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으면서 ‘하이브’(HYBE)라는 이름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본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발한 하이브는 2005년에 처음 설립되었지만,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하이브의 핵심 주축이자 하이브 그 자체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시작한 것은 미니앨범 ‘화양연화’ 시리즈가 발매된 2015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하이브는 10년도 안 되는 빠른 사이에 한국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제외하고 말할 수 없는 존재로 등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방탄소년단 (BTS). 사진=하이브 홈페이지
▲ 방탄소년단 (BTS). 사진=하이브 홈페이지

무수한 스타들이 예로부터 그런 것처럼, 하이브에 소속된 이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주목당하고 있다. 말을 한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말의 나열일 수 있어도, 쉽게 무시하기에는 하이브 자체가 지니는 체급 자체가 달라졌기에 어떤 식으로든 그 이야기들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어나가 퍼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도 반대로 말하자면, 하이브의 관계자들이 굳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이름과 모습을 내걸고 하는 인터뷰는 어느 정도는 공식적인 선언이자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에 속한 두 명의 발화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어,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두 발화는 서로 상통하는 맥락이 있으며, 동시에 직접적으로 아이돌 중심의 K-POP 산업을 정면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겹쳐지는 지점도 상당하다. 2023년 들어 산업적인 측면으로 한국 문화의 다양한 분야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어떤 점에서는 이러한 발화들은 한국 문화 산업이 그간 지녀왔던 자신들과 외부를 감싸는 사고 방식을 보였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젊은이를 파괴하지만’ ‘특별한 산업을 만드는 것에 기여한다’

가장 먼저 포문을 끊은 것은 BTS의 멤버 RM이다. 그와 스페인의 메이저 언론 ‘엘 파이스’(El País)와 나눈 인터뷰가 3월12일 엘 파이스의 공식 웹 사이트를 통해 게재되었고, 이윽고 며칠 뒤에는 SNS을 통해서 퍼지면서 순식간에 화제로 등극했다. 한국 언론에는 이틀 뒤인 3월14일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서 해당 인터뷰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BTS는 그룹 자신이 지닌 화제성으로 인해 여러 언론에서 무수한 인터뷰를 가졌지만, 이 인터뷰만큼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된 인터뷰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아이돌에 관심이 적은 커뮤니티조차도 말이다.

어떤 요소가 이 인터뷰를 이전의 다른 인터뷰가 다른 큰 화제를 만든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RM과 인터뷰를 가진 엘 파이스의 기자가 직접적으로 아이돌 중심으로 한국 음악 산업이 지니는 여러 문제적인 측면에 대해서 정면으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엘 파이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는 RM이 2022년 12월에 발표한 솔로 앨범 ‘Indigo’에 대한 질문이 맨 처음을 장식하고 있다.

인터뷰이는 이우환,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화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 윤형근에서 착안한 첫 번째 트랙 ‘Yun’의 가사를 토대로 이 가사는 K-POP의 성공이 아티스트의 비인간화와 연관되어 있는지를 물었다. 그가 언급한 가사는 ‘Fuck the trendsetter (트렌드세터는 엿이나 먹어) / I'ma turn back the time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말거야) / Back the time, far to when I was nine (내가 9살이었을 때로 멀리) / 좋은 것과 아닌 것밖에 없던 그때’ 이다. 인터뷰이는 직접적으로 트렌드세터에 대해서 거친 비속어를 날리고, 9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에서 BTS 자신이 일종의 트렌드세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가사로 삼은 것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한 K-POP 특유의 산업 구조와 연관되어 있지 않았나를 궁금해 했었으리라.

하지만 이에 대한 RM의 답변은 더욱 이 인터뷰가 화제가 되도록 만드는 것에 큰 기여를 했다. RM은 이에 대해서 질문과는 조금 엇나간 답변을 시작한다. “(K-POP 아이돌 그룹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린 시절부터 그룹의 일원으로서 경력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뒤이어서는 “(그러한 생활이) 개인적으로 있을 시간을 많이 주지 않지만, K-POP을 빛나게 한다.고 덧붙인다. 이후 자신이 얼마나 많이 어린 시절에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이야기하던 그는, 다시 한 번 기자에게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기자는 재차 ”그 시스템은 비인간적이었는가?“(Is that system dehumanizing?)를 말한다. 그에 대해 RM은 ”회사(하이브)는 내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언론인들도 손을 들고 ‘끔찍한 시스템이다. 젊은 사람들을 부수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앞서 했던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이 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에 부분적인 기여를 했다고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that’s partly what makes this such a special industry.) 동시에 그는 이 시스템이 계속 나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후 기자는 다시 ‘Yun’의 가사를 모티브로 하여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묻는다. 2013년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 16세부터 19세까지 연습생으로 교육을 받았던 기간 부모님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결코 짧지 않은 연습생 생활 동안 무엇이 그리웠는지를 질문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RM은 부모님이 아이돌 데뷔도, 성공도 장담할 수 없는 연습생 시절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가지며 대학에 갈 것을 권유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음을, 그러나 결국 대학에 가지 않아 캠퍼스 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청소년 시절을 바쳐가며 성공은 물론 데뷔 자체도 확률이 결코 높지 않은 연습생 생활을 하고 그에 대한 어떤 불안감과 아쉬움을 본인도 이야기하지만, 앞서의 질문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K-POP을 특별하게 했다는 질문이 지닌 모순을 포착한 것일까. 기자는 좀 더 과감하게 ”K-POP에 있어 젊음, 완벽함, 과잉 성취에 대한 숭배… 이런 것들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인지“를 묻는다. (The cult of youth, of perfection, of overachievement in K-pop… Are these Korean cultural traits?) 하지만 이에 대한 RM의 대답은 여러 의미로 인상적이다. ”서양에서는 사람들이 이러한 것을 이해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In the West, people just don’t get it.)

뒤이어 그는 ‘한강의 기적’과도 같은 하나의 ‘성공 서사’를 말하기 시작한다. 한국은 (일본에) 침략당하고, 땅바닥에 쓰러지고, 둘로 찢긴 나라이자, 불과 70년 전에는 아무 것도 없어 IMF와 UN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그렇게 된 이유로 ”사람들이 XX하게 (실제로 해당 구문에서 fucking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 말하며, 오히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이 식민지배를 수백년간 해온 국가들이 한국의 삶이 너무 스트레스가 넘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 제기는 지극히 서양의 시각이라는 점으로 문제의 축을 바꿔낸다. 뒤이어 다시 한 번 그는 이러한 요소들이 K-POP를 특별한 산업으로 만드는 것에 기여함을 강변한다.

이러한 RM의 인터뷰는 한국 인터넷 상에서 기자가 ‘무례한’ 인터뷰를 한 것에 RM이 재치있게, 한국 문화 산업이 빠르게 거둔 위대함을 강조하며 대응을 했다는 식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특히 직접적으로 한국이 극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는 하나의 개발 서사를 언급하였기에, 이러한 서사가 익숙한 중장년 및 노년의 입장에서도 구미에 당기는 지점이 없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해당 인터뷰를 그저 국위선양의 측면으로만 취급하기에는 쉽지 않다. 인터뷰는 RM을 비롯해 BTS가 가진 성취를 명확하게 언급을 하며 시작하고 있고, 화제가 된 인터뷰의 질문도 RM 자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발표한 노래의 가사를 통해 아이돌이라는 공인으로서의 삶과 개인의 삶, 그리고 그 개인이 놓인 사회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묻기 위해 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 방탄소년단(BTS) RM. 사진=하이브 홈페이지
▲ 방탄소년단(BTS) RM. 사진=하이브 홈페이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말하지만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하이브에서는 또 다른 발화가 도출되었다. 그것도 하이브의 창립자이자 지금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하이브를 대표하고 있는 작곡자, 음악 프로듀서이자 경영자인 방시혁으로부터 나온 발언이다. 그는 3월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포럼에 초청되어 K-POP에 대한 기조연설 및 토론에 참여했다.

방시혁은 기조연설에서 ”K-POP이 하나의 신드롬이자 지속가능한 글로벌 산업이 되었다“는 것을 말했지만 곧이어서는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임을 설파했다. 소위 글로벌 음악 기업의 메이저 3사라 불리는 일본 소니뮤직, 미국의 유니버설뮤직과 워너뮤직이 회사 한 곳 당 15%에서 3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전체에서의 음반 및 음원 매출 점유율이 2% 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유다. 뒤이어 그는 미국에서도 빌보드 차트인 횟수가 줄어들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음반 수출 성장률이나 차트 점유율이 줄어 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음악 산업은 또 다른 위기이자 ‘골리앗 틈 사이의 다윗’과도 같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내세우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는 한국 음악 산업에서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등장해야 함을 이날 포럼에서 강조했다. 어떻게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협상력을 늘리고, 하이브가 갖춘 ‘멀티 레이블’ 체계처럼 ‘건강한 경쟁으로 만드는 다양성’을 만들고, 역시 자신들이 만든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처럼 다양한 부가 가치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등장하고 정착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임을 말한 그는 기조연설 마지막 단락에서야 ‘사람의 중요함’을 말하며 ‘아티스트와 연습생들이 심리적으로 충분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뒤이어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기조 연설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당시 한창 떠오르던 이슈였던 SM의 경영권과 관련된 질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따금씩 나오는 기조연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주목해야 할 이야기들이 다수 감지되었다. 기조연설이 일종의 K-POP 위기론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이 수치로 증명되는 분명한 상황임을 언급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BTS의 부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BTS라는 IP가 있어 생기는 낙수효과“를 언급하며, 군 복무 문제 등으로 전 멤버가 한동안 동시에 활동하게 될 수 없는 문제를 곧 K-POP 전체의 위기와 연결을 지은 것이다. 방시혁은 이를 언급하며 다시 한 번 K-POP의 글로벌화와 규모의 경제 확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주목할 부분은 K-POP 연습생이나 가수, 기타 종사 노동자를 비롯한 처우와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방시혁은 이에 대해 ”하이브가 혼자 잘한다고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연예기획사들이 모인 협회에서 여러 처우 개선을 비롯한 혜택 제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티스트의 처우 문제도 ”모든 회사가 (처우 개선) 그런 걸 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협회 차원에서만 나설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해당 답변의 마무리에서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 음악 산업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에서 사각지대나 그림자가 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것을 산업 종사자들이 다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산업을 영속적으로 키워내어 산업 내부에서, 다시 음악 산업체들이 모인 협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말하는 답변이었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3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3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산업의 성장’만이 모든 질문의 답이 될 수 있는가

RM와 방시혁의 비슷한 시기 나온 인터뷰는 조금씩 결은 달라도 경향성은 비슷하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어찌되었든 산업이 단숨에 성장한 것에 주목을 해야 하며, 산업이 지니고 있는 한계 역시도 산업의 성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에 대한 어떤 비판은 RM이 식민지를 부린 문제가 있는 서구 국가들에, 방시혁이 음악 산업 못지 않은 여러 노동 문제가 도사리는 다른 산업 영역들 역시도 ‘똑같음’을 강조하며 애써 지나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경영자와 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한국 음악 산업, 더 나아가서는 한국 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신과 자신이 놓인 위치, 그리고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궤적을 살펴보는 어떤 공통적인 멘탈리티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떤 문제가 있어도 어떻게든 밑바닥에서 성공을 했고, 그 성공의 역사가 다시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어떤 정당성을 마련해주는 하나의 근거로서 작동한다. 마치 RM 본인이 ‘한강의 기적’과도 같은 모습을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국위 선양의 시각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을 아우르는 내외부의 시선에 맞서는 하나의 논리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은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는가. 방시혁의 언급대로 규모 자체가 지니는 힘을 완벽하게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업이 거시적인 수치로서는 확장한다고 하여 저절로 산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또한 아니다. 영화 산업이 영화노조의 10년 가까운 투쟁 끝에 2015년 영화진흥법을 개정하고 나서야, 201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웹툰 등의 만화 산업이 2010년대 후반 들어 작가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나서야 2022년에서야 비로소 일종의 노사정위원회인 ‘웹툰 상생협의체’가 결성되어 구체적인 개선안을 논의할 수 있었던 것 같이 말이다. 두 업계 모두 음악 산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성공했고, 해외로부터도 일정한 주목을 분명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산업의 성장이 저절로 산업 내 창작 및 종사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이끌어 낸 것은 아니다. 비슷한 문제를 인식한 이들이 뭉치고, 본격적으로 개선의 목소리를 드높여 수년간 쉽지 않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끝에 조금이도 결실을 거둘 수가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그저 ‘산업의 성장’으로 감쌀 수 있는가.

특히 한국 음악의 경우, 201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의 성장에 있어 음악 향유 문화의 다양성 확대가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문체부 산하의 음악 분야 정책 기관 마저도 다양성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직간접적인 아이돌 산업 진흥책에 초점에 맞춘 결과라는 점을 특히 유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팬덤이 결집되기 쉬운 아이돌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은 분명 산업에 빠른 속도로 무수한 관심과 자본이 투여되는 것에 큰 역할을 했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고 해서 아이돌과 비슷한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이를 육성하지 못할 역량이나 자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대중 음악에 있어서도 ‘아이돌’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나 노선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붐이 언젠가는 축소될 수도 있음을, 그로 인해 이 붐에 얽힌 여러 어두운 모습들도 더욱 대두될 수 있음을 고민해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누군가는 어떻게든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주목하고, 다른 누군가는 더욱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성공했다’는 일종의 능력주의에 갇힌 상황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영자와 소속 노동자에 상관없이, 그리고 이들을 감싸는 팬들이나 사회 또한 이러한 논리에 철저하게 포섭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사회비평가 박권일이 ‘한겨레’에 3월 16일 게재한 칼럼을 통해서 RM의 인터뷰는 ”전형적인 ‘그쪽이야말로주의’(Whataboutism)로 들릴 수 있다“며 상대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 갑자기 서구의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문제를 말하며 논점을 어그러트렸음을 지적하는 한편, 이러한 시각이 한국 대중음악이 실제 지닌 문제를 외면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이 3월 22일 ‘민중의 소리’를 통해 ”케이팝 뮤지션이 철학을 가져도 되지만, 한국의 주류 가치나 외향적 성공을 옹호할 때만 긍정적“임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접근은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분명 방시혁의 언급대로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일었던 붐은 조금씩 꺼지고 있다. 그 붐이 하나의 ‘스테디셀러’로서의 한국 대중음악으로 단단하게 정착할 수도, 또는 다시 뒤로 후퇴하는 하나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단순한 긍정도, 확장적인 낙관도 아닌 지난 한국 대중음악이 걸어온 계보를 지긋이 살피는 것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은 무엇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 무엇을 대가로 가능했는가. 그 성장은 정말 모든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서 성장이었는가. 더욱 나날이 기반이 수축하는 주류 이외의 인디 음악의 상황은 한국 대중음악 현 구조의 건강함과 향후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과 무관할까. 그러한 요소들과 고민들을 쉽게 무시하지 않고 함께 들여다보고, 최대한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논의하며 새로운 길을 도출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하고 단단한 문화의 맥락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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