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SBS미디어넷이 차별적으로 병가를 주지 않고 폭언과 해고 압박을 이어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는 지난 24일 “SBS미디어넷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심판위원회가 신청인의 구제 신청을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SBS미디어넷 소속 기자 A씨는 지난 1월 “SBS미디어넷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병가를 신청한 직원에게 병가와 무급 휴직을 불허하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부당 해고했다”며 서울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 

A씨는 경제전문채널 ‘SBS Biz’에서 2009년부터 방송기자와 앵커의 업무를 하며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으로, 지난해 9월13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규에 따라 유급병가 2개월을 신청했다. 2013년 카메라 감독과 함께 인터뷰 촬영을 가던 중 차가 반파될 정도로 교통사고가 나 입원을 위해 처음 휴직을 신청한 A씨는 교통사고로 턱과 목을 다쳐 그 후유증으로 2017년 두 번째 휴직 신청을 했다. 10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이유로 마비가 올 정도로 증상이 지속돼 세 번째 휴직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9월30일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휴직을 불승인했다. 

▲ SBS 미디어넷이 위치한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 SBS 미디어넷이 위치한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A씨는 “애초의 시작점이 회사 교통사고였다”는 입장이지만, 회사가 지난 1월 미디어오늘에 밝힌 이유는 “A씨는 동일 사유로 세 번째고, 동일한 건으로 휴직이 반복되면 회사가 업무 사업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 바로 치료를 해야한다. 도와달라’라고 휴직을 재요청했지만, 인사담당자는 ‘생리휴가 하루 동안 치료 받고 와라’, ‘그건 당신 사정’ 등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근무를 지속하다 회사에서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이송됐다. 이에 회사는 2개월의 유급병가 대신 2개월의 무급휴직을 제안했고, 치료가 필요했던 A씨는 무급휴직을 수용했다. 2개월 후 A씨는 종합병원 2곳의 ‘최소 6개월 이상의 치료와 절대안정’이라는 진단서와 함께 무급휴직 연장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하며 출근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다음날까지 복직서를 내야하며, 나오지 않으면 계약해지’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회사는 비슷한 기간 다른 직원 3명에게는 유급병가 2개월과 무급휴직을 부여했다.

이에 A씨는 12월7일 해당 인사담당자와 인사총괄책임자, A씨의 상사를 대상으로 유급병가, 무급휴직 연장 불승인 과정에서의 폭언과 퇴사 압박, 타 직원과의 차별 등이 있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A씨가 인사총괄책임자와 상사를 직장내 괴롭힘 신고 대상자에 포함시킨 이유는 인사담당자가 A씨와의 소통 과정에서 ‘휴직 불승인은 윗사람들의 결정’, ‘병가 휴직은 보도국 결재라인을 통해 소통해야 인사과로 넘어온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하지만 A씨가 당장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이 되기 때문에 해고하겠다며 수차례 압박했다. A씨는 “괴롭힘의 사유가 질병으로 인한 휴직 신청 불허인데, 무조건 복직해 출근하라는 건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SBS 윤리경영팀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해고를 당한 시점까지도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SBS미디어넷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위해 선임한 외부 법무법인 변호사 B씨는 12월 19일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왔지만 신고서 내용의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이며 조사 여부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하는 등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책임총괄자와 상사에 대해서는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12월 23일 해당 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없음’으로 종결됐다. 

결국 SBS미디어넷은 12월27일 ‘회사의 지속적인 복직 및 출근 요청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연퇴직’을 이메일로 통보했고, A씨는 해고됐다. 이에 대해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구제 신청 인정 판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 SBS미디어넷이 A씨에게 통보한 당연퇴직 통지서.
▲ SBS미디어넷이 A씨에게 통보한 당연퇴직 통지서.

SBS 미디어넷 인사담당 관계자는 지난 1월 미디어오늘에 “휴직은 회사에 재량권이 있다. 무조건 줘야된다가 아니라 회사가 ‘줄 수 있는 것’”이라며 “해고가 아니고, 회사가 요청했는데 본인이 복직을 안 해 당연퇴직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SBS 윤리경영팀 관계자는 “SBS미디어넷이 계열사이긴 한데, 우리가 그 회사에는 조사권한이 없다”며 “회사에 신고가 접수됐다고 연락했는데, 그 사이에 (회사가) 대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언론사 직장내 괴롭힘 전수조사 추진을 예고한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수진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판정에 대해 “병가를 낸 직원의 치료를 적극 돕거나 배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규를 들이밀며 괴롭히고 퇴사를 종용한 SBS미디어넷 사측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장원 언론노조 SBS미디어넷부장은 “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가 인정된 만큼, 회사는 A씨에게 다른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유급 병가 및 회복할 수 있는 적절한 휴직기간을 부여한 후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황재인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사용자에게 휴직 승인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휴직을 불승인하고, 건강상 사유로 부득이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인사권의 괴롭힘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정은 회사의 인사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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