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이 미국 한인사회 초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한 발언으로 또다시 여당 내에서도 뭇매가 쏟아지자 또다시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불과 2주 만에 이런 막말이 반복되고 있고, 그의 발언 전문을 보면 실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권 1년이 됐는데도 어려운 이유가 사회저변 곳곳에 좌파들이 진지를 점령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언론도 정부소유 방송인 MBC KBS YTN 연합뉴스가 ‘옛날 방송’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이 죽기살기로 정부를 공격하고 있어서라고 밝혀 언론 조차 편가르기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볼 때의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인식을 이분법적 잣대로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 탄생 과정을 두고 “탄핵을 거쳐서 (지지율이) 5%가 안됐는데, 플랫폼 정당으로 가기로 하고 개방된 정당 운영을 해서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을 모두 영입해 자유경쟁시켜 불가능에 가깝던 정권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와 활동하다보니 바람잘 날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정부 소유 방송사들이 아직도 옛날방송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미주한인문화재단 영상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정부 소유 방송사들이 아직도 옛날방송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미주한인문화재단 영상 갈무리

 

이어 좌파에 화살을 돌렸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상황이 됐는데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좌파 세력들은 자기들이 정권을 빼앗긴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사회 저변은 모두 자기네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으나 통장 반장 이장까지 민주당 지자체장이 임명했고,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 관변 단체 모든 임원과 간부들조차 민주당 시대의 간부들로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김 최고위원은 “TV만 켜면, MBC 사장도 좌파에서 자기들끼리 선출하지 않았느냐”며 “KBS YTN 연합뉴스 이런 정부 소유 언론사들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옛날 방송 그대로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 최고위원은 “제가 방송국에 출연해보면 사회자나 패널들이 전부 정권 바뀌기 전 사람들이 나와서 공격하고, 보수진영 2명, 좌파 진영 (2명씩) 4명이 주로 토론하면 저는 제 정신을 갖고 얘기하지만, 보수진영에서 (나온) 또 한 사람은 윤석열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준석, 유승민 계열(에서 나온다)”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악다구니 같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보수 진영이라고 나오는 사람도 공격하고 (방어는) 거의 혼자만 하고, 거기다 사회자도 공격한다”며 “4대1로 싸운다. 그러다 보니 TV 보는 사람은 ‘도대체 싸우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신문을 두고도 “한겨레 경향신문 좌파 언론만 죽기 살기로 공격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활동 하는 사람도 그렇고, 사회 각처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은 좌파진영에서 오랫동안 생성돼있는 그런 분들이 그냥 남아있고, 정권이 바뀌었는데, ‘방송통신위원장은 왜 아직도 민주당의 한상혁이 그대로 있느냐’는 이런 생각, 곳곳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나는 그대로 남아서 내 역할을 충실하겠다’는 진지전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전광훈 목사 우파 통일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광화문 광장에는 항상 민주노총에서 자금을 대고 민주노총의 각종 정치구호가 난무하는 장이 되었다”며 “우파 진영은 활동하는 분들이 정당 외에는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가 우파진영을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되어서, 그나마 우리가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이런 마음이 들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지전이라는 개념을 두고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도 국민의힘 보수정권에서 정권 획득했고, 지방권력도 상당부분 회수했지만 각 진지에 들어가면 아직도 좌파들이 진지전에서 진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다”며 “이런 사회 구성원들이 활동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해 발목을 잡는다면 사실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이고, 그나마 이재명씨가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은 막았지만, 사회 전체가 바꾸게 하는 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진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선에서 승리해 사회 곳곳을 바꿔가고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20년 정치하면서 겪어온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서 반드시 과반수 이상 얻어서 국회를 우리가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진지전을 하는 좌파의 게릴라 쯤으로 여기며 통합과 소통 보다는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정부 소유 방송사들이 아직도 옛날방송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미주한인문화재단 영상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정부 소유 방송사들이 아직도 옛날방송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미주한인문화재단 영상 갈무리

 

죽기살기로 정부 공격을 하는 매체로 지목된 한겨레는 29일자 사설에서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반정부 활동으로 매도했다”며 “‘100% 당심’으로 선출된 집권 여당 최고위원의 인식이 저 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 최고위원의 망언은 단순 실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일관성이 뚜렷하고 갈수록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전광훈 목사 예배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전문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동조한 것을 두고 “그 때도 ‘전라도 표’ 운운하며 막말을 주고받다 튀어나온 말”이라며 “‘전당대회 보은’이라고 하기에는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며 “그런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공당 지도부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제명하라, 엄중한 책임을 물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에 해악이나 끼치는 천방지축 행동을 방치 하게 되면 당의 기강은 무너지고 당의 지지율은 더욱더 폭락하게 된다”며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 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촉구했다. 특히 홍 시장은 지난 28일엔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며 “경고 해본들 무슨 소용있나 한두번 하는 실언도 아니고”라고 썼다. 그는 “그런 식견으로 박근혜 전대통령 정무수석을 했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하지 않을수 있었겠나”라며 “총선에 아무런 도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28일 저녁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전화연결에서 전광훈 목사가 천하통일을 했다는 김 최고위원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은 오히려 떠나가고 있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말 자체가 우리 우파를 분열시키는 발언이다 … 이렇게 함부로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광훈 목사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발언하고 하는 거 정말 도대체 국민들께서 이걸 어떻게 보실까 정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당이라지만 소수당이니 만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매사에 자중자애해야 한다”며 “민심에 어긋나는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면 더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이 당 구성원들의 언행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썼다.

결국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귀국한 뒤 또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14일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반대 망언을 했다가 사죄한지 딱 보름만이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히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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