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발 인공지능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글이 대항마를 공개했다. 지난 10일 연례 개발자 대회인 구글I/O 일정에 맞춰 인공지능 챗봇서비스 바드를 출시했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인공지능 연동 검색 서비스와 관점탭 등은 검색 엔진의 표준과 웹사이트 생태계를 뒤흔들 지각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의 바드와 챗GPT 차이는

구글이 공개한 바드는 챗GPT와 활용도는 거의 같다.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공부계획을 세워달라고 하는 등 일상적인 질문에 답변한다. 자료 정리와 요약을 하고 소설이나 시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간단한 수준의 창작을 할 수도 있다. 코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바드와 챗GPT의 가장 큰 차이는 ‘최신 정보’ 포함 여부다. 오픈AI의 챗GPT는 2021년 이전 정보만 학습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을 맞히지 못한다. 반면 바드는 구글의 서비스인만큼 구글의 최신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음은 물론 데이터의 양 또한 압도적이다. 김남국 의원 논란, 태영호 의원 논란은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구MBC 취재 제한 조치 등 여러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사건도 알려준다.

▲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지난 10일 구글I/O 영상 갈무리
▲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지난 10일 구글I/O 영상 갈무리

바드는 구글의 여러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구글의 문서작성 서비스인 닥스와 G메일 등과 결합해 문서 작업 및 메일과 연동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간단한 안부 메일을 써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상품의 환불을 요청하는 내용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드는 챗GPT와 마찬가지로 이미지를 인식해 답할 수 있다. 냉장고 사진을 찍은 다음 냉장고 속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식이다. 바드는 질문에 글뿐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답변할 수 있기도 하다.

바드 역시 챗GPT와 마찬가지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특성상 사실과 다른 정보를 사실처럼 언급하는 ‘환각 현상’이 나타난다. 일례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가짜뉴스 관련 발언 내역을 알려달라’고 주문하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가짜뉴스 규탄성 발언을 했다고 답했는데 사실과 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환각 현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 ⓒ istock
▲ ⓒ istock

바드는 구글이 만든 대규모언어모델인 팜2(PaLM)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에 따르면 팜2는 100개가 넘는 국가의 텍스트를 학습해 다국어 텍스트에 강하다. 관용구나 시와 같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 텍스트를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다. 특히 바드는 한국어 전용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출시해 한국 이용자에게 활용도가 높다. 

인공지능 연동 검색과 관점탭
‘검색엔진’의 표준을 바꾼다

구글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발표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기술을 검색엔진에 접목하는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의 인공지능 연동 검색 데모 버전 후기 기사를 보면 검색 후 웹사이트만 뜨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상단에 인공지능의 답변이 먼저 제시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물으면 인공지능이 작성한 응답이 뜬다. “반팔 셔츠와 가벼운 스웨터나 재킷을 포함한 레이어드를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구글의 10일 발표 화면에선 3살 미만 자녀와 애완견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장소로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과 알처스 국립공원 중 어느 곳이 나은지 질문한 결과를 보여준다. 질문 결과 인공지능의 답변을 띄우고 우측에 참고한 링크 3곳을 제시한다. 하단에는 추가 예상 질문을 제시해 추가적인 인공지능의 답변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이전 질문을 기억하고 있기에 후속 질문을 통해 더욱 세밀하게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 인공지능 연동 구글 검색 예시 화면
▲ 인공지능 연동 구글 검색 예시 화면

이들 정보를 검색했을 때 인공지능 답변이 만족스러우면 웹사이트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검색을 끝낼 수 있다. 인공지능과 추가적으로 질문과 답을 주고 받다가 검색을 끝낼 수도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노출되는 웹사이트의 양이 줄고, 정확도나 품질이 높은 웹사이트 중심으로 배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간결한 뉴스 정보를 원할 경우 언론사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검색을 끝낼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관점’(Perspectives) 탭이다. ‘관점’탭은 특정 주제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능으로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글 등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맛집 등 관점이 들어간 정보를 찾을 때 레딧이나 인스타그램 등 구글이 아닌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아진 점에 착안해 도입한 기능으로 보인다.

즉, 검색 결과에 인공지능 답변을 연동하고 관점탭을 도입하는 점은 ‘검색-웹사이트 목록화면-웹사이트 클릭’으로 이어지는 검색 엔진의 표준을 흔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변화는 ‘10개의 파란 링크’로 불리는 형식인 기존의 웹사이트 목록을 보여주는 구글 검색 엔진의 결과값을 더 멀리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구글만의 방향성이 아닐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구체적인 서비스를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자 역시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방향이 구글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언론사 사이트 등 웹사이트의 유입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왜 한국에 우선 출시했나

바드는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만 우선 출시했다. 이와 관련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한국과 일본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 없는 역동적인 국가이면서 동시에 서구권에 비해 모바일 속도가 굉장히 앞서 있다”며 “1999년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택시 기사가 휴대폰을 여러 대 쓰고 있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기반 기술을 고려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어와 일본어는 영어와 전혀 다른 종류의 언어이기에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즉, 두 국가의 높은 기술 수준과 영어와 이질적인 언어를 쓴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다른 시각도 있다. 한국은 구글이 검색 점유율이 1위가 아닌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NHN데이터의 지난해 4분기 집계에 따르면 국내 검색 엔진 유입률은 네이버가 62.81%, 다음이 5.14%로 양대 포털 점유율이 70%에 가깝다. 반면 구글의 점유율은 31.41%에 그쳤다. NHN데이터의 자료는 추정치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반적인 점유율 격차가 큰 건 분명하다. 여기에 국내 양대 포털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기에 국내 사업자 견제 성격일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