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메인뉴스인 SBS ‘8뉴스’의 끝을 알리는 앵커멘트 직후 잠깐의 화면 전환 후 앵커 백 화면에 기아자동차를 보여주는 신유형 광고를 선보였다.

14일 정유미 SBS ‘8뉴스’ 주말뉴스 앵커는 뉴스 끝에 “저는 다음 주말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산을 배경으로 한 화면으로 전환된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광고방송’이라는 자막이 작게 뜨고, 가운데에는 ‘모두가 꿈꿔웠던 SUV EV의 시작’ 자막이 나왔다.

해당 화면에 파란색 기아 EV9 차가 나타났고, 조금 전 정 앵커가 앉았던 뉴스 스튜디오 속 앵커 백화면으로 들어간다. 이어 뉴스 스튜디오 전체 화면이 잡히고 앵커백에 기아 EV9차와 함께 ‘모두에게 처음 The Kia EV9’ 자막이 나온다. 이후 기아차 광고가 계속된다.

▲지난 14일 SBS ‘8뉴스’ 메인뉴스 끝에 붙은 기아차 광고화면 갈무리.
▲지난 14일 SBS ‘8뉴스’ 메인뉴스 끝에 붙은 기아차 광고화면 갈무리.

SBS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에 “12일부터 광고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광고회사인 이노션과 협업해 만든 광고로, SBS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청자들에게 뉴스와 광고 혼동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튜디오 자동차 장면 전에 산을 배경으로 한 광고방송 알림 화면이 나온다. 왼쪽 상단에 ‘광고방송’ 표시도 했다. (한국방송협회의) 광고 심의를 사전에 받았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방송광고 등’ 조항을 보면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뉴스가 끝난 직후 왼쪽 상단에 ‘광고방송’이라고 표시해 형식상 분리되긴 했으나, 같은 뉴스 스튜디오가 나오는 등 뉴스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메인뉴스 프로그램에 기만(오인) 요소가 담긴 광고를 포함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뉴스화면 자체를 광고 인벤토리로 판매하는 결정에 대해 뉴스룸 구성원들이 얼마나 동의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현행규정상 위반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 ‘광고방송’이라고 표시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지 않은 광고인데, 관행을 깬 거다. 불문율을 깼다. 보통 프로그램과 광고 사이에 명확한 이음새를 둔다. 방송사의 재량이지만 이음새를 제대로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들도 SBS의 해당 광고를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방송사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방송광고 수익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어 자구책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A종합편성채널 관계자는 “앵커가 인사하고 끝이라는 자막이 한 번이라도 나왔으면 확실히 구분됐을 것 같다”면서도 “크리에이터의 고민이 느껴지는 광고 포맷이다. 저 광고에서 뉴스의 연장이라고 시청자들이 오인할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B종편 관계자도 “방통위에서는 네거티브 광고 규제 전환을 준비하는 등 정책 방향 자체가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지 않는다면 광고 유형에 대해 조금은 너그럽게 봐야한다”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뉴스 일부처럼 느껴지는 건 못하도록 한다”면서 “그러나 광고에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가 나오거나 목소리가 들어가지도 않았다. 뉴스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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