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열리는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불참하는 등 여당 고위 지도부가 빠진다.

이에 프로야구 개막전에 참석해 시구할 시간은 있고,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대신 총리와 장관이 참석하기로 했고, 지난해 당선자 신분으로 갔는데, 매년 가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오후 브리핑에서 ‘며칠 전부터 4‧3 추념식 대통령 불참 보도가 나오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의에 “이번 해에는 총리가 참석하시기로 하셨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며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여당 최고 지도부도 불참한다고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4월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주요 지도부가 참석할 예정”이라며 “국민의힘은 ‘제주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함께 치유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통합’이라는 숭고한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같은날 김기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월드엑스포 2030 실사단을 국회에서 맞이할 것”이라며 “유치 지원 결의안 채택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는 등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제주합동연설회 전날인 지난달 12일 4‧3 평화공원을 찾아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밝혀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이 왜 제주의 아픔을 보듬지 않고 외면하겠다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4‧3 추념식 불참 이유로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불참 사유로 들었다는 점을 들어 “야구장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느냐”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어제(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며 “어제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라며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제와서 제주 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했다. 박 대변인은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불참하기로 한 것을 두고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제75주년 제주4·3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지에서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75주년 제주4·3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지에서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한 사람(김광동)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태영호)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된 점을 들어 “제주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라고 지목했다. 박 대변인은 “4‧3의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며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에도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보듬는 제주의 아픔을 현직 대통령은 외면하겠다는 것인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구 행사는 가실 수 있는데 왜 4‧3은 안 가느냐는 비판이 민주당과 제주도 쪽에서 나오는데, 안 가시는 이유가 있다면 말해달라’는 기자 질의에 “작년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을 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지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늘 행사를 기획하면서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총리가 가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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