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특검법의 처리 절차와 누가 특검을 추천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서로 감정적 표현까지 나오며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세 건의 특검법안을 상정하고, 제안설명과, 대체토론을 마치고 소위에 넘겼다. 다만 이날 김건희 특검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특검법안 내용을 보면, 민주당과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특검을 추천하느냐에 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특검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비교섭단체가 추천하게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특검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만이 추천할 수 있게 했다.

가장 먼저 특검법을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등 12인의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대통령이 특검 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추천을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하여야 한다(안 제3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강 의원 등은 특검 수사 대상을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제공 행위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위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과 이와 관련된 사건으로 한정한다고 했다.

용해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비롯해 11인이 낸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불법자금 및 특혜제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대통령이 후보자 추천을 국회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용 의원 등의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에는 강은미 의원 법안과 달리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의혹도 포함시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50억클럽 특검법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해 정의당을 향해 국민의힘의 선의만 믿고 기다릴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50억클럽 특검법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해 정의당을 향해 국민의힘의 선의만 믿고 기다릴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문제는 민주당의 특검법안이다. 민주당만이 특검을 추천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진성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15인의 ‘소위 50억 클럽 등 대장동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 자금 수수 및 부당거래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대통령이 후보자 추천을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안 제3조 제2항). 수사 대상에는 불법 로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을 위한 사업자금 및 개발수익과 관련된 불법 의혹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의혹과 김만배씨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의 부동산 매입 의혹을 넣은 것이다.

이에 대장동 50억 클럽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특검을 추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천권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추천)해야 한다”며 “민주당만이 추천할 수 있는 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주에 제1소위를 소집해 법안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법사위의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며 “특검을 누구로 하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는 특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패스트트랙 압박, 정의당에 “국민의힘을 믿냐” vs “편협한 시각”

다만 민주당은 50억특검법 뿐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도 함께 본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하려는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에 의심을 표명하며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정의당에는 국민의힘을 믿으냐며 조롱섞인 압박을 하기도 한다.

박범계 의원은 “느닷없는 법안들이 오늘 법사위에 상정돼서 대체토론까지 하는 것이 본회의를 통한 대장동 50억클럽 본회의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하는 것을 사보타주 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빈다”며 “그런 꼼수라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역사적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계했다.

특히 민주당은 정의당을 상대로 국민의힘을 믿느냐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어제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만 상정되었지만, 한동훈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 추진에 단 1%의 의지도 없다는 점을 정의당도 똑똑히 확인했을 것”이라며 “양 특검(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대다수 국민은 정의당에게 언제까지 검찰과 국민의힘의 선의만 믿고 지켜볼 것인지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양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하루라도 빨리 지정해야 한다는 점을 정의당도 모를 리 없다”며 “정의당의 너무 늦은 결단이 결국 양 특검의 무산이라는 민심의 역행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50억클럽 특검법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영상 갈무리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50억클럽 특검법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영상 갈무리

 

같은당의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이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처리할 것이라 믿는 정의당의 현실인식이 무척 안타깝다”며 “정의당은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는 이상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썼다. 김 의원은 “정의당도 공범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은 편협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정의당을 향해 마치 특검에 있어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공조하는 듯한 논조를 이어가면서 지속된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사실도 아닐뿐더러,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을, 국힘은 방탄을 운운하며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버린 게 언 몇 달”이라며 “이번 법사위 50억클럽 특검안 상정은 결국 정의당의 요구를 양 교섭단체가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변인은 “정의당의 요구에 양당 간사가 합의한 내용을 마치 국힘과 정의당이 공조했다는 듯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그렇게까지 정의당을 비난하며 민주당이 하고 싶은 건 대체 무엇이냐. 진실규명이냐, 민주당 지키기냐”고 되물었다.

이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놓고도 “현재 민주당의 당리당략으로 해석되는 패스트트랙 지정 이전에 국힘을 최대한 압박하여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국힘이 굴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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