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3월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3월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체설에 휩싸였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성한 실장은 자신 명의의 대통령실 출입기자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김성한 실장은 이어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5시55분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김 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0일자 아침신문들 1면.
▲30일자 아침신문들 1면.

김 실장의 사퇴에 앞서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된 바 있다. 이른바 외교안보라인이 연쇄적으로 교체된 것. 이들 교체는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과 관련 있다. 29일 채널A ‘뉴스A’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측이 국빈 만찬 일정으로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를 초청하고자 5~6차례 제안을 했으나, 외교안보라인 측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석열 대통령은 김 실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크게 질책했고 결국 줄교체로 이어진 것이다.

30일자 9개 아침신문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다뤘다. 언론들은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지만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는 지나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블랙핑크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조선·경향 “지나치지 않나”

질 바이든 여사가 오는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때 레이디가가와 블랙핑크의 합동공연을 제안했으나, 김성한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미국 측에 7차례나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자 조선일보 3면.
▲30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김 실장 경질을 불러온 방미 행사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가가의 합동 공연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에선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뜻을 반영해 이런 제안을 담은 서실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3월 초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미 행정부 측 요청을 받아 7차례나 답변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냈지만 안보실에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이 윤 대통령에게 3월 초까지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3월 초 미국을 방문한 외교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 보고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뒤늦게 행사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 대통령은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그 결과 김 실장과 이문희·김일범 비서관이 책임이 있다고 보고 경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데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합류했고 대선 캠페인 때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수립을 주도했다. 이런 각별한 인연의 김 시장을 교체한 것은 그만큼 실책이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실장 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은) 외교·안보 라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책임 있게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연 한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누가 경질을 주도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30일자 한겨레 3면.
▲30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가수공연 문제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일부에선 외교가에 널린 알려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과 갈등도 급작스러운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의제 등 한-일 관계를 두고 갈등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김태효 차장이 김 실장보다 더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말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30일 조선일보는 <가수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지나치지 않나> 사설에서 “지난 3주 사이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던 김일범 의전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마저 줄이어 사퇴한 것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실장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안한 가수 공연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졌다고 한다.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하지만 이 정도의 사안은 실무 책임자인 외교, 의전 비서관이 책임지는 정도로 매듭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 정도로도 다른 공직자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된다. 국가안보실장은 이보다 더 심각한 안보 외교 현안에 대한 국가 사령탑이다. 안보 외교 총책임자가 가수 공연 문제를 잘못 다뤘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나라가 또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같은 날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물러난 ‘방미 외교 난맥’ 진상이 뭔가> 사설에서 “대통령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김 실장은 자신으로 인한 논란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여러 정황과 보도상 내달 말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문화교류 행사 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될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중요한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할 정도의 잘못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김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최종 협의하고 일정을 발표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소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국민일보 “소아진료 수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이 가야”

29일 오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더 이상 아이들 건강을 돌봐 주지 못하게 돼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는 운영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고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로, 동남아 국가의 10분의1이다. 도저히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소청과의사회가 29일 이같이 선언한 소청과 ‘폐과’는 전국의 소청과가 일제히 문을 닫겠다는 ‘폐업’ 선언은 아니다. 트레이닝센터를 열어 내과 등 일반과로 진료과목을 바꾸고 싶어하는 회원들을 의사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자 국민일보 2면.
▲30일자 국민일보 2면.
▲30일자 서울신문 3면.
▲30일자 서울신문 3면.

국민일보는 <간판 내리겠다는 소아과 의사회... 의사 증원 수용하길> 사설에서 “필수 진료과목인 소아과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조차 의원급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픈런’을 해야 할 상황이고, 대형병원도 당직할 전문의가 없어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곳이 등장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소아의료 대책을 내놨다. 소아진료 수가를 인상해 보상 수준을 높이고, 공공진료센터와 응급의료센터 등 소아 의료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의사회는 이를 ‘빈껍데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인데, 복지부가 엉뚱하게 시설 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고 했다”고 했다.

▲30일자 국민일보 사설.
▲30일자 국민일보 사설.

의사회가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국민일보는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며 “핵심은 소아과 의사를 늘리는 것이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아과 수입을 높여 이 과목을 선택하는 의사가 많아지게 하는 것과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배출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고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온 의사회는 전자만 얘기하고 있다. 지금의 수가 인상 조치로는 부족하니 더 올리라는 주장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밥그릇을 지키면서 정부에 그 밥그릇의 질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필수 의료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면 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며 “병원 문을 닫아가며 의대 정원 확대를 막아섰던 의료계가 이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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