트로서 네티즌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루어냈다.
 
초창기 우리모두 사이트에서는 조선일보의 논조나 기사에 대한 비판이 주로 이루어졌고, 진중권 씨나 김정란 노혜경 등 온/오프를 통해 어느정도 활동해온 논객들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이들이 비판의 '물꼬'를 터주자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은 수많은 무명 네티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조선일보 기사가 오르기 무섭게 그 기사에 대한 '밑줄 쫘악'이란 말과 함께 철저히 분석을 해 기사의 오류와 허위를 고발하는 글이 속출했고, 어떤 글은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 기사보다 더 풍부한 사실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당시 안티조선 사이트를 둘러 본 중견기자는 "역시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라며 감탄했는데, 사실 이는 인터넷이란 매개체를 통해 그동안 주류언론에 가려진 재야의 고수들이 등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네티즌이 바로 컨텐츠이고 정보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의 성공은 사실 거대한 변화의 예고편이자 태풍의 눈이었다.
 
진중권씨 등 이름있는 논객이 글이 올라오면 당시로서는 드믈게 조회수 1천을 가뿐히 돌파했고, 그 밑에는 칭찬과 욕설이 뒤섞인 답글들이 줄줄이 넝쿨처럼 달리게 됐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에게 인정받는 '천하의 고수' 글에는 끝없는 '리플' 행진이 달려, 일반 네티즌들의 '인정욕망'과 함께 글쓰기를 자극한 원동력이 됐다.
 
인터넷 공간에서 안티조선 뿐만 아니라 뜨거운 이슈에는 수 백 수 천의 '답글'이 달리게 됐는데, 이는 네티즌들에 의한 '펌질'과 메신져 등으로 '발없는 말들'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고, '보이지 않은 눈팅'들에 의해 인터넷의 외지고 구석진 곳에 있는 글들조차 부지런한 네티즌들에 의해 발굴되어 이슈메이킹이 되었다.
 
이같은 인터넷 상의 흐름이 최고 정치적 이벤트인 대선을 맞아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시작하면서 나타난 '노무현 신드롬'은 인터넷 공간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면서 정치 언론 사회 제영역의 개혁운동의 '블랙홀'이 되어 결국에는 조중동의 엄호를 받는 후보를 물리치고 대권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과 네티즌은 바로 일등공신이 된다.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의 등장과 성공은 네티즌들의 자발성과 헌신성에 기여했다. 네티즌들은 노무현 등장의 당위성을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고비고비 마다 노무현을 적극 옹호하고 방향을 제시했으며, 후보단일화 압력을 받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섰을 때는 온라인에서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나와 지지운동을 펼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른바 노무현 지지자들의 '왜 노무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의 확산과 정보력의 전파였다.
 
노 지지 네티즌들은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상황논리에 맞게 노무현 당위론을 펼쳤으며,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익명의 '딥 쓰로트(deep throat)'들은 보수언론에 곤욕을 당하는 노 후보를 위해 각종 정보를 게시판에 올렸다. 조중동의 십자포화에 맞서 노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개민군단인 네티즌들의 컨텐츠와 정보가 그만큼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 참여민주주의인가 포퓰리즘인가

 
대선에서의 노무현 후보의 성공은 네티즌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강력하고 상징적인 성취감을 제공한 동시에 인터넷 공간이 또다른 '정치과잉'과 '사이버권력' 남용이라는 문제도 동시에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이 극적인 만큼 대선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변혁의 한가운데로 이끌어졌고, 이는 보수언론과 일정한 대립각을 세우며 인터넷의 네티즌을 우군으로 생각한 노 대통령의 전략에서 온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취임 이후 대북송금 특검과 민주당의 분당, 그리고 열린우리당 창당과 동진정책 등으로 지지층이 분열된 참여정부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안과 밖에서 동시에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인터넷 공간은 과거의 동지들이 이제는 지난날의 '적'들보다 더한 적대적이고 당파적인 입장에서 상대를 향한 끝없는 증오와 비난으로 '이전투구'의 나락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이른바 게시판 글에 이어쓰는 '댓글' 형식이 어느새 게시판 밑에 달라붙는 '쪽글' 형태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댓글은 게시판 글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면서 하나의 독립된 의견으로 주고받는 형태임에 비해 인터넷 글쓰기의 '인스턴트'화를 촉진시킨 '쪽글' 기능은 게시판 글 안에 포함하면서 댓글기능을 종속적 위치로 전락시켰다. 다시 말해 하나의 글 밑에 '세포분열'하듯 줄줄이 달려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쪽글 기능은 정치과잉의 산물이자 자본주의에 굴복한 인터넷의 자화상이다. 노무현 지지세력의 분열은 정치웹진의 분열을 이끌었고, 이들의 무한경쟁은 보다 많은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혈안이 되게 만들었다. 따라서 번거로운 '답글' 형식의 댓글보다는 즉각적이고 간편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게 게시판 기능을 쪽글기능으로 전환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나 쪽글기능 전면화의 가장 큰 목적은 각 정치웹진에서 페이지뷰나 방문객들을 증가시켜 영향력의 확대와 광고수입을 유치할려고 한데 있다. 각종 사이트가 증가하면서 랭키닷컴(www.rankey.com) 같은 인터넷 순위 및 분석 전문기관이 발표하는 성적표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따라서 사이트 운영자는 '보다 많이 보다 오래' 사이트에 머물게 하고 보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인터넷의 꽃이며 여론기능을 담당했던 댓글은 이렇게 일부 사이트 운영자들의 욕심에 의해 이제는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 자본유치를 위한 치장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에서의 논리의 빈곤과 열정의 과잉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덩치만 커진 인터넷에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없는 뜬소문으로 일희일비를 넘어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까지 몰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같은 반 학생들의 장난끼 섞인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학교장이 자살했고,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는 어느날 인터넷에서 '급사' 당했다. 설악산에 있는 멀쩡한 '흔들바위'는 굴러 떨어졌고, 죽은 어머니 시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중학생 송 모 군의 이야기가 유포되자마자 네티즌들은 전후사정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바로 담당 선생님과 급우들을 향해 무차별 비난을 퍼부었다. 이보다 더한 문제는 이제 인터넷이 언론이라는 외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익을 위한 '어둠의 공간'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네티즌이 바로 미디어이다
 
'미디어 바이러스'의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뉴욕대 교수)는 "미디어를 즐기며 자라난 신세대 '미디어 활동가'들은 미디어를 만든 사람들보다 미디어를 더 잘 이해하고 조작하며 기존의 미디어를 농락하고" 있음을 설파했다.
 
한국 같이 조중동에 의한 언론시장이 왜곡되어 있는 상태에서 미디어는 전통적으로 '권력'이 대중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글쓰기 등은 대중이 단지 미디어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기성 미디어에 착 달라붙어 무력하게 만든 뒤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세계관을 퍼뜨리기도 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는 사실상 대형 언론사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만든 홈페이지는 적어도 형식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진중권씨도 지적했듯이 오늘날 지식인은 과거에 누렸던 '권위'를 잃어 버렸지만 그들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논리'의 권위도 사라졌다. 이틈을 타고 네티즌은 과거에 누리지 못한 '힘'을 획득했지만, 이에 걸맞는 '논리'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으며 때로는 '다수의 물리량과 익명성의 보호막' 위에 서 있는 반동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인터넷 토론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 인터넷은 언론의 기능과 함께 사회적 공공재가 됐으며, 일반명사가 됐다. 단순한 뉴스 소비자에 머물던 네티즌들은 생산자 역할까지 감당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바뀌어 가고 있다. 블로그의 발달로 1인미디어 시대까지 열어가고 있다.
 
이제야말로 익명성에 대한 네티즌의 책임의식 함양 및 자정노력과 함께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충실히 관리하려는 운영진의 자세가 선행돼야 하며, 도덕과 양심에 기초한 올바른 네티켓을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심어주는 정부ㆍ사회 차원의 정보통신윤리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네티즌들이 엮어가는 '댓글 저널리즘'으로 보다 유쾌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창은 / 인터넷신문 대자보(www.jabo.co.kr)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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