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열사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부지부장은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해 ‘본인이 죽었어야 하나’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죽었어야 하는 겁니까? 그는 10여 일 넘도록 상처를 가지고 집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노동조합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돼 항상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저 악마 같은 조선일보는 그가 양 열사를 죽게 내버렸다며 또다시 동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행렬을 만드는 건,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제2, 제3의 죽음을 만들고 조작하고 사주하는 것이 바로 당신들 아닙니까?”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2일 오후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를 고발하는 두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과연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도저히 사람이라면”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방관’ 의혹과 ‘유서대필‧위조’ 의혹 등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두고서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선일보과 조선NS, 월간조선 기자와 데스크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2일 조선일보와 조선NS, 월간조선 기자와 데스크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양 지대장의 유가족과 동료 황아무개 부지부장, 건설노조는 22일 조선일보 측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159개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같은 날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 등 공동정범’

김예지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소 취지로 “(기자와 데스크는) 정부의 ‘건폭몰이’에 항의해 분신한 노동자가 기획 분신에 희생된 자에 불과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건설노조 간부 및 망 양회동의 명예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했다. “보도는 제대로 된 취재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으며 망인이 죽어가는 현장을 일부만 모자이크 처리해 그대로 싣고 시너통을 합성해 망인의 동료와 가족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야기한 악의적인 기사였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원희룡 장관이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한 발언도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분신 당시 검찰 CCTV 영상을 조선일보에 전달한 성명 불상자를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양 지부장 유서가 대필‧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에 대해선 “기자와 데스크는 건설노조 간부에 대해 명예훼손 공동정범, 망인 양회동에 사자 명예훼손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조선일보와 조선NS, 월간조선 기자와 데스크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양회동 열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왔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기사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라며 “기사를 썼던 조선(NS) 기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과연 누가 죽으라면 죽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라고 했다.

강 부위원장은 “우리 요구에 아무런 대응도 없던 정부, 경찰은 우리가 16~17일 1박2일 상경투쟁을 진행하면서 득달같이 불법집회니 뭐니 하면서 건설노조를 불법시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라며 “(경찰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으로 경찰청에, 파면돼야 할 윤희근 경찰청장에 이 사건을 맡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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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조선일보와 조선NS, 월간조선 기자와 데스크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조선일보 앞 경찰 바리케이드 설치…기동대 출동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낮 1시에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조선일보 정문 앞에 '질서유지선' 바리케이드를 쳤다. 기동대 버스 3대와 경찰 방송차량이 현장에 배치됐다. 경찰 150여명이 정문 앞을 비롯해 사옥을 둘러싸고 곳곳에 배치됐다.

참가자들은 조선일보에 공개 사과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의 면담 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으나 조선일보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조선일보 시설보호요청에 따라 사옥 정문을 막아선 가운데 노동·사회·종교단체 인사들이 기자회견 직후 조선일보 사옥을 향해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경찰이 조선일보 시설보호요청에 따라 사옥 정문을 막아선 가운데 노동·사회·종교단체 인사들이 기자회견 직후 조선일보 사옥을 향해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강한수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인간이라면 해선 안 될 일을 언론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서슴없이 하는 당신들이 언론이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우리 3만명의 50~60대 늙은 건설노동자들이 일당을 포기하고 (16~17일) 이틀 동안 노숙 투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이 쓰레기를 찍고, (노조원이) 자는 모습을 찍으며 언론이랍시도 보도했다”며 “그것이 당신 언론들이냐”고 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언어도단, 말이 막혀 이어가기 어렵다”며 “이런 정도의 보도라면 조선일보가 거의 1면 전면을 헐어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 보도와 그 뒤 진행과정을 보며 윤석열 정권과 조선일보가 느낀 커다란 위기감의 표출이라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심판과 민‧형사 심판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언론노동자 여러분의 적극 진실보도가 암흑을 밝혀주는 지렛대”라고 했다.

▲조선일보 측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경찰은 조선일보 정문 앞에 '질서유지선' 바리케이드를 쳤다. 경찰 150여명이 정문 앞을 비롯해 사옥을 둘러싸고 곳곳에 배치됐다. 사진=김예리 기자
▲조선일보 측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경찰은 조선일보 정문 앞에 '질서유지선' 바리케이드를 쳤다. 경찰 150여명이 정문 앞을 비롯해 사옥을 둘러싸고 곳곳에 배치됐다. 사진=김예리 기자
▲권영국 변호사와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김예리 기자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와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김예리 기자

 

근거 없이 집시법 위반 경고방송…권영국 변호사 항의에 ‘잠잠’

강성남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일보가 보여준 음모 기사의 형태는 80년대에도, 91년(유서대필 조작)도 백남기 농민 사건에도 똑같았다”며 “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때는 ‘다 큰 여성이 성을 혁명 도구로 삼는 것은 보여줄 가치가 없다’고 조선일보 부장이 얘기했다고 한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때에는 맞지도 않는 필적으로 정부기관과 짬짜미해 확정판결까지 나오게 했고, 이후 조선일보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낮 1시에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낮 1시에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낮 1시에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낮 1시에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기자회견 중반과 끝무렵 참가자들이 조선일보 사옥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경찰이 거듭 ‘집시법 위반을 중단하지 않으면 해산 방송에 들어간다’는 취지의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고 발언을 하던 경찰을 향해 “기자회견을 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왜 집시법에 위배되는가, 평회 집회를 하는 기자회견을 두고 무슨 근거로 불법을 운운하는가. 정권이 바뀌니 경찰은 국민이 무섭지 않은가”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해당 경찰은 답하지 않았고 방송을 중단했다.

앞서 조선NS와 조선일보는 양 지대장 분신 당시 함께 있던 동료 노조 간부가 이를 방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분신 현장에 있던 방송사 취재진과 경찰은 노조 간부가 만류를 했다고 밝혔으나 조선일보는 현재까지 보도를 정정하지 않고 있다. 이후 월간조선은 양 지대장의 유서에 대필‧조작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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